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선거 제도 도입 후 첫 합의 추대로 선출된 총무원장 진우스님 취임 50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종단 안팎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겠다’는 약속 아래
더 낮은 곳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총무원장 진우스님에게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 남다르다.
사진은 취임 50일차인 11월16일 서울 조계사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수능 기도로 북적이는 가운데서도 108배로 아침을 열었다.
업무 시작 전 조계사에서 매일 108배
집행부 모습에 동참하는 신도도 여럿
취임 법회부터 시작된 ‘소통’ 행보
대중 눈높이 맞추기 위한 노력 눈길
새 집행부 사업엔 강한 의지 표명도
경주 직접 찾으며...정부·지자체 관심
‘열암곡 마애부처님’ 입불 추진 활력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분향소 걸음
전국 2000개 사찰 현수막 게시하며
‘이웃과 아픔 나누는 불교’ 모습 보여
총무원장 취임 50일 차인 11월16일 오전7시30분 서울 조계사 대웅전.
차가운 공기와 새벽 어스름을 깨고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법당으로 들어서자
아침 예불을 하던 신도들 시선이 쏠렸다.
사서 지현스님 죽비 소리에 맞춰 시작된 108배. 졸린 눈을 비벼 가며
다라니 기도를 외우던 신도 몇몇이 다시금 자세를 고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쉬지 않고 몸을 일으키고 낮추는 집행부 스님들을 따라
익숙하게 절을 시작한 신도도 여럿 있었다.
업무 시작 전 대중 속에서 매일 아침 108배를 올려온 스님들 모습이
낯설게 다가오지 만은 않은 까닭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이끄는 제37대 집행부가 출범한 지 50일이 넘었다.
합의 추대로 일찍이 단일 후보에 오르며 당선인 신분으로 소통 행보에 나섰던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업무를 시작한 후에도 중앙과 지역을 오가며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취임 직후부터 잇따른 외부 인사들의 예방, 종무행정 실무 책임자로서의 내부 업무 등
공식 및 비공식 일정이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를 열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10월28일, 동안거 결제일인 11월8일 새벽에도
조계사 대웅전에서 절을 올리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부터 한 사람의 수행자, 한 사람의 원력 보살이 되겠다’는 약속이 어깨에 걸린 탓이다.
더 낮고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 ‘소통하는
총무원장’이 되겠다는 다짐은 취임 첫날부터 시작됐다.
진심, 신심, 공심을 언급한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국민과 함께 하는 불교,
대중에게 먼저 다가서는 불교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 법회에서의 선언 후 우정국로로 이동해 환호하는 대중들에게 다가가
거침없이 하이파이브를 하는가 하면 몰려드는 사진 요청에도 기꺼이 응했다.
자리를 떠나면서도 “따로 인사말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일들을 사력을 다해 실현시킬 수 있도록,
이 모든 일을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대중과 눈을 맞추기 위한 노력, 종단 최고 지도자로서
권위를 내려놓으려는 시도였다.
법상 위 높은 곳에 올라 인파들로 에워싸인 종단 수장을
멀리서 바라봐야 했던 대중들로서는 신선한 모습이었다.
취임 34일 만인 10월31일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모시기’
고불식을 위해 마애부처님이 계신 경주 남산 현장을 직접 찾은 것도 화제가 됐다.
가파르고 비좁아 오르기 쉽지 않은 남산 중턱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가사 장삼을 수하고 집행부 스님들과 함께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 관심이 자연스레 모였다.
산 한 가운데 마애부처님을 둘러싼 100여 명 인파,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지금껏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 부처님을 생각하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반드시 부처님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원력으로 임하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애부처님 관련 연구 용역 조사 등을 맡고 있는 경주시 주낙영 시장은 물론
경북도 등 지자체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등 정부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한 자리,
‘쓰러진 마애부처님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발언에
마애부처님을 대하는 정부와 지자체 보존 관리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날 올린 고불식을 기점으로 15년 가까이 지연돼 왔던 ‘입불’이
이제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속도를 내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의 행보는 사회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아픔을 나누겠다는 종단의 ‘동체대비(同體大悲)’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취임 35일차인 11월1일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광장을 찾았다.
개신교 천주교 등 7대 종교 지도자들은 물론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과 함께
불교계, 종교계를 대표해 추모 기도를 올렸다.
방명록에는 ‘두 번 다시 참사가 없어야 하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고 썼다.
인터뷰에선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애도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분향소를 다녀온 그날
전국 2000여 개 사찰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지시에 따른 종단 공식 지침이었다.
‘뜻밖의 사고로 생을 달리한 꽃다운 영가님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가
곳곳에 걸리며 절을 찾는 이들 모두 영가를 위로하고 사회 아픔을 함께 나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1월4일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이태원 참사 희생 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주최함은 물론
다른 이유로 총무원을 찾는 이들에게도 “참사로 인한 사회적 아픔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사회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반복해 이야기했다.
첫 합의 추대로 선출된 총무원장 취임 50일,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종단 안팎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1월16일에도 어김없이 108배를 끝낸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갑작스런 질문에도 흔쾌히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108배를 하며 매일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엔 세 글자로 답했다.
‘방하착(放下着)’, 마음 속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한 사람의 수행자로서 수행 정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마음,
종단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 한국 불교가 잘돼야 불자 뿐 아니라
국민들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마음,
너와 내가 따로 없이 모두가 성불하길 바라는
자타일시성불도(自他一時成佛道)의 마음, 그런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겠다’는 약속 아래
더 낮은 곳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총무원장 진우스님에게 거는 기대는 그래서 더 남다르다.
취임 한달 차인 10월28일 업무 시작 전 사람 없는 조계사 대웅전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108배를 하고 있다.
동안거 결제일인 11월8일 새벽에도
조계사 대웅전에서 절을 올리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쉽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