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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언론·개인에 대한 전방위적 통제 강화
◦ 러시아 정부, 반정부·반전 성향의 언론매체 다수에 활동 정지 명령
- 2022년 2월 24일 이후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상황(전쟁)’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로 자국 내 반정부·야권 성향 언론매체 다수에 활동 정지 명령을 내렸다.
- 이에 따라 러시아 내 반정부 성향 독립 언론의 대명사였던 에호 모스크비(Ekho Moskvy)와 도쥐디(Dozhd)는 동년 3월 1일부로,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는 11월 16일부로 러시아 내 뉴스 발행과 송출을 중단하였다.
- 그 결과 많은 언론매체와 언론인이 근거지를 국외로 옮기게 되었다. 예를 들어 도쥐디는 2022년 3월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동년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했다.
◦ 반전 성향 언론인·활동가 ‘외국지원단체(Foreign Agent)’ 지정 또는 반역 혐의 기소
- 2012년 11월 최초 제정, 2022년 7월 확대 개정된 ‘외국지원단체법(Foreign Agent Law)’은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단체의 법무부 등록과 수입·지출 공개를 강제하는 등 반정부 성향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을 제도적으로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본 법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비판하거나 서방의 입장에 동조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을 억압하고 있다.
- 러시아 법무부는 2023년 9월 1일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이자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Dmitri Muratov)를 “외국 플랫폼을 통해 러시아의 외교 및 국내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파”하였다며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하였다.
- 또한, 2023년 4월 17일 모스크바시 법원은 외국 기관(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의 초청으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병원과 학교 폭격을 고발하며 푸틴 정권을 ‘살인자’라고 지칭한 혐의로 구속된 야권 활동가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Vladimir Kara-Murza)에게 국가 반역죄를 적용, 징역 25년을 선고하였다.
◦ ‘군 명예훼손 법(Military Discreditation Law)’ 확대 적용
- 러시아 연방의회 하원 국가두마는 2023년 3월 14일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러시아군, 조직, 및 개인을 비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군 명예훼손 법’을 확대 적용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명예훼손’의 대상이 러시아군에서 전쟁에 관여하는 모든 ‘자원(voluntary) 조직과 개인’으로 확대되고 그 혐의가 입증되는 개인 또는 법인을 최대 15년의 징역형 또는 150만 루블(한화 약 2,07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되었다.
-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비판하여 해당 법안을 위반한 혐의로 2022년 12월 9일 저명한 야권 지도자 일리야 야신(Ilya Yashin)에게 징역 8년 6개월이 선고되었다.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유투버 막심 카츠(Maxim Katz)에게도 같은 혐의로 2023년 8월 23일 궐석 재판을 통해 징역 8년이 선고되었다,
- 확대 개정된 법안은 일반 시민에게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5월 18일 극동 아무르주(Amur Oblast) 지방 법원은 ‘러시아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10여 차례의 포스팅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하였다는 혐의로 53세 시민을 구속, 최장 3년의 징역형을 예고한 바 있다.
☐ 러시아, 국내 반전 의사 표현 극도로 제약
◦ 정부의 전방위적 언론통제로 국내 여론조사 제약
- 독립 여론조사 기관 익스트림스캔(ExtremeScan)의 엘레나 코네바(Elena Koneva)와 여론조사 기관 갤럽(Gallup)의 갈리나 자프리야노바(Galina Zapryanova) 등 여론조사 전문가들은2022년 이후 러시아 국내에서 전쟁 관련 여론조사 진행이 매우 어려워졌음에 동의하였다.
- 반정부·반전 활동가 알렉세이 미냐일로(Alexei Minyaylo)는 러시아 정부가 여론조사를 적극 통제하여 전쟁을 지지하는 다수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 실제로, 러시아 정부가 2022년 9월 21일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이후 부정적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러시아 국내 여론조사 기관들의 동원령 관련 여론조사 실시와 결과 발표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 러시아 시민, 간접적으로 전쟁 반대 의사 표현
◦ 여론조사 스타트업, 차별화된 설문으로 반전 여론 측정 시도
- 익스트림스캔, 크로니클스(Chronicles), 러시아 와처(Russia Watcher), 러시안 필드(Russian Field)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결성된 독립 여론조사 스타트업(startup pollsters)들은 기존 여론조사 기관과 차별화되는 질문과 응답지를 사용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 국내 여론 수집을 시도하고 있다.
- 예를 들어, 익스트림스캔은 전쟁에 대한 견해를 직접적으로 묻는 문항(“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십니까”)보다는 전쟁과 응답자 개인과의 관계를 묻는 문항(“당신은 러시아군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의사가 있습니까” 또는 “당신은 러시아군의 승리가 당신 개인에게 이롭다고 생각하십니까”)을 통해 러시아 시민들의 ‘진심’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네바는 익스트림스캔이 2022년 실시한 6차례의 설문 결과, 전쟁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직접적 문항에서는 55%였지만 관계성 문항에서는 38%로 하락하였다고 설명했다.
- 미냐일로는 설문조사에 ‘응답 거부’의 선택지를 포함하는 것이 러시아 시민들이 그들의 의사를 더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실제 설문조사에서 ‘응답 거부’를 선택한 비율이 약 10%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 ‘작은 피켓’으로 전쟁 반대 의사 표현
- 조직적이고 공개적인 반전 시위와 의사 표현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맞서, 일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방식의 의사 표현과 시위를 기획, 실행하고 있다.
- 예를 들어, 한 시민은 개전 초기 시내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나섰다가 시위대가 무자비하게 진압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찰흙으로 작은 인형을 빚어 반전 구호가 담긴 배너를 붙인 후 사람들이 붐비는 시내 명소에 가져다 두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였다고 밝혔다.
- 실제로 2022년 4월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러시아어와 영어 반전 메시지가 담긴 인형과 장난감 등 이른바 ‘작은 피켓(malenkiy piket)’을 이용한 시위가 2,000여 건 이상 보고되었으며, 관련 이미지들은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Moscow Times, Startup Pollsters Challenge Accepted Wisdom on Russians’ War Support, 2022. 10. 11.
Независимая газета, Ни ВЦИОМ, ни ФОМ не публикуют данные опросов о частичной мобилизации: О молчании социологов, 2022. 10. 17.
The Moscow Times, Duma Votes to Expand Russia’s Military Discreditation Law, 2023. 03. 02.
The Christian Science Monitor, Nuances in the fog: Plumbing for honesty in Russian opnion polls. 2023. 04. 24.
BBC, В России впервые завели уголовное дело о повторной “дискредитации” армии, 2023. 05. 18.
The New York Times, Decoding the Antiwar Messages of Miniature Protesters in Russia, 2023. 06. 16.
BBC, Ukraine war: Russians stage plasticine protests to oppose war, 2023. 07. 27.
Reuters, Russian opposition politician Kara-Murza loses appeal against treason sentence, 2023. 08. 01.
Радио Свобода, Максим Кац заочно приговорён к 8 годам колонии по делу о “фейках”, 2023. 08. 24.
중앙일보, 노벨평화상 받은 언론인, 러시아가 ‘외국 스파이’로 지목했다, 2023. 09. 02.
[관련 정보]
1. 러시아 국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여론 변화 조짐 (2023. 9. 7)
2. 러시아,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망명한 정치활동가에 8년형 선고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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