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가는 데 실 간다.
바늘이 가는 데 실이 항상 뒤따른다는 뜻으로,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01]
최반을. 내가 그애를 처음 만난건 고3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할 때였다.
" 아아악! 지각이잖아! 엄마 왜안깨웠어?! 흐어엉난몰라이제!!"
한번만 더 지각하면 운동장 열두바퀴랬는데...아직 여름이 가시지 않아 쪄죽는 날씨에 운동장 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눈앞을 가린
다. 제발 후문 개구멍아, 살아있어다오.
" 으하하하하!! 역시 나의 개구멍은 날 배신하지 않는단 말이지! 운동장아 굿바이다! 넌 나와 인연이...어? "
" 뭐야, 넌? "
막히지 않은 체 여전히 뚫려있는 개구멍을 보며 춤까지 춰대며 좋아하던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남자애가 있었다.
쫙빠진 몸매에 정말 큰키, 작은 얼굴속에 제자리를 찾아서 딱맞게 위치한 조금 날카로우면서도 큰 편인 눈, 며칠 전에 코 성형
한 내친구 다솜이 뺨치는, 아니 어쩌면 더 높은듯 한 코, 내가 가장 갖고 싶어하던 새빨간 입술. 저건 뭐 연예인 급이잖아?
난 이앞의 남자애가 방금 전 나의 추태를 봤다는 것도 잊은 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기에 바빴다.
삐딱하게 날 바라보는 저시선.. 아 정말 너무 멋있잖아~ 저거 연예인아냐?
" 야 "
목소리도 환상이네 녹는다.녹아.
"야!"
어쩜 인상찌푸리는 모습까지 저렇게 멋있을 수가 있지?
"야! 대답안해? "
" ...........응? "
" 병신이네. 정문으로 가. "
욕하는 모습까지도 멋있... 잠시만, 아가야 지금 뭐라고?
" 뭐라고? "
" 정문 "
" 아니, 그전에. 그전에 뭐? "
" 병신이라고. "
뭔 신? 병신? 이 샤방샤방한 나한테 병신이라고? 아오늘 가지가지 하는 구나. 아침부터 이게 뭔 똥같은 시츄냐 제길..
" 야!!! 뭐? 누구더러 병신이래? 너 좀 잘생겼다고 지금 째는거냐 어? 야야야!!! "
내가 소리를 질러대자 시끄러웠는지 남자애는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고는 긴 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 뭐 저딴게 다있어? 정문으로 가서 미토(미친토끼:학주)한테 죽도록 쳐맞아라!!!! 아자 유시리! 저딴 새끼 없는 셈 치고 오늘하루도
힘차게...!"
" 운동장을 돌자꾸나. 시리야? "
옘병...
" 헤이 실밥 실밥 유실밥~ 오늘도 지각이셔? 개구멍에서 걸렸다지? 운동장 돈 소감은? 운동을 하고나니 좀 상큼발랄해지니? "
" 죽고싶지 한다솜."
" 에이 설마~ 걸, 힘내. 어우야 근데 땀이 뻘뻘 난다. 냄새나니깐 절루 가서 땀좀 닦던지 말리던지 빨아먹던지 하고 오렴. 쟈기~ "
저걸 친구라고.. 별 수 없이 선풍기 앞을 차지 한체 땀을 말리고 있는 나였다. 정말 찝찝하다. 오늘 하루 뭔가 많이 꼬일 듯한 예감
이 팍팍 든다. 대충 몸을 말리고 자리에 들어와 바로 엎드렸다. 제길.. 심신이 고단하다 정말.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담임이 들어왔다. 우리 담임은 착하니깐.. 아침조회쯤이야 잠들어 줘야지.
" 와우! 실밥아, 저거 봐. 쟤봐! 진짜 잘생겼다. 연예인 아냐? "
그래.. 연예인 같은애. 오늘 참 자주 보는구나. 아까 그새끼도 성격이 그 모양이라 그렇지 얼굴은 정말 판타지였어.
" 야야야 유실밥! 좀 일어나봐. 진짜 장난아냐. 우리 인생에도 꽃이 피는 구나!!!"
그 꽃 내가 꺾어주마 한다솜년아.
" 아좀 일어나보라고!!!! "
" 아오. 잠좀자자 잠좀. 꽃은 뭔놈의 꽃! 니가 꽃집녀냐? 꽃꽃거리게? 나 꽃알레르기 있는거 몰라?!!! "
아.. 맙소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반 아이들 모두 나와 다솜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놈의 목청은 정말 쓰잘데기 없이
크기만 하고. 근데도 안쪽팔리는 난 뭐지? 역시 난 끼가 있는 듯 하다. 이참에 연예계로 빠져볼까....가 아니라 쟨 또 왜 여기
있대냐. 아침에 본 성격이 뭐같았던 판타지남이 아침처럼 날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날 빗겨나가지 않는구나.
" 하하하.. 시리야, 조금만 조용히 하고. 오늘 우리반에 전학생이 왔네~ 이름은 최반을이고 반을아? 소개좀 해보고 저기 맨뒤에
앉으면 되겠다. "
" 최반을. 한 학기간 잘지내보자. "
판타지남은 이내 내게서 시선을 떼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개를 했다. 저게 지금 잘지내보자는 말투와 표정이야? 원래 저렇게
삐딱한 무표정인 건가? 아무 표정없는 얼굴. 차가운 말투. 이게 딱 지금 저 애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름이 바늘이라고?
" 푸하하하!!! 바늘? 바늘? 아 미치겠네. 다솜아 쟤 이름이 바늘이래! 얼굴은 저래갖고 이름은 바늘이래!! 개그하냐! "
" 꺄하하 바늘이 뭐야 바늘이~ 그럼 실밥이 너의 운명의 상대인거야? 바늘과 실~? 안되는데 실밥인 내껀데~ "
나와 다솜이 또다시 시선을 집중시키는 짓거리를 하고 말았다. 역시.. 우린 끼가 있는건가? 가뜩이나 무표정이던 판타지남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봤자 안무섭다. 바늘구멍 주제에 풋.
판타지남은 이내 표정을 풀고는 내 뒷자리로 걸어들어왔다. 내 옆을 지나치는데 그에게선 좋은 향기가 났다. 시원한 향기.
나는 뒤를 돌아 웃으며 말을 걸었다.
" 이름이 바늘이라고? 신기하다. 내이름도 신기하지만 니이름은 더신기해. "
" 반을이다. 바늘이 아니라 반을. "
" 응그래. 바늘. "
와.. 최반을? 이 애 좀 재밌다. 끝까지 바늘이라고 하는 내말에 무표정한 얼굴이 조금씩 꿈틀댔다. 첫만남은 좀 별로였지만 꽤나
재밌는애 같네. 물론 얼굴도 잘생겼고.
" 농담이고 한번 잘지내 보자. 우린 이름도 뭔가 연관있잖아? 신기하네. "
" 별로. "
" 아냐 신기해. 근데! 너 아까 미토.. 그니깐 학주 보고 정문으로 간거지! 치사하게. "
" 난 분명히 정문으로 가자고 말했던거 같은데. "
아 그러고 보니 정문으로 가라 그랫었구나. 병신이라는 말에 욱해서 못들은... 정말 병신이 따로없네. 제길. 아무튼 생각했던거
만큼 싸가지가 없는 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단순한건가?
" 아무튼. 앞으로 잘지내보자. 바늘아. "
" 어. 그래. 실밥. "
" 뒤질래!!!! "
이때는 몰랐다. 이 애로 인해 내가 얼마나 많이 변할지. 얼마나 많이 아프게 될지.
그저 교문앞에서 교실안에서 날 지나칠때 나던 시원한 향기와 운명 같이 신기한 이름에 이끌려 덜컥 이 애와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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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파란겨울입니다~
저이번에 처음 소설을 쓰는거라서..ㅠㅠ
모르는것도 너무 많고 걱정이 많이 되네요.
정말 많이 부족한거 알지만 그래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첫댓글 재밋어용 ㅋㅋㅋㅋ
아아아감사해요ㅠㅠ반응이없어서우울햇는데!!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