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폴로 13호 극한의 생존기'(피터 미들턴 연출 98분)를 지난 10일 감상하기 시작했는데 10분쯤 봤을 때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첫 상업 우주 유영을 위한 스페이스X 우주선 팰컨 발사 성공'을 알리고 있었다. 12일 오후 7시 51분(한국시간)쯤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이 우주유영을 시작했고, 18분 뒤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사라 길리스의 우주 유영이 시작됐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봤는데 그 감격을 간지하고 이 다큐 영화를 보면 좋을 것 같다. 아래 기사를 참고하면 되겠다.
아, 론 하워드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아폴로 13호'(1995)를 떠올렸다면 상당한 영화 팬임을 인증한 것이다. 영화 속에 짐 러벌의 아내 매럴린이 한 대사가 유명하다. "기자 나리들이 우리 남편 등이 달에 간다고 할 때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죽게 생겼다니까 이렇게들 몰려 오시네요"라고 비아냥댄 것이었다.
그런데 무려 54년 전 일이고, 영화를 본 것도 까마득한 옛날이라 아폴로 13호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감감할텐데 이 다큐는 상당히 재미있게 만들어졌다. 당시 짐 러벌 선장 등이 선내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유영하게 만들어 놓고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 흐르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청취하는 일로 시간을 죽였던 동영상이 나오는데 상당히 감명 깊었다.
또 선내 유리창을 통해 저유명한 'EarthRise'를 감상하는 동영상이 나오는데 실제 아폴로 13호에서 촬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데 가져다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상당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출발 사흘 전 켄 매팅리가 홍역으로 다른 요원으로 대체됐고, 발사 직후 5번 엔진이 멈추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련이 잇따랐다. 13이란 불길한 숫자에 대한 두려움을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갖고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미국 중부 시간으로 1970년 4월 13일 오후 1시(13시) 13분에 발사됐다.
인터뷰도 하나같이 실제 상황과 매끈하게 맞물려 있어서 약간 과장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국내 한 블로거는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봤다가 굉장히 몰입해서 감상했을 정도로 재미있는데 우주에 대한 환상이 전혀 없어도 누구나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점도 칭찬하고 싶다'고 적었다.
인류의 첫 달 착륙 10개월 만에 미 항공우주국(NASA)이 쫓기듯 아폴로 13호를 발사할 수 밖에 없었던 냉전 경쟁이란 시대 상황도 잘 묘사했다. 당시 케이프케너배럴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로켓이 폭발하곤 했다는 믿기지 않는 내레이션도 흘러나왔다. 흔히 아폴로 13호의 임무 실패는 실패학 관점에서 가장 성공한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정신 없이 이 다큐에 빠져들었다가 나오면서 깨달은 것은 이런 실패 끝에 지금 미국의 항공우주 산업이 발전했다는 것이었다.
달에 착륙해야 했던 아폴로 11호와 달리 지구로부터 32만km 떨어진 지점에서 달 착륙을 포기하고 지구로 귀환해야 하는 결정이 내려졌는데 곧바로 귀환하지 않고 달의 높은 궤도에 올라가 선회한 뒤 중력을 이용해 지구로 돌아왔기 때문에 40만km를 날아가 지구로부터 가장 먼 거리를 나간 인류로 기록된다.
그 귀환 과정의 아찔함, 아슬아슬함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왜 달로,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웅변한다.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확률이 10%로 꼽히던 아폴로 13호의 우주 비행사들과 NASA 관제센터 요원들의 일거수일투족, 표정을 긴박하게 물리는 연출력이 대단하다.
한 가지 덧붙일 얘기는 음악이다. 전반적으로 앰비언트 류의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일종의 오마주로, 앞에서도 말했듯 실제로 아폴로 13호 선내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음악이 흘러나왔던 것처럼 그 영화에 흘러나왔던 음악들이 나온다. 큐브릭 영화에서는 원인이 뼈다귀를 들어 던졌을 때 카메라가 하늘로 향해 군사위성으로 바뀌며 슈트라우스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흘러나왔고, 목성 탐사선이 우주를 유영할 때 하차투리안의 '가야네 발레 모음곡'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