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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나른한 어느 오후, 공원 근처 상가 벽에 바싹 붙어 슬금슬금 접근하는 지저분한 실장석. 두 눈은 가판대 너머로 늘어진 시든 당근 잎에 고정되어 있다.
“데에...데에... 데뎃! 뎃스- 뎃스- 뎃스-”
늘어진 잎을 잡아당겨 당근을 훔친 실장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히 달아난다. 하지만 그늘에 숨어 몰래 접근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벌어진 입에서 걸음마다 흘러나오는 기합소리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가게 주인의 귀에 어렵잖게 들어갔다.
“니미럴, 귀찮게시리...”
멍하니 앉아 부채로 파리를 쫓던 청과물상 토시아키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 빗자루를 거꾸로 꼬나잡지만, 심드렁한 모습은 영 맥아리가 없어 보인다.
“데뎃? 데갸아앗!”
무심코 뒤를 확인한 실장석은 팔자걸음으로 느릿느릿 쫓아오는 토시아키를 보고 비명을 지른다. 상가 옆 화단을 향해 전력으로 달아나는 실장석. 빵콘한 팬티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튄 똥이 실장석의 온몸에, 그리고 양손으로 거머쥔 당근에 뒤덮인다.
들실장의 침입에 시달리던 토시아키는 평소라면 당장 쫓아가 요절을 냈겠지만,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만사가 귀찮다. 말라빠진 당근 하나 때문에 빗자루며 신발에 똥칠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빗자루 막대로 등을 벅벅 긁으며 한숨인지 하품인지 모를 숨을 내쉬며 돌아서려는 찰나,
“데프프엑-”
비웃음을 흘리며 화단으로 몸을 날리던 실장석의 몸이 수풀에서 뻗어 나온 금속 막대에 꿰뚫렸다. 혀를 쭉 빼문 채 똥이 비직비직 나오는 몸뚱이가 공중에 걸려 움찔거린다. 위석을 뚫고 등으로 튀어나온 막대의 반대쪽 끝에는, 열 손가락으로 쇠꼬챙이을 단단히 쥐고 있는 독라의 실장석이 있었다.
꼬챙이를 휙 휘둘러 시체를 화단에 던진 독라는 녹색 똥물로 번들거리는 당근을 주워 토시아키에게 내밀었다.
“데스뎃스.”
얼떨결에 두 손가락으로 당근을 받아들었다가 아차 하며 길바닥에 던지고 손을 터는 토시아키. 독라는 개의치 않고 토시아키를 보며 자신의 입을 톡톡, 그리고는 귀를 톡톡 두드린다.
‘린갈을 뜻하는 건가?’
토시아키는 고개를 갸웃하며, 옆 가게 중국집의 사장을 불렀다.
"어이, 철웅이!"
"철웅 불렀나?"
"자네 옛날에 학대파였다고 그랬지? 린갈 갖고 있으면 좀 빌려주게."
"기다려라."
탕수육을 접시에 담아 배달부에게 넘긴 철웅은 손을 앞치마에 슥슥 닦고 서랍을 열어 먼지 묻은 린갈을 건넸다.
"건전지 없다. 건전지 넣어야 한다."
"건전지라면 나한테 있네. 고마우이."
건전지를 찾아 린갈에 끼워 넣으며, 토시아키는 가만히 서 있는 독라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상하게 생긴 실장석이었다.
보통 실장석은 다 커 봐야 한 뼘 반 정도의 비계 덩어리다. 반면 이 독라는 사람 무릎에 닿을 만큼 큰 덩치와 제법 튼실한 근육을 갖고 있었다. 산실장보다도 커다란 그 떡대 덕분에 전체적으로 보아 실장석치고는 꽤 균형 잡힌 비율이다.
앞머리와 뒷머리는 깔끔하게 뽑혀 맨질맨질한 상태다. 이 정도 덩치의 실장석을 독라로 만들 들실장이 있을 리 없으니, 분명 학대파의 소행일 것이라고 토시아키는 짐작했다.
옷이라고는 몸에 감고 있는 너덜너덜한 넝마와 팬티 한 장 밖에 없었고, 대신 등에는 웬 더러운 녹색 보따리를 매고 있었다. 보따리는 푹신한 무언가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이리저리 삐져나온 갈색 터럭으로 보아 실장석의 머리카락임이 분명하다. 보따리의 매듭 부분에는 방금 사용한 쇠꼬챙이가 꽂혀 있었다. 꼬챙이의 끝은 돌에다 대고 조잡하게 갈아낸 듯 약간 날카로웠다.
독라의 입은 꼬질꼬질한 천 조각으로 가려져 있었다. 본래는 흰색이었다는 것을 거의 알아보지 못할 만큼 더러워진 마스크는 붉은 실로 귀에 걸려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바로 독라의 손이었다. 평범한 실장석의 손은 엄지손가락밖에 없이 뭉툭하지만, 이 독라의 손은 괴이하게도 5개의 손가락이 달려 있었다. 구색을 겨우 갖춘 손가락은 인간의 것에 비해 두껍고 짤똑했지만, 비슷하게 움직이며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실장석이란 워낙 제멋대로인 생물이라니까, 이 녀석은 돌연변이 같은 건가보군.”
토시아키는 린갈의 전원을 넣으며 생각했다. 철웅도 가게 밖으로 나와 이 희한한 실장석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자, 이제 말해도 좋다.”
린갈의 전원을 넣으며 토시아키가 말하자 독라는 마스크를 내리고 입을 열었다.
‘시간 내주어서 감사한데스. 상품이 망쳐져 미안한데스.’
린갈에 출력된 글자를 본 토시아키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온 세상이 자기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실장석들은 거래라는 개념을 모른다. 현명한 녀석들은 남는 물건을 서로 교환한다지만, 이는 그저 원시적인 물물교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독라는 ‘상품’이라고 말한다. 상업의 개념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다는 뜻이다.
과거 실장석 열풍이 불었을 때 팔리던 극소수의 최고급 사육실장이 이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토시아키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못생기고 지저분한 들실장이 그렇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토시아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경 쓸 필요 없다. 그건 그렇고 무슨 용건이지? 도둑을 잡은 보상이라도 원하나?"
‘그런 건 필요 없지만, 대신 닌겐상께 제안을 하나 하는데스.’
토시아키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아, 그럼 그렇지. 보나마나 너를 키워 '행복'해질 '기회'를 내게 준다는 제안이겠지?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네놈의 머리통을-"
‘그런 것은 제안이 아닌데스. 와타시는 닌겐상께 거래를 제안하는데스.’
빗자루를 들어 올리던 토시아키의 팔이 멈췄다. 독라는 말을 이어갔다.
‘공원에서 실장석들이 야채와 과일을 갉아먹고 있는데스. 음식물 쓰레기 같아 보이지는 않던데, 공원 근처에서 얻을 곳은 이곳밖에 없는데스. 실장석이 여기서 도둑질을 하고 있지 않은데스까?’
독라의 말은 사실이었다. 잠시만 한눈을 팔면 접근해 손닿는 위치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훔쳐가려 드는 들실장 때문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을 예상해 일부러 낮은 곳에는 시든 야채만 미끼로 늘어놓고 팔릴만한 건 높은 진열대에 두긴 했지만, 어쨌든 가게 주변에서 들실장이 계속 얼쩡이니 토시아키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 없었다.
‘와타시가 도울 수 있는데스.’
"가게로 접근하는 녀석들을 막아준다는 말이지?"
독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게 '거래'를 제안한다고 했지. 거래란 주고받는 거야. 그 대가로 네가 원하는 건 뭐냐?"
‘침대와 물, 그리고 와타시의 안전인데스.’
"그게 다야? 뭐 콘페이토를 내놓는다거나 스테이크를 바친다거나 하는건 없어?"
‘필요는 없지만 안 될 것도 없는데스.’
독라는 능청스럽게 받아넘겼다.
'당돌한 녀석인데...‘
해치지 않는 것이야 당연하다. 침대야 가게 구석에 수건만 몇 장 깔면 해결된다. 물이야 실장석 한 마리가 얼마든지 써도 표도 나지 않는다. 행동거지를 보아하니 가게를 더럽히거나 할 것 같지도 않다.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토시아키는 여전히 미심쩍었다.
"네가 농땡이를 피우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와타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쫓아내면 되는데스.’
"네가 상품에 손을 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 있지? 들실장과 한 패거리가 아니라는 보장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스.’
"으하하하!"
토시아키는 결국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청산유수로구만! 좋아, 오늘부터 너를 우리 가게의 경비원으로 임명한다."
‘현명한 결정인데스.’
독라는 마스크를 다시 올리며 토시아키가 내민 손을 잡고 흔들었다.
"철웅 이해할 수 없다."
"이 사람아, 부러우면 자네도 우리 경비'실장'에게 부탁하라고! 으하하하."
머리를 긁적이는 철웅을 뒤로하고 독라와 토시아키는 가게로 들어갔다.
"마마, 언제쯤 도착하는테치? 음식은 마마 혼자 구하면 되지 왜 와타시를 끌고 나온테치?"
"이제 다 도착한데스. 저기가 바로 닌겐의 먹이창고인데스."
"귀한 와타시를 이 고생을 시켰으니 콘페이토가 많이 있는 것이 좋을거다테치!"
"닌겐테치? 와타시의 귀여움으로 똥닌겐을 메로메로시켜 노예로 만들고 사육실장이 되는 테치! 마마는 잘 보는 테프픗!"
"안되는데샤! 저곳의 닌겐은 눈이 옹이구멍이라 우리를 보기만 하면 죽이려고 드는 미친 닌겐인데스. 몰래 음식만 접수하고 빨리 집으로 가야 하는데스."
"테챠악! 와타시의 애교가 통하지 않을리가 없는테치! 그런 멍청한 닌겐이라면 운치를 발라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줄테다테치!"
"일단 조용히 하고 마마의 곁에 꼭 붙어있는데스. 마침 닌겐이 없으니 마마를 따라 조용히 가는데스."
"알겠는테치. 산더미같은 콘페이토를 향해 가는테치!"
"이건 말도 안되는테치. 와타시의 애교 한 번이면 모든 닌겐은 자청해서 노예가 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테치...“
턱
"테쨕!"
"테찍!"
"이 병신오네챠 왜 갑자기 멈춰서냐테쨔!"
"똥마마가 멈춰서서 와타시도 부딪친테챠! 지금 와타치보고 병신이라고..."
"오마에들, 싸우지 말고 저길 보는데스. 닌겐의 창고 앞에 독라가 있는데스!"
"테치? 테퍄퍄퍄! 독라노예가 있는테치!"
"초라한테치! 흉한테치! 보기만 해도 냄새나는테치!"
"데퍄퍄! 꼴불견인데스! 닌겐에게 잡혀서 독라가 된 것이 분명한데스"
"저녀석에게 마마의 운치를 발라 와타시의 노예로 하는테치! 밥도 생기고 노예도 생기고 일석이조인테츄~"
"데퍄퍄! 똥노예! 와타시의 운치를 받는 걸 영광으로 알라는데샤!"
휙, 철퍽.
"데? 데뎃? 저 독라가 지금 피한데스? 데샤악! 정신나간데스? 어딜 감히 잔재주를 부리는데샤!"
"무엄하다테치! 주제넘다테치! 지금 당장 도게자로 사죄하고 와타시의 발바닥을 핥아라테치! 테치? 다가오는테치? 다가와서 어쩔거냐테치! 어서 고개를 조아리고 와타테벡!"
"차..차녀? 차녀! 차녀! 똥노예가 주인을 죽이다니 정신이 나간데샤! 오마에의 팔다리를 자르고 자판기로 만드데벡!"
"마, 마, 마마? 마마 일어나는테치! 왜 엎드려만 있는테치! 테엣! 다, 다, 다가오지 마는테치! 저리가라테치잇! 싫어테치! 싫어싫어테치! 테, 테...테..테츙~ 테츙테...테에엑! 아픈테치! 아파요데치! 미안해요테치! 살려주세요테치! 아파! 아파아파아파! 마마악! 마..."
토시아키가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독라는 이미 들실장 가족을 죽이고 뒤처리를 하는 중이었다. 시체를 들고 상가 바깥 수도꼭지로 향한 독라는 물바가지에 물을 받아 가게 주위의 핏자국과 똥을 닦아냈다. 들실장의 시체는 독라의 점심이 될 것이다.
독라가 토시아키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 지 어느덧 두 달. 계절은 여름을 지나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독라의 일과는 간단했다. 아침에 출근한 토시아키가 가게 문을 열면, 잠에서 깨어난 독라는 상가 뒤편 주차장 부지에 있는 수도꼭지에서 몸을 씻고 먹이를 먹는다. 영업시간 동안에는 가게에 다가오는 실장석이 있는지 감시한다.
실장석들은 매일같이 야채를 훔치려 들었고, 독라는 매일같이 실장석을 죽여 댔다. 실장석으로 득실대는 공원이 지척에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시청에서 파견한 구제반이 몇 번 다녀갔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다시 창궐하는 실장석에 시도 주민도 손을 놓고 있었다.
언젠가 토시아키는 독라에게 말했다.
"전부 죽이지 말고 한두 놈은 살려 보내서 여기 오면 죽는다고 소문을 퍼트리면 어때?"
그 후 몇 차례 실장석들을 병신으로 만들어 돌려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이라면 독라와 인간을 노예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실장석. 독라를 기르는 걸 보니 애호파가 분명하다고 생각한 실장석. 이미 분충화가 끝까지 진행된 공원의 실장석들은 갖가지 착각을 하며 꾸역꾸역 몰려들었고, 결국 오는 녀석은 족족 죽인다는 쪽으로 방침을 되돌렸다.
독라의 손에 죽은 실장석은 대부분 수거함으로 들어갔지만, 일부는 독라의 뱃속으로도 들어갔다. 수돗가로 시체를 끌고 간 독라는 하수구에 오물을 흘려보내고 고기를 뜯어먹었다. 반복되는 동족식에 질겁한 토시아키가 야채 쪼가리나 콘페이토, 먹던 도시락까지 줘 보았지만, 아무리 나무라도 독라의 식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아저씨, 가게 밖에 웬 실장석이 있어요?"
"아, 요 옆에 공원에서 참피들이 자꾸 와서 야채를 훔쳐가서요. 가게 지키라고 세워 놓은 녀석입니다."
"참피가 가게를 지킨다고요? 이거 병균 같은 거 옮고 더러워지고 그런 거 아니예요?"
"글쎄 지킨다니까요? 그리고 병균이라면 동물병원에서 검사도 다 받았고요. 게다가 이 녀석이 퍽 깔끔한 놈이거든요."
"정말요? 신기하네. 자세히 보니까 생긴 것도 특이하고. 이름이 뭔데요?"
"이름은 없습니다. 그냥 독라에요."
독라는 이름이 없었다. 토시아키가 이름을 붙여주려고 했지만, 독라는 자기는 사육실장이 아니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고집불통인 독라는 할 수 없이 계속 독라라는 이름으로만 불렸다.
실장석이 지키는 토시아키의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며 제법 유명해졌다. 독라를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었다. 가게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토시아키는 기뻤지만, 어쩐지 그럴 때마다 독라의 표정은 어두웠다.
‘닌겐상, '고랭지 배추'가 무슨 뜻인데스까?’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니?"
‘골판지 상자에 써 있는데스.’
"높고 추운 산에서 재배한 배추를 뜻하는 말이다."
‘왜 그런 곳에서 배추를 기르는데스까?’
"배추는 더운 곳에서는 잘 자라지 못해. 그래서 여름에는 비교적 추운 고지대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거야."
‘왜 높은 곳이 더 추운데스까?’
"그건 나도 몰라 이놈아."
‘데...’
독라는 글을 더듬더듬 읽을 줄 알았다. 어디서 배웠는지 여러 차례 물었지만 독라는 언제나 의뭉스럽게 대답을 피했다.
‘뜻을 알면 읽는 것은 쉬운데스.’ 독라의 변명이었다.
'범상치 않은 녀석이군.' 토시아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비밀도 많은 녀석이야.‘
토시아키는 틈날 때마다 호기심 많은 독라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독라는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아둔했고, 배우는 속도 또한 느렸다. 하지만 숱한 브리더를 절망케 했던 실장석의 지능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었다. 평범한 실장석의 사고력이 먹고 싸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에 비해, 독라는 기억하고, 생각하고, 추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실장석이 스시와 스테이크를 탐내듯 독라는 지식을 탐냈다.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마다 독라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토시아키는 독라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졌다. 하지만 토시아키가 캐물을 때마다 독라는 항상 교묘하게 화제를 돌릴 뿐이엇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가을이 끝나갈 무렵, 독라는 별안간 짐을 꾸렸다.
‘와타시는 이만 떠나겠는데스.’
가게 셔터를 내리던 토시아키의 손이 멈칫했다.
"떠날 셈이냐."
독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없으면 실장석이 가게에 들끓을 텐데."
‘곧 날이 추워지는데스. 분충들은 월동식 모으기보다는 탁아할 궁리만 하는데스. 편의점 앞이면 몰라도 가게에 기승을 부릴 일은 없는데스. 그리고,’
독라는 물끄러미 토시아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와타시가 없을 때에도 들실장은 닌겐상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던데스. 닌겐상이 와타시를 받아준 것은 그저... 와타시가 신기했기 때문인데스.’
"그래. 너도 네가 신기하다는 건 아는 모양이지."
토시아키는 피식 웃었다
"넌 확실히 이상한 녀석이야. 말끝만 데스데스 거릴 뿐 손에는 손가락이 달렸지 않나, 글을 읽지를 않나, 이제는 살기 편한 늦여름에 찾아와서 힘든 겨울에 떠나겠다고 하는군. 떠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이건 대답을 꼭 들어야겠다. 넌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아니, 넌 정체가 뭐냐?
독라는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와타시는 평범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결국 실장석에 불과한데스. 산실장도 들실장도, 사육실장도 아닌 실장석. 와타시는 길실장인데스.’
독라는 짐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닌겐상이 와타시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으니, 이제 와타시가 대답할 차례인데스.’
토시아키가 의자를 끌어다 자리에 앉자, 독라는 눈을 잠시 감았다 뜨더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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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드디어 완결된 모양이네요! 기대되네요
오우 명작귀환
크 이거 띵작이죠 복습 들어갑니다. 안보신 동네 여러분 어서들 모이세요! 띵작 열차 출발합니다!
드디어 돌아온 숨겨진 띵작
(완)표시가 뜬 데스우...감동의 도가니이뉴데샤아아앗ㅠㅠㅠㅠㅠㅠ
흑흑 넘모 감동이다
와 늦게 읽었는데 정말 매력있네요 ㅋㅋㅋㅋㅋ 이런 스크 좋습니다
재주행하는데 필력 좋고 내용도 좋지만 이 글 쓰는 방식 자체가 너무 좋다 진짜
어째서 파킨해버린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