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써늘한 그늘이 드리워진 개금역 4번 출구는 쌀쌀한 날씨에 덩그러니 을씨년스럽다.
찢어진 철망사이로 경부선 철로길은 만날 일이 없다는 듯, 상행성 하행선 평행선으로
만 뻗어있다. 더 춥게 보인다. 축구시합을 했었던 개금초등학교 넓은 운동장은 교실
인지 부속건물인지 야금야금 좁혀져 축구시합이 불가능해 보인다.
개금동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와 동서고가도로 밑 산복도로를 건너고 개림
초등학교를 지나면, 콘크리트 임도길이 시작된다. 비탈길의 오르막이 길게 이어져 있다.
초입이지만 힘들게 올라간다. 멋진 정자가 나오는 쉼터에 도착한다. 먼저 온 산책객 두 분
이 있지만 염치 불고하고 등산화 벗고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에 젖어들고, 울산 웅촌막걸리
에 빠져든다.
마른오징어에 오늘은 편육이 아니고 부추전이다. 벌써 4잔째! 이젠 여유를 가져본다. 평탄한
흙길을 쉬엄쉬엄 걸어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따뜻하고 체육시설이 잘 가꾸어진 공터에서
풍성한 점심 식사자리를 펼친다. 좁고 평탄한 흙길을 걷다, 또 널따란 평탄하고 편안한 흙길도
천천히 걸어 선암사에 도착한다. 절집이 양적으로만 팽창해 짜임새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선암사를 벗어나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가며, 백양산 바람고개 밑 널따란 임도길을 또 걷는다.
발에 작은 돌들이 차이고 채여 성가시지만 성지곡 수원지의 특색 있는 매끈매끈한 측백나무의
하늘로 치솟은 풍경을 바라보며 쉬엄쉬엄 걸어, 수량 풍부한 수원지 따라 어린이 대공원을 빠져
나오고,
행복한 목욕탕에서 행복한 산후조리를 빠르게 끝내고, 번잡한 장어 숯불구이 집에서 폭탄주의
행복감에 젖어본다. _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