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우거진 산 속에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토끼는 막 식사를 끝낸 뒤 나무 밑에 누워서 여러 가지 공상을 하고 있었다.
'만일 땅이 무너진다면 나는 틀림없이 죽겠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토끼는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때 나무에서 도토리 한 알이 툭 떨어졌다. 그소리에 놀란 토끼는
틀림없이 땅이 무너지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달아나는 토끼를 본 다른 토끼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큰일 났어. 지금 땅이 무너지고 있어!"
이 말을 들은 다른 토끼도 그 토기를 따라 덩달아 내달렸다.
토끼는 만나는 토끼마다 "땅이 무너진다!" 하고 소리치며 도망쳤다.
그러자 그 뒤를 이어 수많은 토끼들이 달려갔다.
토끼들이 떼를 지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사슴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땅이 무너지고 있어요!"
사슴도 잔뜩 겁에 질려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다음에는 돼지, 다음에는 물소, 다음에는 호랑이, 다음에는 코끼리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땅이 무너진다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아났다.
한 마리의 사자가 달아나는 무리를 보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지금 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자는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땅이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들이 뭔가 오해한 것이리라.
지금 내가 나서지 않으면 저들은 곧 서쪽 바다에 빠져 죽고 말 것이다."
사자는 얼른 그들을 막아서며 큰 소리로 세 번 울부짖었다.
그제야 짐승들은 모두 놀라 멈추어 섰다. 사자는 그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무엇 때문에 달아나는가?" "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땅이 무너지는 것을 누가 보았는가?" "코끼리들이 알고 있습니다.
사자가 코끼리에게 물었더니 코끼리들은 호랑이 핑계를 댔고,
호랑이는 물소 핑계를 댔고, 물소는 돼지 핑계를 댔다.
다시 돼지는 사슴에게, 사슴은 토기에게 들었다고 했다.
결국 사자는 토끼 앞까지 이르렀다. 사자가 물었다.
"너는 어째서 땅이 무너진다고 했는가?"
"저는 틀림없이 땅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디에서 들었는가?" "저쪽 산기슭 큰 나무 아래서 들었습니다."
사자는 토끼를 앞세우고 큰 나무 밑으로 향했다.
"바로 이곳에서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자가 나무 아래를 살펴보니 잘 익은 도토리 하나가 떨어져 이있을 뿐이었다.
출전 : <본생경> 322 /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권38
<예기禮記> 곡례상曲禮上에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레가 한 번 울리면 다른 것들이 함께 소리를 낸다는 말이니,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동조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追友江南' 는 말과 같다.
그릇이 작은 사람은 자신의 줏대를 세우지 못하고, 남의 말을 쉽게 곧이 듣는다.
그런 사람은 단순히 듣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고, 행동까지 좇아 한다.
그러나 그릇이 큰 사람은 남의 말에 따르기 전에 먼저 그 근원을 살펴 이치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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