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숨비소리’에 세계가 귀 기울인다
유엔 세계중요어업유산 등재… 국내외서 다큐멘터리로 제작
제주에선 15일부터 이틀간 축제… 국가중요어업유산 알리기 나서
전당 건립-대백과사전 발간 등… 해녀문화 전승 위한 노력 지속
제주의 해녀들이 해산물 채취를 위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자연친화적 채집기술, 독특한 공동체의식 등이 담긴 제주해녀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의 현역 해녀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해녀문화는 국내외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으며 부각되고 있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어업유산(GIAHS)으로 등재됐으며 해녀문화를 영상에 담아 일반인과 공유하는 작업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바다 생태계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해녀의 자연친화적인 채집기술, 독특한 공동체의식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해녀문화를 전승하기 위한 축제와 책자 발간 등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는 15일부터 16일까지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제주해녀 국가중요어업유산 축제’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축제에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를 초청해 홍보관을 운영한다.
올해 9월 열린 제주해녀축제에서 해녀들의 신앙의식을 엿볼 수 있는 거리 행진이 펼쳐졌다. 제주도 제공
이 축제에서 ‘국가중요어업유산 가치 확산 및 활용방안 합동 워크숍’을 마련하고 순수 해녀로 구성된 하도해녀합창단이 식전 공연을 선보인다. ‘해녀불턱토크’와 버스킹 공연, 해녀요리 시연이 이어진다. 전복, 소라꼬치 등 해녀음식 무료 시식행사를 운영해 수산물 소비 촉진에 나서고, 해녀들이 만든 다양한 용품을 홍보할 수 있는 플리마켓도 마련한다.
제주도는 해녀문화를 전승하기 위한 전용 공간인 ‘해녀의 전당’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 등 231억 원을 투자해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000m² 규모로 신축해 해녀 양성 및 체험실, 국제협력관, 연구실, 공연장 등을 조성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할 예정이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발간사업은 내년 말까지 추진한다. 제주도는 대백과사전 발간을 위해 해녀 관련 전문가 등으로 편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해녀들의 삶, 해양지식,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제주도는 또한 8월부터 10월까지 부산, 경북, 울산, 경남, 강원 등 5개 광역자치단체를 순회하며 ‘한반도 해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으며 내년에 ‘전국해녀협회’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해녀문화에 대한 지속가능한 관리로 후세에 보전, 전승하도록 하겠다”며 “제주해녀문화와 어업의 가치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녀문화를 영상에 담고, 일반인과 공유하는 작업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아시아 및 중동학부 연구위원인 커티스 윈터 감독은 4월부터 해녀의 삶과 고뇌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으며 2025년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 고희영 감독이 연출한 ‘물꽃의 전설’은 제주 바다의 물꽃을 찾아 나선 두 해녀의 이야기를 6년에 걸쳐 담았다. 이 작품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제33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제주해녀문화는 초인적인 잠수 능력을 비롯해 독특한 언어와 무속신앙, 노동요, 공동체 조직 등으로 형성됐다.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세계적인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이 됐고 2017년에는 문화재청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에 등록한 현직 해녀는 3226명으로 70세 이상이 전체의 64.8%를 차지하고 있다. 1965년 2만3000여 명에 이르던 제주 해녀는 1975년 8400여 명으로 줄었으며 최근에는 해마다 200여 명이 감소하는 실정이다.
임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