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사흘째 보슬보슬 감칠맛을 더하고 있구나.
겨울 가뭄이 심했던 터라,
산과 들의 초목들도 이제 겨우 목을 축인 듯
연푸른 새순을 펼쳐 보이는 듯하다.
지난 토요일부터 사무실 컴퓨터가 이상해져서 로그인이 안 되었다.
덕분에 어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업무를 팽개치고
가일(佳日)엘 다녀왔다.
가일로 가려면,
안동에서 예천 방면으로 10분쯤 차를 몰고 가다보면
풍산이란 곳이 나오는데,
-참고. 풍산에 있는 수성식당(054-858-3108)은 보신탕이 끝내준다.-
풍산에서 빠져서 지방도를 타고 하회마을 방면으로 7~8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가일이란 마을이 나온다.
가일은 조선시대의 전통가옥들이 제법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안동 권씨들의 씨족부락으로
풍수가들이 명당으로 손꼽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화를 하는 易齋 신태수 화백과 동행을 했는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늘 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분이라 그런지
산나물에 대해서도 엄청 해박하였다.
돌담을 끼고 고가(古家)들을 지나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는데
산을 경작하여 일군 밭과 두둑에 웬 나물들이 그리 지천인지
쑥이며 달래며 냉이며 씀바귀 .....
모처럼 입맛을 다시며,
후다닥 차로 달려가 살펴보니
마침 호미와 검은 포장비닐봉지가 있길래 챙겨들었지.
-촌에서 살려면 최소한의 농장빈 기본이란다.-
그러곤 잠시 고민을 했다.
이 나물, 저 나물 욕심을 부리다간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먹기 어려워지거던.
'쑥은 아직 조금 이르고,
달래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자연산이긴 하지만
드문드문 있을 뿐더러 뿌렁지가 깊어 힘이 들거고,
냉이도 마음이 끌리긴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캘 수 있고,
그래, 결심했어! 오늘은 씀바귀를 캐자.
난생 처음으로 요것으로 고들빼기 김칠 담아보는 거야.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재배한 고들빼기가 아니라
이 몸이 직접 산에서 캔 씀바귀로 담은 쌉싸롬하고 알싸한 고들빼기 김치.'
한 뿌리, 한 뿌리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희열을 만끼하며 캐다보니
어느새 꾸욱-꾹 눌러 담아 비닐봉지가 가득해지두만.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더이상 담을 수도 없을 정도로 캤으니....
반으로 나눠 왔는데도 다듬기 위해 신문지 위에 부어 놓으니 얼마나 많은지.....
성닢을 제거하고 흙을 털고 잔뿌리 손질을 했는데도
큰 대야에 가득~~~~ 맴도 절로 풍성해지두만.
그래서 일단은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소금물에 재워 두었는데,
한 열흘쯤 지나면 식탁에서 봄마중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따로 빼둔 어린 씀바귄 살짝 데쳐서 된장 양념을 쪼물쪼물하여
미리 먹을 거고... 크크크....쩝쩝쩝...
어때, 군침 돌지 않남!
내 일단 먹어보고 고들빼기 김치 품평글을 올려줄께.
혹, 요놈을 더 맛있게 담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 주라.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대충 담는 법을 공부하긴 했지만
숨어있는 고수들이 즐비헐 터이니........ㅠㅠ
혹여나 고들빼기가 먹고 싶으면 얘기해라.
보내줄 순 없지만
여름휴가 때 안동오는 친구가 있으면 남겨뒀다가
맛을 보여줄 용의는 있다.
4시밖에 안 되었는데 왜 이리 배가 고프지!
친구들 약만 올리고 오늘은 이만 내뺄란다.=3=3=3=3=3
첫댓글 예약!!!
@미르 접수@
난 , 냉이 넣은 된장국이 먹고싶어..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