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시 박인희 낭독)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 메어 우는데..
목마와 숙녀 / 박인환 / 박인희
가수 박인희의 *음반에 실려 있는
[목마와 숙녀], 노래라기 보다 시(詩)낭송이다.
195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 박인환
(1926. 8. 15 ~ 1956. 3. 20.)의 詩에,
'비둘기 집' 작곡으로 유명한 작곡가 김기웅
(1936 ~ 2013)이 곡을 쓰고,
가수 겸 방송인 박인희(1945 ~ )가
차분하게 낭송을 한다.
시인 박인환은 6·25전쟁의 체험과
전후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시인이 느낀 한없는 절망과 좌절이
전편에 흐르고 있는 그런 한탄의 시를 썼다.
소중한 가치인 '목마, 숙녀'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그런 노래를.
처음에 나는 박인희가 낭송하는 음성을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음반 재킷의 가사(詩)를 보게 되고,
더 집중해서 들을 수 밖에 ~~~.
제대로 들을려면 **버지니아 울프를 알아야 하고,
***페시미즘도 알아야 한다.
한때는 별거 아닌 지극히 사소한 것,
알아봐야 쓸데 없는 그런 것들도 알고 나면
갑자기 혼자 유식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공연한 겉멋에 취하기도 했다.
다아 ~ 지난 이야기지만 ~~~,
어쨌거나 너나없이 많이들 듣곤 했다.
첫댓글 항상 들어도 좋은 것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