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새로운 전국은행 나온다
김유진 조선비즈 금융부 기자2023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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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30여 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의 등장을 예고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존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으로 변신해 시중은행 간 경쟁을 증진하는 ‘메기’가 되겠다고 공표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 7월 5일 은행권에 신규 시장 참여자 진입을 촉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에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주주 환원정책 점검,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 등 6개 과제가 포함됐다.
시중은행 전환 의사 밝힌 대구은행,
지역에 본점 둔 최초 시중은행 탄생 예고
금융위는 올 초 은행권의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권 경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국내 은행산업의 과점적인 구조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산업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대출의 63.5%, 예금은 74.1%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금리인하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쟁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며 시중은행이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려 국민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첫 번째 주요 과제로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을 시도한다. 먼저,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권 경쟁 촉진과 수익 구조 및 활용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금융회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즉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다. 은행업을 영위한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 영역·규모를 확대하면 단시간 내 안정적이고 실효적인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의사를 밝힌 곳은 대구은행이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자본금 1천억 원 이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지분 보유 한도 4% 등 시중은행 인가 요건을 충족하는지 심사해 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중은행이자 서울이 아닌 지역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이 된다. 수도권 그리고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한다. 은행산업을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라면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에 대한 발표가 선행돼야 신규 인가 신청 및 심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특화전문은행 도입도 추진된다. 특화전문은행은 특정 분야나 고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다. 이 외에도 금융위는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범위 확대,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 검토,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예금 및 대출 금리 차 공시나 대환대출인프라 등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 간 대출?예금 금리 경쟁을 촉진한다.
주담대 중 변동금리 비중 가장 높아…
은행의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 등으로 차주 부담 ↓
두 번째 과제로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를 개선한다. 금리 변동성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시중은행의 금리산정 체계를 점검하는 것이다. 대출금리 내 가산금리 구성 항목의 과대 계상 여부 등 산정·운영 체계의 합리성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금리인상으로 차주의 부담이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고정금리 확대 등 대출구조 개선에도 나선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의 구성은 순수고정 25.7%, 혼합 20.9%, 변동형 56.0%로 변동금리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에 금융위는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구축한다.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목표 비중 관리기준을 장기·고정 금리 대출 확대로
변경하고, 변동금리 대출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평가 보완 지표에 반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
세 번째로는 손실흡수 능력 제고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연체율 상승 등 은행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자본 확충 및 충당금 적립을 유도한다. 이어서 금융위는 네 번째 과제로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를 꼽았다. 이를 위해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에서 오는 수익) 중심의 이자이익에 편중된 은행의 수익구조를 개편한다. 은행의 최근 5년 평균 이자수익 비중은 88%다. 은행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섯 번째 주요 과제로는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주주 환원정책 점검을 내세웠다. 은행권이 예대마진에 의존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임원의 성과급 보수 체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장기성과급 이연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늘리고, 이연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한다. 이와 함께 추후 손실이나 비용이 발생할 경우 성과급을 조정하거나 이연된 보수 지급을 환수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 지급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하는 ‘세이 온 페이(Say-On-Pay)’ 제도를 도입한다. 또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액 공시도 강화한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통해 임원 성과급뿐만 아니라 직원의 성과급 및 희망퇴직금, 배당 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마지막 과제로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도 활성화한다. 은행별로 중장기적인 사회공헌 전략별·단계별 목표를 수립하도록 하고 사회공헌 관련 공시 항목을 취지 및 성격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해 정량적 성과뿐 아니라 정성적 성과도 공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