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 김인순 낭독)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森林帶)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湖水)에 힌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서요
나와 가치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山) 비탈 넌즈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힌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서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羊)을 몰고 돌아옵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五月)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나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어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果樹園)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고 새빩안 임금(林檎)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신석정 시인님(1907~1974)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1924년 조선일보에 투고한 시
'기우는 해'가 활자화된 것을 계기로
여러 일간지에 시를 계속 투고·발표했고,
1930년 「시문학」 3호에 시 '선물'을 발표한 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1939년에 발간된 첫 시집 「촛불」을 비롯,
「슬픈 목가」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등과
유고 수필집 「난초잎에 어둠이 내리면」 등이 있습니다.
전라북도문화상(문학상), 한국문학상, 문화포장,
한국예술문화상 등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