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후 언론보도 분석
개통 보름이 지난 고속철도에 대해 일부 언론과 인터넷에서 매서운 비판을 가하는데 대해 책임 있는 철도직원으로서 우선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리는 한편, 깊은 이해를 구하는 심정으로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자 합니다.
지적된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 고속철도 개통 이후 잇단 고장 및 이에 따른 지연운행이 20여 차례가 넘어 고속열차가 빠른 속도는 물론 안전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
둘째 꿈의 열차라는 고속열차가 역방향 좌석, 들리지 않는 TV, 터널 소음 등 새마을호 보다 못하며 인터넷 예약 등 발매시스템도 혼란스럽다는 등의 각종 서비스 부족에 대한 비판,
셋째 일반열차가 과잉 감축되었고 서비스는 저하되었는데도 통근·통학요금 등 서민부담이 가중되었다는 비판입니다.
특히, 고속철이 이 같은 문제점을 안고 달리는 것은 총선용이라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개통시기를 앞당겨 만반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함께 고속철도가 고속신선으로만 운행하지 않고 기존선을 활용하여 운행하는 '반신불수'이며,
호남선 전철화사업으로 20량짜리 KTX를 투입하여 승차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도 그 준비부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외국의 사례에 비춘 운영상황 평가
그러나 같은 상황을 두고 철도 전문가, 특히 선진 외국의 철도관련 전문가의 평가는 국내 언론의 평가와는 정 반대로 KTX의 성공적 개통을 축하하며 너무 놀랍고 부럽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철도관련 각종 국제회의에서 사례발표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프랑스국철은 TGV를 개발하여 20여년을 운영하고 있어 기술력이 월등함에도 2001년 6월 지중해선을 개통한 후 잦은 장애로 첫 한달간 정시율이 75%에 머물렀고 90%대의 정시율에 도달하는데 6개월이 걸렸으며,
스페인의 AVE는 전 구간을 고속신선으로 건설했고 1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데 3개월(KTX의 경우 14일)이 소요될 정도로 열차횟수가 적음에도 고속선에서 300km/h의 최고속도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여객철도운영사인 Amtrak도 동북회랑인 뉴욕-보스턴 구간 기존선을 개량하여 고속열차 Acela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는데, 1999년 말 개통계획이 차량결함으로 2000년 12월로 늦춰졌으며 개통당일 1개 열차만 투입 가능하였고,
2002년에는 20편성 모두 결함이 발견되어 한때 열차운행을 전면 중단하였으며 정시율이 70%대에 머물렀습니다.
우리 KTX는 개통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고속신선에서 300 km/h의 최고속도를 유지하며 매일 평균 7∼8만 여명의 승객을 97%대에 달하는 정시율로 계획된 열차를 100% 운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속철도 개통 당일에 일반열차도 전면적으로 개편하였지만 조그만 오류도 없이 새로운 열차시각표에 따라 정상운행 하였습니다.
개통 후 시스템 안정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가 개통초기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인한 수 차례의 장애로 100% 완벽한 운행을 기대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참으로 죄송스럽습니다.
1999년 말부터 시작된 고속철도 설계입증시험, 고속열차 인수시험, 2003년 5월부터의 기존선 적합성시험, 8월부터의 동적통합시험, 금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전 구간 상업시운전 등 충분한 기간동안 시운전을 시행하면서 대부분의 문제점을 발굴하여 시정하여 왔지만, 영업운행 과정에서 해결할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된 컴퓨터로 제어되기 때문에 고속열차는 일반열차와 달리 사소한 트러블만 있어도 속도를 자동으로 낮추도록 작동되므로 열차가 지연되는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지연운행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전을 담보하는 것입니다.
일부 고객께는 약속된 운행시간을 지켜드리지 못해 매우 송구하지만 25분 이상 지연될 경우 운임의 25∼30%, 50분 이상 지연될 경우 50∼60%의 지연료를 환불해드리므로 결과적으로 새마을호 열차보다 빨리 도착하면서도 더 저렴하게 여행하게 되었다고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요?
KTX 1개편성은 약 3백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각의 부품들이 완벽한 품질로 제작됨은 물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립되어야 전체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개통 전 시운전을 외국 철도에 비해 더 오랜 기간 시행하며 주요한 문제점들은 대부분 발굴하여 해결하였으나, 아무래도 영업운행시의 조건이 시운전 할 때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시스템이 정상상태로 안정화될 때까지는 통상적으로 3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고속철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알기에 우리 철도직원들은 시스템 안정화시기를 앞당기도록 몇 개월 째 휴일도 잊은 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방향 좌석 등 고속열차 서비스 개선에 대하여
일부 고객의 불만이 높은 KTX 일반실의 역방향 의자와 일부 터널 통과시 소음은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철도에서는 대부분 우리 KTX와 같은 방식의 고정식 의자를 채택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모형객차를 전시하며 고객의 의견을 수렴함과 동시에 전문연구기관의 조사를 거쳐 경제성과 운용성이 뛰어난 고정식 의자를 도입하였습니다.
차표 발매시 우선 정방향 좌석부터 팔리도록 하였기 때문에 승차율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승객은 정방향으로 여행할 수 있습니다만, 어쩔 수없이 역방향 좌석으로 여행하시는 승객에게는 예약발매시스템을 수정하여 6월부터 5%의 할인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역방향 좌석이 많이 비어 다니는 것을 승객들이 싫어해서 타지 않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이러한 좌석발매시스템을 오해한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역방향 좌석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고 고정식 좌석을 회전식으로 바꿀 경우 전체 좌석수가 약 12% 감소함은 물론, 약 1,200억원의 사업비와 2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므로,
우선 몇 개월 운용하면서 기술적 검토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할인정책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개조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 고속철도의 경쟁력 강화측면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터널, 특히 유지보수 생력화를 위해 레일과 침목 밑의 자갈을 콘크리트 슬래브로 바꾼 장대터널에서의 차내 소음문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향후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부 소음이 심한 차량의 경우 밀폐기능을 더욱 강화시키는 한편, 터널 내 흡음재 설치방안 등 다각적 기술적 검토를 시행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입니다.
개통 초기 발매 및 안내시스템의 혼잡문제는 바뀐 제도 시행에 따른 문의 등이 폭주한 일시적 현상이나 우리 청은 인터넷 회선의 증설, 안내 인력의 증원 등으로 바로 조치하였고 현재는 정상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KTX는 약 10년 전 도입계약이 체결되어 90년대 후반에 설계 제작된 차량으로서 차내 방송시스템 등이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설비도 있으며, 이런 부분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여 가급적 조속히 조치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꿈의 열차라고 선전한 KTX가 기대에 못미쳐 고객의 불만이 많다고 비판하지만 새로운 상품을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점을 내세우는 것이며,
실제로 개통 후 설문조사에서도 84%에 달하는 다수의 승객은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15%의 승객이 좌석배치 및 차내소음 등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응답이었습니다.
일부 승객의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언론의 속성 상 실제 고속열차 서비스를 이용해 보지 않은 다수 국민께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까 우려됩니다.
작은 비판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삼겠지만, 실제로 우리 국민의 자부심과 꿈을 실현시킨 고속열차 KTX에 대해 보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반열차 감축으로 서민부담 가중 등의 비판에 대하여
제일 많은 민원과 언론의 비판이 쏟아진 일반열차 감축과 서비스 저하, 주중 할인제도 폐지 등에 대해서도 현실을 정확히 설명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속철도가 기존 경부선 서울∼시흥구간과 대전시내 통과구간, 대구시내 통과구간 및 동대구∼부산 구간을 일반열차와 공용하는 관계로 선로용량과 고속열차로의 수요전가, 고속열차 미정차역의 연계수송 등을 고려하여 경부선의 일반열차 운행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경춘선 등 고속철도와 관계없는 노선까지 통일호 등 서민이 이용하던 열차를 감축한 사유는 고속철도 도입을 계기로 일반철도의 운영능률을 한 단계 향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통일호 열차는 300석의 좌석에 겨우 몇 십명이 승차하는 수준으로서 차량이 노후화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운행수입보다 운행비용이 5∼6배 많은 적자열차이고,
이러한 철도 적자는 결국 일반 국민의 세금으로 귀결되기에 철도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감축이 불가피하였습니다.
최근에는 도로교통의 발달로 대부분 버스 등 대체교통수단이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 교통체계 효율화 차원에서도 단거리의 지역간 소량교통수요를 철도가 계속 담당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특히, 공공성보다는 기업적 효율성을 앞세우도록 지난해 철도구조개혁관련법이 만들어졌고, 이 법에 따라 내년부터 철도청이 공사화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에서 국가예산(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 주지 않는 이상 적자를 많이 내는 열차는 우선적으로 감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경부선과 호남선 등의 일반열차를 재편하는 열차운영계획도 대한교통학회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를 포함하여 폭넓은 검토과정을 거쳤습니다.
참고삼아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면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국가는 고속열차 운행구간의 일반열차는 연계열차를 제외하고 당연히 감축하여 거의 운행하지 않으며,
이웃 일본의 경우도 신간선을 기존선과 독립적으로 건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간선 고속열차가 다니는 도쿄∼오사까 구간을 일반열차로 가려면 열차를 3번 갈아타며 시간도 3배가 더 소요된다고 합니다.
우리 경부선의 경우 약 30분 시격으로 일반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감축을 최소화하였으며, 정차역을 늘렸다고 하나 새마을호의 평균운행속도는 중앙선 등 타 노선보다 더 높다는 점도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주말에 몰리는 수송수요를 주중으로 분산을 유도하기 위해 운영해 왔던 주중 할인제도가 사실상 승객 분산효과가 별로 없어 폐지하고, 대신 조기예매할인 등 다양한 할인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어 일반열차 운임을 일괄적으로 10% 낮추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철도청은 년간 약 400억원의 영업수입 손실이 추정되며 이 손실 또한 정부예산 지원으로 충당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민의 부담을 감안하여 고속열차를 감축해서라도 일반열차를 늘리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진정 서민을 위한다면 차라리 고속열차 요금을 더 낮추어 국가예산이 많이 투입된 고속철도를 '귀족철'로 만들지 말고 서민들도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일반철도 감축에 대한 비난여론에 기대어 고속철도를 완전 신선으로 건설하지 않고 기존선을 개량 활용하여 조기 개통한 것을 '반신불수'라고 비유한 것은,
'조기개통'에 따른 재무적 경제적 효과는 물론 단계적으로 고속신선을 건설하는 계획의 유효성을 애써 외면한 비판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호남선의 고속열차가 경부선에 비해 승차율이 약 50∼60% 수준으로 낮은 것은 호남선 전철화계획을 잘못 추진한 때문이 아니라 원래 호남선의 수요가 경부선 수요의 30%에도 못 미치므로 상대적으로 승차율이 높은 것입니다.
참고삼아 설명 드리면 수송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편성당 20량짜리 열차뿐만 아니라 편성당 10량짜리 열차도 필요한데,
90년대 초 고속차량 도입결정시 경부선을 전면 신선으로 개통한다는 전제하에 수송수요를 계산하여 46편성 전부를 20량(935석)짜리로 도입하도록 결정되었으며,
'98년 외환위기시 고속철도가 단계적 건설계획으로 변경되어 수송수요가 줄고 이에 따라 2006년까지 고속차량 보유대수가 여유가 있게 되어 이를 호남선에도 투입하여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한 것입니다.
2006년이면 편성당 차량수가 적은 차세대 고속열차를 도입하여 호남선 등에 더 높은 빈도로 운행하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고속철도 개통 초기임에도 경쟁 노선의 항공수요가 최대 70%까지 대폭 감소, 서울∼천안 등 단거리 구간을 제외한 고속버스의 경우 20∼35% 감소 등을 기록하고 있어 국내교통체계가 효율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주목하며,
우리 청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나타난 운영상 지적사항들에 대해 몇 개월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질책과 성원을 부탁드리며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지 않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 놓았다는 비난도 있겠지만, 100년 전통을 '고객만족 경영'으로 슬기롭게 연결시켜 철도 서비스의 혁신을 가져온 철도청,
'철도구조개혁'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 속에 업무는 늘어도 운영인력은 감축하는 경영개선을 강도 높게 시행해 오면서,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는 '고속철도의 성공적 개통'을 위해 휴일도 잊은 채 밤낮 없이 매진해 온 우리 철도인은 노력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철도는 항공이나 도로교통에 비하여 에너지 효율성, 환경친화성이 매우 뛰어난 교통시스템으로서 특히 국토가 좁고 인구가 밀집된 우리나라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도를 중심으로 한 국가교통체계 구축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고속철도야말로 가장 경쟁력 있는 대중교통수단임을 상기하시고 개선을 위한 따끔한 질책은 물론 따뜻한 성원도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김천환국장님은 글도 잘쓰시네요, 평상시 뵐때는 조용한 것 같으면서도 주장이 확실하시기 때문에 더 멋있는 것 같읍니다... 글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