성래은 부회장이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부서로 발령이 났을 때 일이다. 사내 불만들을 접수하는 일을 맡은 성부회장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그녀는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해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이는 성회장의 가르침으로부터 터득한 지혜였다. 성기학 회장은 일의 순서를 정하는 법부터 가르치셨다. “하고 싶은 일은, 해야만 하는 일에 우선일 수 없다. 해야만 하는 일을 먼저 하고 그 다음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성 부회장은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돌입하다 ‘번 아웃’을 겪기도 했다. 번 아웃이 올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스스로 터득했다. “결정은 혼자 하는 일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중지를 모아 함께 고민한 결과여야 한다.” 이는 일찍이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민하던 성기학 회장이 내놓은 윤리경영의 틀이었다. 시간관리와 팀워크야말로 모든 경영인의 필수 덕목일 것이다. | 성래은 부회장이 기억하는 성기학 회장의 ‘돈’에 대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면, 성 부회장이 어느 기념일에 아버지(성기학 회장)께 넥타이를 선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성기학 회장은 즐겨 매는 넥타이가 있으니 쓸데없이 비싼 것 사오지 말라고 하셨다. 그건 오래 전 공항에서 산 중저가 넥타이다. “돈은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쓰여야 한다는 것.” 하루는 성회장이 가방을 사주겠다고 해서 백화점에서 만났다. 그러나 예쁜 명품가방이 아니었다. 자칫 여행가방처럼 보일 수 있는 서류가방이었다. 성 회장에게 가방은 필요한 서류가 빠짐없이 전부 안전하게 들어가는 튼튼한 가방이어야 한다. “쓸모와 기능 외에도 아버지에게 물건은 그 목적을 다할 때까지 튼튼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있다.” “하나를 버리면 하나에서 자유롭고 둘을 버리면 둘에서 자유롭다. 그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모든 상념은 집착에서 나온다.” 무소유. 영원무역 최고경영자의 가르침이다. | 누구에게나 스승이 있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닮고 싶은 롤모델도 있다. 나(성래은 부회장)에게는 배움의 모토이자 지향점이며, 영원한 스승인 롤모델이 있다. 맨손으로 지금의 ‘노스페이스 코리아’와 ’영원’을 만든 성기학 회장님이 바로 그다. 대학 졸업 직후인 2002년 영원에 입사한 이후 20년,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업무에서 손을 놓은 적도 없다.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하면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검토한 날이 부지기수다. 분 단위로 회의를 하고 밀려드는 결재를 한다. 해외 직원들과 현지 시간에 맞춰 새벽 컨퍼런스 콜을 하는 것도 나의 일상이다. 허먼 멜밀(Herman Melville)은 소설 ‘모비딕’에서 이스마엘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긴 항해를 한 번 끝냈다 해도 뒤에는 두 번째 항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며, 두 번째 항해를 끝냈다 해도 뒤에는 세 번째 항해가…, 그 뒤에는 또 다른 영원한 항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기업경영이 ‘영원한 항해’라는 성래은 부회장의 통찰(insight)에 동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