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강재, 너무나 여린 착한 깡패 강재와 중국에서 어머니가 죽으면서 이모에게 찾아가라는 말을 듣고 인천에 홀로 온 장백지.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적이 없고, 다만 서류상으로 부부가 된다. 장백지가 불법체류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미성년자에게 성인 비디오를 팔다가 구류를 살고 나온 강재(최민식)는 동네 오락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3류 깡패이다.
뒷골목 동기인 친구는 어엿한 조직의 보스가 되어 있지만, 강재는 조직 안에서 나이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런 강재에게 아내(장백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내가 죽었으니 와서 장례를 치르라는 것이다.
중국인 불법체류자에게 호적을 판 덕분에 생긴 아내다. 죽은 아내의 뒷수습을 하러 떠난 기차 안에서 그녀가 남긴 편지를 읽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신 분이라며 고맙다고 거듭 말하는 그녀의 글은 강재의 마음을 움직인다.
또한 이후 알게 된 그녀의 행적들은 그를 통곡하게 만든다.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강재는 귀향을 결심한 채, 조직을 위해 감옥에 대신 가달라는 보스의 제안마저 거절한다.
歸鄕을 위해 짐을 싸던 중 우연히 후배의 비디오에서 바닷가를 거니는 파이란의 모습을 발견하고 회한에 잠긴 그의 목에 누군가 갑자기 밧줄을 감는다. 결국 강재는 그대로 숨을 거둔다.
「파이란」은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한 작품이다.
「파이란」은 그림처럼 예쁜 집에 사는 주인공들이 공감할 수 없는 갈등을 겪는 당대의 한국 멜로영화와는 달리, 사회 주변부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은 묘사와 더불어 의미심장한 사회성까지 내포한 작품이다.
파이란은 白蘭(하얀 난초)를 말하며,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다.
장백지의 한국 이름이 백란이다.
몇 번이고 본 영화이고,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