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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를 끝낸 울산지역 산업 현장이 기계 소리와 함께 평상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고려아연 공장의 직원들은 추석 연휴 내내 어수선하게 보내야 했을 것이다. 자산 최대 주주의 하나인 영풍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인수를 위한 공개지분매입을 공식화하며 분쟁을 표면화했기 때문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경영권분쟁사태는 고려아연 임직원들뿐만 아니라, 울산시민들에게도 초미의 관심 사안이다. 우선 이번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 경영권분쟁은 울산시민과 지역 주민들에게는 매우 불쾌할 뿐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태임을 분쟁 당사자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현재 분쟁 중인 당사자들은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오늘날 고려아연의 성공을 이룬 것처럼 행동해서는 곤란하다. 울산시민들과 지역 주민들의 희생과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고려아연은 지난 1974년 8월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제련소를 건설했다. 그리고 지난 50년 아연을 생산하는 단일 공장으로써는 세계 최대 공장으로 성장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지역 주민과 울산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배려가 있었음을 분쟁 중인 최대 주주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온산공단에 고향 산천과 바다를 내어준 주민들의 고통은 지난 80년 후반 공해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온산 공해병`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국민을 큰 충격에 빠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여파는 아직도 지역사회에 남아 지역민들의 상처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고려아연이 세계적인 아연 제련소로 성장한 데는 울산시민들과 지역 주민들의 숨은 희생이 있었음을 분쟁 중인 주주들은 인식하고 더 자신들만의 회사가 아닌 국민과 지역 주민, 울산시민이 공동 주인인 국민기업임을 명심하고, 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
영풍이 이번 MBK라는 사모펀드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획득을 위한 주식 공개매수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경영권을 쥐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경영권을 쥐기 위한 주주 간의 경쟁과 다툼도 사적 영역임으로 특별히 관여할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더 이상 개인 기업이 아닌 울산의 향토기업이자 국민의 기업이다. 30% 남짓 주식을 보유했다 해서 회사 전체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그동안 반세기 가까이 고려아연 성장을 위해 공해까지 마셔가며 희생해 온 울산시민과 지역 주민들은 강 넘어 볼 구경하듯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시민들의 이 같은 뜻을 잘 알기에 모두가 쉬는 지난 16일, 추석 명절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성명문까지 발표하며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김 시장은 성명을 통해 현재 추진 중인 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 울산의 미래산업과 고려아연의 연관성을 생각할 때 MBK의 적대적 인수 시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했다. 또 지역의 고용시장과 지역경제 악화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만큼 울산 향토기업인 고려아연에 대해 영풍과 MBK의 지분공개매수는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로 규정하고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두겸 시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추석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즉각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김 시장의 뜻이 곧 울산시민의 뜻이다. 분쟁의 당사자들은 모쪼록 울산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