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분수와 이사 오입
최 병 창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쌀쌀하다
전형적인
미각의 상실이 가져온 뒷맛 같다
누가 쫓아오는지
꼭 쫓기는 그림자처럼
자고로 느끼는 맛이란
미각 청각 후각 촉각이 있다지만
그중에서도 우선하는 것은
미각이라 했는데
입맛이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4계가 엊그제 같은데
2계만 남고 나머지 2계는
행방을 반올림한 지 오래이다
그것도 사사오입이란
구태의연한 계산법으로
오랜 시간의 경험과
짧은 시간의 경험은
그 속도와 출처가 사뭇 다르다
내용은 같을지 몰라도
숙련의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느끼는 맛의 차이 때문인가
당당하던 4계가
추켜올린 눈을 내리 감으며
그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
전제조건을 잠시 뒤로 미룬다
신경 쓸 것 없다며
바람소리도 전화조차 받지 않는데
그래도 꽃은 피어난다는 약속이
먼저 손을 내밀며 지지를 반증하듯
붉고 붉게 물들고 있다
입맛이 점점 낡아가고
먼저 핀 꽃이 먼저 지고 있다
일상을 따돌린
초 박빙의 순간을
건져 올리기라도 하듯.
< 2014.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