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서 우산을 가지고 갔다.
묵호노인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4시간을 걸었다.
jeep을 팔고 걸어다니는 것에 즐거움을 깨달았다.
10년전에 살았던 등대아파트 101동 404호가 궁금했다.
부곡동을 지나 발한동을 지나서 묵호진동으로 돌았다. 도중에 망상동사무소 화장실에 들려서 해결하고, 해맞이길로 들어섰다.
1.그대로
대부분 그대로였다.
27년전 해맞이길, 삼성아파트, 진성아파트, 길가에 가로수, 주유소, 묵호등대, 동해바다, 해맞이 공원의 운동기구, 소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호박넝쿨, 유지태 이영애 주연의 ‘봄날은 간다’ 영화를 찍었던 삼원 아파트, 내가 살았던 101동 404호, 단단한 나의 男根, 딸들이 살았던 104동 404호, 묵호항, 말레지아로 홍게를 얼려서 보냈던 묵호항 냉동공장, 내가 드나들었던 신일이발소,
동문산을 오르는 세갈래 길 게구석길, 산제골길, 논골길, 묵호동사무소, 묵호동사무소 앞의 어린이집, 논골담길, 내가 20년간 가자미식해를 거래하고 있는 동남횟집, 신일이발소 형님, 나의 단골 거래처 기성호와 선주 누나, 꽁치 부인 동갑내기 여자친구 미숙이, 내 돈을 3000만원 사기친 커피 파는 년, 오랜만이라서 반갑다고 호박, 대추, 사과, 밤, 고추를 거내주는 동네 할머니, 지금 방송하고 있는 ‘더 풀어 파일러’ 의 집단 사회자 전직 경찰관 출신 프러파일러, 농구선수 출신 거인, 개그맨 출신 사내, 아나운서 출신 남녀, 그리고 10년째 변하지 않는 가자미식해 가격,동문산의 산딸기,.....모두 그대로다.
2.죽음
가자미식해 창업주 동남횟집 할아버지, 내가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한국형 프롤레타리아 형님과 원주 출신 오징어 지게꾼 큰 형님, 내가 살던 아파트 경비반장, 그리고 불타버려서 대머리가 된 동문산 정상, 오동나무, 밤버섯, 할미꽃, 고라니, 맷돼지, 산불초소를 지키던 동네 형님, 망해 버린 아파트 앞의 중국집 젊은 사장, 그리고 사랑했던 내 아내.....모두 죽었다.
3.이쁨
내가 이따금 밥 먹던 아파트 앞의 해맞이 분식 동갑내기 여주인, 동남횟집 마누라, 등대 아파트 여사무원, 묵호동 사무소 앞 어린이집 원장 여자, 아파트 앞의 미장원 여자, 등대 아파트 106동 목사 마누라, 묵호 등대 옆의 종점수퍼 할머니, 배 사고로 남편 죽고 보험금으로 졸부가 된 고기 장사 여자 ,...모두 이뻐졌다.
4. 변함
등대 아파트 앞의 장미넝쿨, 내가 홀로 와서 일하던 동산 민박, 등대 아파트 밑의 허름한 집들, 옆의 펜션들, 해맞이길 옆의 전망좋은 곳에 건물을 짓고 농가주택 민박이라고 사기 치는 서울 놈, 묵호등대 주변의 커피 카페, 오징어 덕장이 먹태 덕장이 된 동네 앞,...모두 변했다.
4시간을 걷고 나니 어느덧 비가 그치고, 나는 동남회집에서 가자미 식해 두통을 사서 우체국 택배로 보내고, 묵호중앙시장에서 돼지 머리 고기와 소주를 사서 원룸형과 마시고, 2차로 옛포항집에 가서 지장수 막걸리를 마셨다.
실컷 자다가 지금 일어났다.
그러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동해바다와 묵호와 나의 글쓰기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