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대전역 건너편 중구 중동에는 1955년 창업하여 67년이 된 대전의 설렁탕 원조집으로 알려진 '한밭식당'을 찾았다. 제국주의 일본이 러일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경부선철도 노선을 보다 직선화하면서 대전역 신설이 결정됐고 많은 왜인이 그 경제효과를 위해 대전에 몰려들면서 대전이란 근대도시가 태어났다.
대전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1955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5년 후로 그 당시에 설렁탕 한 그릇의 의미는 지금처럼 풍성하게 넘쳐나는 음식물과 비교는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한국전쟁으로 전국 방방곡곡, 8도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지금까지 성장해온 식당이다. 오랜만에 찾은 전통의 설렁탕집 한밭식당은 코로나19로 인해 옛날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줄을 서 기다리곤 했다.
한밭식당의 설렁탕은 국물이 일품으로 고기야 일반적이라 맛이 다르다는 느낌은 없지만, 국물은 고소하다. 오래된 건물에 허술한 듯 보이지만 실내는 깔끔하게 정리 정돈 되었고 큼지막한 깍두기 세 덩어리는 가위로 서걱서걱 잘라서 먹기는 변함이 없다.
설렁탕은 대전지역에서 전래한 음식은 아니지만 대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구즉 도토리묵, 숯골 냉면, 대전 양반돌솥밥, 대청호 민물고기 매운탕 그리고 대전 양반삼계탕과 함께 대전의 대표 음식인 대전 육미(六味) 중 하나이다.
오래된 노포로 설렁탕 원조집에 왔으니 당연히 설렁탕(9천 원)을 주문했다. 특히, 깍두기가 맛있기로 소문이 난 식당인데 실제로 먹어보니 헛소문이 아니다. 한우 뼈를 5시간 이상 푹 삶아 만든 육수에 살코기를 넣고 푹 끓여낸 진하고 뽀얀 설렁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현미가 든 공기밥을 설렁탕에 말아서 진한 국물과 살코기를 함께 먹으니 정말 담백하고 보약을 한 사발 먹는 것처럼 든든하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설렁탕 뚝배기를 깨끗이 비웠다. 앞으로도 대전의 설렁탕 원조집으로 한결같은 맛과 전통을 이어 갈 것으로 기대된다. 세월만큼 국물도 더욱 진한 대전의 전통음식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구항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