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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설계… 한국적 특성 반영 미흡 한일로 보타 작품… 지역성 찾아보기 힘들어 범어동 美 펠리 설계한 광화문교보 축소판
#외국건축가의 눈으로 본 지역성의 표현 한계 대구에서 외국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몇 안 되는 건물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건물이 한일로에 있는 교보빌딩이다(이하 보타 교보). 이 건물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작품인데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건설된 삼성 리움미술관의 고 미술관 건물과 강남의 교보사옥이 그 대표작이다. 이 건물과 비교할 또 다른 세계적인 외국건축가인 미국의 시저 펠리가 설계한 건물이 있는데 묘하게도 그것은 달구벌대로의 동쪽, 대구은행 본점 옆과 서쪽, 두류네거리 옆에 있는 교보빌딩이다(이하 펠리 교보). 같은 기업에서 건설한 다른 특성을 가진 건물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은 재미있다. 우선 건축주인 교보그룹의 사주인 고 신용호 회장의 건축에 대한 열정이다. 이미 건축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는 해외여행 중에 본 자기 맘에 드는 건물의 설계자를 찾아서 그룹의 사옥설계를 의뢰했다. 그 첫 번째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이다. 이 건물은 앞서 말한 미국의 시저 펠리 ― 9·11테러로 파괴된 무역센터 옆의 월드 파이낸셜센터와 말레이시아의 쌍둥이빌딩인 페트로나스타워 등의 수많은 작품을 설계함 ― 의 디자인이다. 처음에 그는 육각형 쌍둥이 빌딩을 설계안으로 제시했으나 주일 미 대사관과 같은 형태를 원한 건축주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현재의 광화문 교보가 된 것이다. 결국 그 건물은 일본의 미 대사관과 사촌 격이다. 일본적 특성을 찾은 결과로 고동색 원기둥과 갈색 타일 벽으로 된 주일 미 대사관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이 대지에 따른 규모만 다를 뿐 한국 땅에 그대로 세워진 것이고, 그것의 축소판이 대구의 교보인 것이다. 건축주의 개인적 취향으로 인해 결국 건축가 스스로 후에 애정을 별로 갖지 못한 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진정한 건축가가 장소와 문화가 다르다 해도 똑같은 복사본을 만들고 싶을까.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리오 보타에 의한 강남의 두 번째 교보사옥은 다르다. 보타의 개성 ― 그는 벽돌을 사용한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즐겨 만든다 ― 은 당연히 담겨 있지만 그것은 다른 보타의 건물과 차별화되는 독특함이 있다. 건축주가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건축가가 설계한 무려 9년간의 긴 시간을 인내한 덕택인지도 모른다. 우린 여기서 건축주에게 필요한 수준 높은 의식과 설계자를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건축가가 자존심과 신뢰감을 가져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건물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만드는 공동작품 대구의 교보빌딩은 펠리가 직접 한 것은 아니나 건축적 특징은 서울 교보사옥 설계에서 그가 사용한 형태어휘와 기법을 그대로 따른 서울 사옥의 축소판이다. 펠리 교보는 동양적 특성을 기둥과 벽면 그리고 색채에까지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비록 그것이 일본적 특성으로 해석했다 해도 그 정도로 지역성을 고려한 것은 외국건축가로서 잘한 것이다. 왜냐하면 서양 건축전문가의 눈으로 한국적인 것과 중국·일본적인 것의 차이를 알고 작업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보타 교보는 서울 강남 교보와도 다른 형태의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본 보타의 다른 건물과 비교해 볼 때 패턴과 형태에서 유사함 ― 특히 전면진입부의 캐노피나 최상부의 철골 트러스 그리고 대칭적 형태 등 ― 은 엿보이지만 적어도 외벽에 사용된 석재와 그 표면의 금속 포인트는 독특한 부분이라 생각된다(스위스 티치노에 있는 국립청소년 스포츠센터의 정문에 금속 포인트가 사용되고 있으나 기법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건물에서 우리의 지역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이 건물이 유럽 혹은 중국의 어느 지역에 선다고 해도 한국적 특성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타 교보는 그냥 보타적인 것이다. #스스로 우리 건축 다시보기 잠깐의 비교를 통해 볼 때 우리는 건축가 코르뷔제의 인도 샨디갈 작업에서부터 나타난 건축에서의 고전인 "건축은 그 지역의 특성 ― 문화, 생활방식, 기후, 재료 등 ― 과 장소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스스로 얼마나 추구하는가에 대한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어서 지역에서 설계되는 많은 건물의 건축주와 건축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과연 어떨까. 또 이 지역의 건축인들은 세계화의 추세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