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건이라 함은 잠금장치 즉 열쇠, 자물통을 통칭한다.
중국에서 열쇠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유명관광지에는 남녀애정의 징표로 자물통을 열쇠로 잠그고
연못이나 강, 바다에 두 사람의 변함없는 사랑을 약속하며 열쇠를 멀리멀리 집어 던진다.
의미는 있으나 보기는 안 좋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은 열쇠의 수가 부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마치 엽전꾸러미 마냥 한 묶음씩 허리에 차고 다닌다.
무겁지도 않은지?
뭐 여기까지야 그 나름의 기호라 그렇다 치더라도
왜 현관문은 일방통행 식으로
밖에서 열쇠가 없으면 문을 못 열게 만들어놨냐는 것이다.
이 습관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나와 같이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수시로 당하는 일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본 일이지만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작년 이맘때 유난히도 춥고 바람이 강하게 불던 어느 날
한달 간 동북출장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청도에 도착했다.
회사에 들러 간단히 업무보고를 마치고 누적된 피로를 잠으로 때우고자 집에 왔는데
전기가 끊어진 것이다.
물업에다 전화로 상황설명을 하니 아파트 현관 입구의 계량기 스위치를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때의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저층아파트인 이층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때 맞추어 큰 박스를 안고 계단을 오르는 사람과 마주쳤다.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 비켜주었다.
그런데 현관문이 박스에 걸려 지나가는 힘에 자동적으로 문이 닫혀버린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일층으로 내려와 스위치를 올리고 다시 문 앞에 서니
그 때서야 닫혀진 문은 떡 하니 나를 외면하고 있다.
싸늘하니 뒷 통수를 때리는 충격은 앞으로 걷잡을 수 없는 고난을 예고한다.
한 겨울 허름한 반바지에 런닝차림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핸드폰도 없고, 엄동설한에 밖으로 나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기가 막힌 마음을 달래줄 담배 한 개피 없다.
개 떨 듯 떨기를 30여분
하늘이 노란 것이 뵈는 게 없다.
미친 놈 널 뛰듯 추위를 이겨내고자 해괴망측한 동작을 반복하다 결국
쪽 팔림을 무릅쓰고 집집마다 벨을 눌러 구조를 요청하기로 작정했다.
4층의 할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나를 보더니 기겁을 한다.
사정이 급하니 상황설명도 안 된다.
허기사 말이 된다 해도 입까지 꽁꽁 얼어붙어있어 말할 수도 없었으리라.
대충 사태를 짐작한 할머니가 열쇠 수리하는 곳에 연락을 해 주었다.
또 그러기를 30분
열쇠 수리공이 문을 여는 순간까지
나의 혼은 쏙 빠져 나가 버렸다.
그리고 3일간을 죽었다가 살아났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열쇠 때문에 크고 작은 일을 겪는 일이 하도 많아
나는 열쇠를 5군데에 보관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휴대하고 다니는 열쇠 하나, 명함지갑에 하나,
회사차에 하나, 사무실에 하나, 집에 하나
이러한 안전장치로 여간 해서는 열쇠 때문에 고생을 안 한다.
이게 다 중국생활에 적응하려는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이다.
그런데 며칠 전 이 5단계의 안정장치가 뚫려버렸다.
년 말이라 모임이 잦다.
그날따라 모임이 중복되었는데
나중의 모임에서 술 한잔 하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었다.
오늘 출근을 위해 잠시라도 눈을 부쳐야지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들 즈음
주머니를 뒤지니 열쇠 꾸러미가 없다.
자주 있는 일이라 개의치 않고 습관적으로 안 주머니의 지갑으로 손이 가는데 어찌 그 또한 허전하다.
가만 생각하니 아침에 옷을 갈아입고 명함지갑을 안 챙겨 가지고 나온 것이다.
난감함을 뒤로하고 나머지 열쇠를 떠올려 보았다.
집안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차에 있는 것은 열쇠꾸러미에 차 키가 달려있으니 무용지물이고
결국 남은 것은 사무실에 있는 것이다.
회사에 들러 경비를 찾으니 이 노인네가 세상 모르고 잠에 골아 떨어져 꿈적도 안한다.
한참 만에야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난 경비를 앞에 두고
야간 경비의 주 임무가 무엇인가? 일장 설교를 한 뒤
사무실을 들러 열쇠를 찾아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
아무튼 자신의 건망증과 중국의 시건장치의 구조가 묘하게 엉키어 또 한번 홍역을 치른 셈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입맛을 쩝쩝 다시다 번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
아파트 앞 화단에 열쇠를 심는 다는 것
아마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제 열쇠가 여섯개가 되는 것이다.
사실 뭐니뭐니해도 이 모든 것이 홀아비의 비애다.
첫댓글 요즘도 쇳대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 바꿔요~ 이참에... 최신식[지문인식,얼굴인식,홍체인식,스마트 카드...] 걸쇠로...요(아... 참, 중국은 문짝 까지 바꾸어야지 헐~...)ㅎㅎ
그러지 않아도 주인한테 부탁해 봤는데~ 반응이 업서요!
ㅎㅎㅎ 대하동님 고생 많이 하셨네요..저한테도 하나 보관 하십시오.^^몇분내로 튀여갈께요..ㅋㅋ
그 것도 좋은 생각인데~
그 단단한 체격에도 감기가 든단 말입니까.. 험험.. 홀로 있다는 것,,, 누가 같이 못있게 말리남


사알살 염장을 지르십니다 그려~
노오란 해바라기가 열쇠를 목에 걸고 올라오면 우짤라꼬!!!!
ㅋㅋ 그래서 열쇠에 끈을 안 달라구~
몇일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듯한데...또 그러 십니까 땅에 뭍어 두신곳도 잊어버리면 ....? 행복한 새해 되시기를...
설마 그 정도까지야! 그리 되면 중증이지!
겨울에 땅 안파질텐데...전 아주 습관적으로 문 닫기 전에 열쇠를 한번 톡톡 칩니다. 이제 아주 습관임..
습관화 되기까지 꼴깍님도 숱한 과정이 있었겠지요!
ㅎㅎㅎㅎ 아니 그 착하고 착하게 생기신 분이 그런 생고생을 ㅋㅋㅋ 하긴 나도 혼자살 때 댄 통으로 당한적이 있지요. ㅋㅋㅋ 그런데 중국의 현관문 (대문이 밖에서 열쇠 외로는 열리지 않게 한 이유가 문화적인 면과 법률적인 면이 있다는군요. 즉 안에서 있는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즉 열어주어야 들어갈수가 있다는 상징의 의미라는군요. 그렇지 않고 그 문을 파손 ,훼손을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즉시 "무단주거침입죄" 로 이를 매우 엄중히 처벌을 한다는군요, 공안 또는 수사당국이 명백한 증거에 의하여 들어가고자 할 때는 사전영장을 발부받아 반드시 열쇠공을 대동한 후 무단으로 열쇠를 처리하고 야만 들어갈 수가 있고 이 또한 안
안에 있는 사람이 영장을 확인하고 " 내가 나갈테니 너희는 내 집에 발을 들여놓지말고 기다려라" 라고 하며는 그 때도 꼼작없이 밖에서 문을 열어 논 상태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데요. 사실 이부분이야 잘 지켜지지야 않겠지만 말입니다. ㅋㅋㅋ 암튼 우리 대하동님 양~첸 링링 빠엔 은 화-이-팅 입니다 . 만복이 있으시길 부처님께 기원드릴께요 ..
댄 통 어떻게 당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코에 피어싱해서 하나는 꽂구 다님 되요..아님 귀걸이하던지,. 더 존 방법은 남들 못보는 배꼽쪽이 권장할 위치인거 같네요
살다님! 피어싱이라는 단어를 쓰면 제가 잘 몰라요.
안됐다 젊디 젊은 나이에..맨날 나보고 핀잔을 주더니만,,,깨소금이다.
흠~ 깨소금이라! 나중 한 됫박 드릴께요!
자랑이다. 에라이~~ 내가 그랬지? 당신 회사 경비.. 조만간 사표 낼 껴. 툭하면 열쇠 달라고 자는 경비를 깨우니.. 암튼 말로 들었을 때보다 글로 보니 더.. 꼬숩다..ㅋㅋ
이따금 진돗개 발령을 해야 경비두 긴장감이 들지!
이른 봄,, 현관 문 앞 계단에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잠겼었죠...반바지에 반팔티...춥고 창피하지만 근처 자주가는 초시로 갔습니다..라오반냥에게 울딸래미 학교에 가서 열쇠 좀 갔다달라고 부탁햇더니 울딸 학교까지 택시타고가서 공부시간에 담임만나 얘기하고는 딸래미 열쇠를 제게 갔다주었던 일이 있어요..^^ㅎㅎㅎ
그 놈의 쓰레기가 문제라~ 다음부터는 집 나설때 들고 나오세요.
전 쇼파에서 자다 열쇠가 쇼파 사이 틈에 들어간걸 모르고 열쇠를 못 찾아서 집에서 굶어죽을뻔 한거랑, 오토바이 열쇠를 집 열쇠로 착각하고 집을 나갔다가 엑스된거.. 아 한번 딴 집 문 앞에서 열쇠 꽂는다고 부시럭 거리다 집주인하고 면대하는 향긋한 경험도 했어요. 하나 더 있다. 빈관에서 밖에 열쇠 꽂아놓고 문닫고 잠잔적도..담날 일어나서 아무리 찾아도 열쇠가 안보며 문밖을 보니 궂건히 꽃혀있더만요.
그럴줄 알았지요! 동변상련을 느끼게 해주는 꼴깍님!
저도예전 동해대주점 한8개월살았읍니다.때는 초겨울이어서 집안에선 반바지 반팔티로 살았는데 청소하다 쓰래기봉투를 오물함에버리러왔다가바닷바람에쾅하고 문이닫히니 이거진짜 황당하데요 옆방은 무슨면접이있는지 면접온사람들로 복도는꽉차있었지 핸드폰도집안에놔두고 나왔지 아래층 프론트로가서 전화간신히얻어직원시켜 키갖고오라하니 한시간이족히지나 왔더라고요 아무리로비라하지만 남들은 두꺼운옷에 나다니는데 내혼자 구석에쭈구려앉아 오가는사람 쳐다보는꼴이란..... 그래도대하동님 보단낫네요. 지난 송년회때 반가웠읍니다.ㅋㅋ
저 역시 반가웠습니다. 자주뵙고 사는 얘기 나눕시다.
엄마랑 이 글과 답글들 읽으면서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조심해야쥥......
요 몇일 자꾸 뒤통수가 간질거리던데~ 호오님이 웃느라고 그랬구만~
하하. 정말로 동감합니다. 저도 몇 년전에 그런 적이 있었었지요. 거의 열쇠 노이로제에 걸려 살았었습니다. 지금도 습관적으로 항상 주머니(바지에 하나 상의에 하나)에 열쇠가 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생하셨네요^*^
에이1님! 금요호프모임에서의 만남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시다.
고생하였습니다. "개떨듯이 떤지" 라는 대목애서 간만에 미소를 지어봅니다.
정신차리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