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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아놀드 반 제넵은 동양어학교와 고등연구실습학교 등에서 이집트학 및 원시종교, 이슬람문화 등을 공부하였고, 프랑스 민속학회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민속학자, 종교인류학자이다. 이 책 『통과의례』와 『현대 프랑스 민속학연구』는 기념비적인 저서로 미국의 신화학자 캠벨(J. J. Campbell)과 종교인류학자 터너(Victor Turner) 등은 물론 전 세계의 사회학계, 신화학계, 종교인류학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나이를 먹거나 사회적 지위가 변하면서 한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그때 있을지도 모르는 화를 피하기 위해서 통과의례를 행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원시부족들의 통과의례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그는 중요한 통과의례에는 임신과 출산, 입문식, 결혼식, 장례식, 이방인을 맞이하는 것 등 여섯 가지가 있으며, 그런 때에는 사람들은 반드시 여러 예식을 행해면서 의례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의례들의 절차와 예식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그는 전 세계 모든 민족의 통과의례에는 겉으로 서로 다르게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분리(separation), 전환(marge), 가입(agregation) 등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제넵은 통과의례에는 사회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종교적, 심리적,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이 학설은 사회학, 종교인류학, 민속학 연구는 물론 다른 학문 분야들에서 핵심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 저자 소개
아놀드 반 제넵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동양어학교, 고등연구실습학교 졸업. 스위스 뇌샤텔 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프랑스 민족학회 창립. 프랑스 민속학자, 종교인류학자. 프랑스 알리앙스 프랑세즈, 대중예술 국제연맹 같은 문화기관에서도 일함.
저서: 『통과의례』, 『현대프랑스 민속학개론』, 『민족성 비교연구』, 『마다가스카르의 터부와 토테미즘』, 『프랑스의 대중 스포츠와 놀이』 등이 있다.
📜 목차
서언
제1장 의례의 분류
세속적인 세계와 거룩한 세계 - 개인적인 삶의 단계 - 의례에 대한 연구 - 정령숭배학파와 감염학파 - 역동학파 - 의례의 분류: 정령숭배자 또는 역동주의자, 공감주의자 또는 감염주의자, 긍정성 또는 부정성, 직접성 또는 간접성 - 통과의례의 도식 - 성(聖)의 개념 - 종교와 주술
제2장 영역의 통과
국경선과 경계 ─ 통과의 금기 ─ 거룩한 영역 ─ 문, 문지방, 현관 ─통과의 신성 ─입문의례 ─창립의 희생제 ─ 출구 의례
제3장 개인과 집단
상황과 이방인의 성격 ─ 이방인의 가입의례 ─ 공동의 식사 ─ 가입의례로서의 교환 ─ 넘어감 ─ 인사의례 ─ 성적인 가입의례 ─ 이방인의 주거 ㅡ 여행자: 출발의례와 귀환의례 ─ 입양 ─ 주인의 교체 ─ 전쟁, 복수, 평화
제4장 임신과 출산
칩거 ─ 금기 ─ 예방 의례들과 감응 의례들 ─ 전이의 기간으로서의 임신 ─ 재통합 의례들과 사회적 자리로의 복귀 ─ 출산의례의 사회적 성격
제5장 출생과 아동기
탯줄의 절단 ─ 출생 이전의 주거 ─ 분리의례와 가입의례 ─ 인도, 중국 ─ 작명 ─ 세례 ─ 해와 달에게 드리고, 보여주기
제6장 입문식 의례
신체적 사춘기와 사회적 사춘기. -- 할례. -- 신체적 상해. -- 토템 부족. --주술적-종교적 우애. -- 비밀 결사. -- 정치적 결사와 전투적 결사. -- 고대의 신비. -- 보편적 종교; 세례. -- 종교적 형제애. -- 동정녀들과 사원의 창녀들. -- 계급, 카스트와 직업. -- 사제와 주술사의 안수. -- 추장과 왕의 즉위. -- 파문과 축출. -- 여백 기간
제7장 약혼과 결혼
전환기로서의 약혼 ─ 약혼 예식과 결혼 예식을 구성하는 의례의 범주들 ─ 결혼의 경제적, 사회적 성격 ─ 칼믹 족, 토다 족, 보티아 족의 전이 ─ 분리의례들 : 소위 납치와 약탈 ─ 제한된 성적 연대 의례들 ─ 혈족에 기반을 둔 연대 의례들 ─ 지역의 연대 의례들 ─ 분리의례들 ─ 가입의례들 ─ 전환 기간의 길이와 의미 ─ 동시적인 수많은 결혼들 ─ 결혼 예식과 입양 예식, 즉위 예식, 입문 예식들 사이의 유사성 ─ 이혼의 예식들
제8장 장례식
장례식에서 분리, 전이, 가입의례들의 상대적 중요성 ─ 분리와 전환의례로서의 상레 ─ 장례식의 두 단계 ─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의 여행 ─ 죽은 자들의 통과에 반하는 물질적 장애물들 ─ 죽은 자들의 세계의 지도 ─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자의 매일의 재생 ─ 죽은 자들의 세계의 다양성 ─ 죽은 자들의 일반적인 세계에 가입할 수 없는 죽은 자들 ─ 재생과 환생의 의례들 ─ 죽은 자의 거처가 그의 집, 무덤, 공동묘지일 때의 의례들 ─ 분리와 가입의례들의 목록
제9장 다른 종류의 통과의례들
따로 따로 검토되는 통과의례들: 1) 머리카락, 2) 베일, 3) 특별한 말들, 4) 성에 관한 의례들, 5) 때리기와 채찍질, 6) 첫 번째로 하는 것 ─ 매년 하는 예식, 계절별 예식, 월별 예식, 매일하는 예식 ─ 죽음과 재탄생 ─ 희생제, 순례, 맹세 ─ 전환기 ─ 고대 이집트에서 체계화된 의례들과 비슷한 것
제10장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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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그 중요성이나 숫자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예식들과 의례들을 행한다. 아이의 돌잔치, 결혼식, 장례식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행하는 예식들이고, 그밖에도 사람들에 따라서 취임식, 개업식, 세례식, 성직 수임식 등을 행한다. 그러나 과거 사회에서는 그런 의례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고, 훨씬 더 번거롭게 치러졌다. 그러면 과거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번거로운 절차들을 행하였고, 현대인들은 왜 그런 것들을 행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렇게 된 결과 현대인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답변을 먼저 하자면, 과거에 사람들이 그런 의례를 행했던 것은 그들이 인간의 삶에는 여러 가지 단계와 상황들이 존재하는데 하나의 단계에서 다른 단계나 하나의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회적 상황으로 넘어가려면 그냥 넘어갈 수 없고 반드시 일정한 예식과 의례를 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나 상황 사이에 악한 세력이 작용하여 해를 끼쳐서 사람들이 달라진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태어나는 날부터 죽는 날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의례들을 거행했는데, 그것을 가리켜서 아놀드 반 제넵은 통과의례(rite de passage)라고 이름붙였다.
우리는 옛날 사람들의 이런 생각의 밑바닥에서 두 가지 중요한 생각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그들이 세상의 모든 것들 속에서 신적인 것(또는 영적인 것)이 작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동물-인간-신은 서로 단절되어 있지 않고 이어져 있으며, 개인-사회-우주 역시 서로 단절되어 있지 않고 이어져 있고, 삶과 죽음, 대지와 인간도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연속된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시간 어디에서나 작용하는 신적인 힘의 작용을 믿으면서 그 힘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려고 하였다.그러나 현대인들은 지성이 발달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적인 것들의 개입을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거부하였다. 탈-성화(脫聖化)시킨 것이다. 그 결과 물질적으로는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궁핍해졌다. 사람들은 그 전까지 그들의 실존에 영속성을 느끼게 해주었던 사회, 세계, 우주와의 연결이 끊어져서 파편화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존재의 기반이었던 대지와의 관계가 단절돼서 불안해졌고, 죽음이라는 필연적 종말 앞에서 분쇄될 수밖에 없었다. 고대인들은 저녁에 해가 지지만 아침에 다시 뜨는 것을 보거나 달이 기울었다가 차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삶에도 그렇게 주기적으로 기울었다가 차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여 아무리 어렵고, 혹독한 죽음과 같은 상황에서도 재탄생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제는 세상의 모든 것을 그의 취약한 힘만 가지고 맞서느라고 당황해하는 것이다. 삶의 거룩함과 그 거룩함을 확인시켜주는 의례를 상실한 결과 삶이 궁핍해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아놀드 반 제넵(Arnold van Gennep)은 프랑스의 민속학자, 민족지학자로 동양어학교(Ecole pratique des langues orientales) 등에서 이집트학, 원시종교, 이슬람문화 등을 공부하였고, 스위스 뇌샤텔 대학교에서 민속학을 가르쳤고, 프랑스 민속학회를 창립한 민속학, 종교인류학 연구의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은 『현대프랑스 민속학개론』과 함께 그의 대표작이며, “통과의례”(rites de passage)라는 개념은 그의 대표적인 학설로 인간의 정신에 관한 가장 중요한 통찰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통과의례"라는 용어는 이제 민속학이나 종교인류학 분야 이외에 모든 인문학 연구에서 사용되는 중요한 핵심 용어(key word)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제넵은 사람들은 삶의 중요한 고비마다 입문식, 약혼식, 결혼식, 장례식은 물론 임신과 출산, 이방인을 맞는 의례, 여러 가지 종류의 첫 번째로 행해지는 의례들을 행하면서 사는데, 그 의례들이 서로 다르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형식이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똑같이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행할 때 거행하는 “통과의례”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의례를 거행하지 않으면 사(邪)가 끼기 때문이다. 제넵은 모든 통과의례에는 분리(separation), 전환(marge), 가입(agregation) 등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람들이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 하나의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넘어갈 때는 그 전 단계와의 분리가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서 다소 긴 기간의 전환기를 보내면서 전환의례들을 행하고, 그 다음 단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하며, 그 다음의 새로운 단계나 상황에 가입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단계를 넘어가는 사람은 물론 신입자(nivice)를 맞는 집단의 구성원들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모든 통과의례에는 이 세 가지 의례가 정확하게 구분돼서 치러졌다. 예를 들어서 말하자면, 결혼식을 하기 전에도 오랜 기간 동안의 약혼 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는 그런 개념조차 없고, 결혼식도 너무 세속적(世俗的)으로 치러진다. 그래서 이혼이 많은 것인지 모르는데, 그것은 비단 결혼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삶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다. 삶에 거룩한 영역이 없어진 것이다. 그에 따라서 같이 잃어버리는 것이 "의미"인데, 현대인들은 지금 삶은 많은 영역에서 의미도 없이 "소비하듯이" 치르고 있다.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제넵의 주장 가운데서 재미있는 것은 모든 통과의례는 본래 사회적인 목적에서 치르는데, 거기에 심리적, 상징적 성격이 함께 담겨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 한 상황에서 다른 상황으로 넘어갈 때 물질적 “영역의 통과”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어떤 마을이나 집으로 들어가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통과의례에서는 문, 문지방, 주문(柱門)을 넘어가거나 기둥 아래를 통과하는 절차들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넘어가는 행동"에 심리적으로 통과하는 것과 물질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합쳐져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통과의례는 사람들이 그 전 단계에서는 죽고, 새로운 단계에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인간은 언제나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면서 우주의 새로움에 참여하는 것이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물론 방대한 지료들을 수집해서 인류의 정신 속에 있는 사고체계를 추출해낸 치밀한 성격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넵은 수많은 민족들의 생활사에 대한 기록들을 살펴보면서, 그 안에 담긴 구조(構造)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현대인들이 마치 우물가에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지금은 많이 잊어버린 옛날의 습속들과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놀라움과 함께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무의식에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22. 9. 20. 月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