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비공개 일정 20건 더 있었다.. 경찰 기록 확인
임선응 입력 2022. 08. 18. 20:05 댓글 293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동안 김건희 여사가 최소 20건의 비공개 일정을 진행한 사실이 경찰의 공공기록물을 통해 확인됐다. '비선 수행', '지인 찬스' 등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별도로 진행하는 비공개 일정의 존재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제의 공공기록물은 서울경찰청에서 작성된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이하 여사님 문건) 문건이다. 경찰은 현재 정보의 비공개 결정을 고수하고 있고 문건에 대한 취재 역시 전면 거부했다.
뉴스타파가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를 진행한 결과, 김 여사는 '비선 수행' 등의 의혹이 폭발하던 시기에도 비공개 일정을 무더기로 수행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여사님 문건'에는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이 진행된 시간, 장소 등의 상세 정보가 담겨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의 공공기록물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
이번 달 초, 뉴스타파는 전국 공공기관의 정보목록을 열람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에서 생산한 공공기록물 가운데 여사님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문건 25건을 찾아냈다. 경찰의 공식 문서에서 '여사님'은 대통령 영부인을 의미한다.
▲ 서울경찰청의 정보목록상의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 문건
25건의 문건 제목은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로 모두 동일하다. 제목 그대로 해당 문건에는 공권력인 '경찰 인원'이 '동원'되는 '김건희 여사'의 '주요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력 사유화 의혹 김건희 여사... 비공개 일정 존재 첫 확인
뉴스타파는 먼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모두 수집했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과 동행해 김 여사에게 경호 등을 위한 별도의 경찰 인력 지원이 필요하지 않았던 일정을 제외했다. 이렇게 정리한 데이터를, 서울경찰청 정보목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여사님 문건' 생산 일자와 일일이 대조했다.
그 결과, '여사님 문건'의 생산일자와 근접한 날짜에 진행된 김 여사의 공개 일정은 25건 가운데 5건뿐이었다. 나머지 20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 즉, '비밀 일정'이다.
▲ 뉴스타파가 정리한 김건희 여사의 공개 일정 데이터와 서울경찰청의 '여사님 문건' 생산 일자 대조 결과
논란·의혹 불거진 뒤 '조용한 내조?' 비공개 일정 무더기
특히 김건희 여사가 물의를 일으켜 언론 등 외부 노출을 자제하는 것처럼 보였던 시기에도 비공개 일정은 끊임없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7일과 28일, 김 여사는 연이틀 용산 대통령실을 찾았다. 이때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됐다. 절대 보안 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내 사진이 사실상 사적인 경로로 유출됐다는 이유로 보안 규정 위반 논란 등이 이어졌다.
▲ 지난 5월 29일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내부 모습
김 여사는 공개 일정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일주일 만인 6월 6일에야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하며 공개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여사의 이 일주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가 약속했던 '조용한 내조'였을까. 아니었다. 5월 30일과 6월 2일, 이틀 동안 김 여사는 비공개 일정을 진행했다.
7월 1일,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곧이어 국외 순방 일정에 김 여사와 오랜 친분이 있는 민간인이 동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선 수행', '지인 찬스' 등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때도 김 여사는 공개석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김 여사가 공개 일정을 재개한 시점은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해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였다. 무려 한 달 만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조용한 내조'는 아니었다. 그 사이, 김 여사는 무려 8일 동안 자신만의 비공개 일정을 진행했다.
영부인 행사에 경찰 동원... 김건희 여사, 김정숙 여사의 '12배'
서울경찰청의 정보목록을 통해서는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행사에 경찰 인력을 지원받았던 사실도 확인된다.
취임 100일을 기준으로 서울경찰청에서 영부인 행사에 경찰 인력을 동원했다며 작성한 문건의 숫자를 보면 김건희 여사가 25건, 김정숙 여사는 2건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김정숙 여사와 달리 청와대에 거주하지 않아 경찰 인력 동원 수요가 더 많았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횟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2월,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했던 '조용한 내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보목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여기까지다.
경찰, 취재 전면 거부... 외곽 취재로 '여사님 문건' 내용 일부 확인
뉴스타파는 추가 취재를 위해 서울경찰청에 '여사님 문건' 원문의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서울경찰청은 '비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비공개 사유로는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 서울경찰청은 '여사님 문건'에 대한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찰청에 질의서를 보내고 취재를 요청했지만 경찰 측은 "비공개 정보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전·현직 경찰관, 청와대 관계자 등과 접촉하며 외곽 취재를 진행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 등을 통해 '여사님 문건'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인지 작은 사실부터 하나 하나 확인해나갔다.
① 비공개 일정 20건? '최소' 20건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서울경찰청이 '여사님 문건'을 작성한 목적이다. 취재 결과, '여사님 문건'은 서울경찰청에서 김건희 여사의 주요 행사에 동원된 인력의 추가 근무 수당 신청을 위해 작성하는 것이었다.
즉, 뉴스타파가 확인한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 20건은 모두 추가 근무 수당이 발생하는 휴무일이나 일과 외 시간 등에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 20건에 일과 시간 내에 진행됐을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은 한 건도 포함돼 있지 않다. 여기에 아예 경찰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 경호처 직원들만을 대동하는 일정도 상당수 있었을 것임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이 20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② 김건희 여사와 '싸이카'
취재 결과, '여사님 문건'을 작성한 부서는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 그 중에서도 교통순찰대였다.
교통순찰대는 교통 단속 업무를 위한 순찰용 모터사이클, 속칭 '싸이카'를 운용하는 부서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주요 인사, 최고위 인사에 대한 경호도 교통순찰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즉, 김 여사는 자신의 비공개 일정이 진행되는 장소로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경찰 '싸이카'를 통한 기동경호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③ "비공개 일정 장소, 시간 등 구체적인 정보 담겨 있어"
복수의 경찰 관계자는 '여사님 문건'에 여사님의 주요 행사가 진행된 일시와 장소 등 구체적인 정보가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취임 직후부터 김 여사는 '비선 수행', '지인 찬스' 등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은 여느 영부인의 비공개 일정과는 의미가 남다르다. '여사님 문건'을 통해 김 여사에 대한 강력한 감시와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국회의원실과의 협업을 통해 '여사님 문건'과 관련한 추가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이 비공개한 '여사님 문건' 원본의 공개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보공개 행정소송도 검토 중이다. 김 여사의 비공개 일정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의 공개 일정과 '여사님 문건'의 생산 일자를 대조한 취재 결과물의 원본을 공개한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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