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링 외 1편
이현승
내 손은 두개뿐인데
잡아야 할 손은 여러개다.
애써 친절을 베풀면서
쉬운 사람은 아니라고 강조하는 사람처럼
내가 잡아야 할 손들은 뚱한 표정을 하고 있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회전문 안에서
우리의 스텝은 배배 꼬이고 뒤엉킨다
회전과 와류를 빠져나가지 못해
우리는 빨래처럼 잔뜩 뒤엉키며 물이 빠진다
아무나 막 목을 조르고 싶다.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을
남에게 웃음거리가 됐다고 번역하면서
우리는 자존심이 상한다.
슬픔을 팔고 있다는 수치의 감정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손안에 쥐고 있는 얼음처럼
차가움에서 시작해 뜨거움으로 가는 악수.
내 손은 두개뿐이지만
여러개의 손을 잡고 있다.
양말
구멍 만 양말을 신고 있네.
나는 또 잠수정 생각,
이대로 잠수한다면 아마도 물이 새겠지.
속절없이 채워져 가라앉겠지.
물이 새어 들어오는 쪽으로 골몰하며 걷다 보면
지붕 위의 물들이 결국은 홈통으로 모여들 듯
내 무거원 생각들은 죄다 양말 구멍으로 모이네.
조종 중인 배를 포기하는 선장이
밀려드는 물줄기를 안압으로 느끼며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구멍이 되는 것처럼
나는 구멍을 꼭 누르며 구멍이 되고
구멍 저쪽의 압력이 되고
바닷물의 무게가 되고
마침내 구멍은 터지고
나는 집에 돌아오네.
완벽하게 젖어서 돌아오네.
― 이현승 시집, 『생활이라는 생각』 (창비 / 2015)
이현승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대답이고 부탁인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