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의 원이름은 무엇일까요? 화엄경 이름이 <화엄경>이지 다른 게 또 있겠는지요 원이름이 무엇이냐를 논하기에 앞서 왜 하필 화엄경을 택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아폴로 11호 달 탐사와 관련해 한 연설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때가 서기 1962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꼬박 60년 전입니다 당시 미국과 소련(소비에트 연방)은 달 탐사를 놓고 경쟁을 벌였지요 아니, 달 탐사는 우선 둘째 치고 핵무기 개발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누가 더 강한 핵무기를 만들 지 양국이 눈에 핏줄을 세웠습니다 1969. 7. 16~1969. 7. 20 나흘에 걸쳐 달 탐사는 성공했는데 존 F. 커네디 연설이 특히 재미있습니다
"혹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의 목표로 왜 달을 택했는지 그들은 어찌하여 가장 높은 산을 왜 오르는지 묻지 않을까요? 우리는 달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달로 갈 것입니다. 우리는 10년 이내에 달에 갈 것이며 다른 일들도 잘 해낼 것입니다. 이 일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하려는 것입니다."
그의 연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얼핏 보면 뜻이 명확하지 않지요 그러나 의지가 매우 굳습니다 내용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입니다 나의 화엄경 선택도 그와 똑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화엄경을 놓고 왜 하필 화엄경이나 묻는다면 내 답변은 아주 단순합니다 '대방광불화엄경'이라고
이름에 담긴 뜻은 좀 미루더라도 이름 그 자체는 이러합니다 대방광불화엄경입니다 한자로 '大方廣佛華嚴經'이며 산스크리트語로는 아래와 같습니다 부다 아바탐사카 나마 마하 바이풀랴 수트라 Buddha avatamsaka nama maha vaipulya sutra
화엄은 변화變化의 경전입니다 주역周易이 주나라 때 지은 변역易의 실상을 표현한 경이듯 화엄경은 꿈틀대는 변화 자체입니다 화엄경은 주역처럼 그 이름에 변역과 변화가 들어있지 않다고요? 진리는 부동不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끝없은 운동의 법칙입니다 생명은 살아서 끊임없이 움직이나 생명 없는 무생물도 움직입니다
그래서 청량국사淸涼國師 징관澄觀은 <화엄경 소초疏抄>에서 말합니다 '왕복往復은 무제無際나 동정動靜은 일원一源'이라고 오가는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지만 동動과 정靜은 근원이 하나라고 이를 바꾸어 표현할 때 명확합니다 동과 정이 근원이 하나이긴 하나 이 둘은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가이아Gaia 이론'도 있으나 화엄에서 이미 표현한 논리입니다
언제 보더라도 하늘은 여전하고 지구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듯싶으나 움직임 없는 하늘이 있을 수 없듯 지구는 찰나도 멈추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지구는 하루 24시간 동안 시속 1,666km로 자전하고 동시에 시속 108,000km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구는 공전, 자전만이 아니라 지각 아래서 계속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는 으레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저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은 겉으로 움직이는 외형적인 모습 말고도 안에서 소리없이 움직입니다 가령 산소酸素를 빨아들이지 않고 몸에서 탄소炭素를 내놓지 않으며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지 않고 체내 운동이 모두 멈춘다면 과연 살아있다 할 수 있겠는지요
화엄은 이처럼 변화의 세계입니다 다시 말해 코스모스가 화엄이고 이 지구 자체가 화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화엄이고 하늘을 나는 새와 곤충들이며 땅 위와 땅속의 뭇 생명이 화엄이며 민물과 바다에서 숨 쉬는 숱한 동식물 아주 미세한 생명에 이르기까지 화엄 아닌 게 전혀 없습니다 생명의 유무와 상관이 없지요 구름도 바람도 흙도 물도 화엄입니다
화엄경 경제經題를 간단하게 표현한 청량국사 왕복서往復序 끝 무렵에 대방광불화엄경 풀이가 있습니다 미리 간단히 소개합니다만 청량국사 왕복서는 아름답습니다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반大敎班 시절 왕복서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지요 이를 사언절四言節로 옮겼는데 일부를 원문과 함께 싣습니다 그 뜻이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