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출신 불법 이주민들이 반려동물들을 잡아 먹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허황된 주장 때문에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 곳곳에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지면서 시 당국이 12일(현지시간) 직원을 대피시키고 시청 건물을 폐쇄했다.
스프링필드시는 이날 시청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에 "스프링필드의 여러 시설에 대한 폭탄 위협으로 오늘 시청이 문을 닫는다"고 공지하면서 "예방 조치로 건물에서 인원을 대피시켰고, 관계 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 여러분은 시청 주변 지역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ABC 방송에서 중계된 대선 토론 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프링필드에서 그들은 개들을 잡아 먹는다. 그 사람들이 와서, 그들은 고양이들을 잡아 먹고 있다. 그들은 먹는다. 그들은 거기 사즌 사람들의 반려동물들을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 관리들은 BBC 베리파이(Verify)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믿을 만한 보고들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드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은 엑스(X)에서 이를 퍼뜨리고 있는데 11일까지 110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미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 존 커비는 밴스의 코멘트들이 "위험하고 인종주의 요소들에 근거한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주장 어디에서 나왔나?
이런 주장은 수많은 곳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며 친트럼프 소셜미디어 계정들에서 근거는 없지만 응집력 있는 얘기로 변질됐다. 지난달 27일 스프링필드 시의회 모임에서 인플루언서로 자신을 소개한 지역 주민이 아이티 이주민들을 반대하는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장황하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아이티 이주민들이 먹거리 때문에 공원 오리들을 학살하고 있으며, 시 관리들이 그들을 데려온 대가를 지불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들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10일 대선 토론 도중 트럼프는 "텔레비전에서 사람들이 '우리 개를 데려가 음식으로 이용했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고까지 주장했다.
BBC 베리파이는 폭스와 CNN, CBS 등 모든 주요 미국 방송사의 동영상 아카이브를 뒤져 봤다. 이들은 또 소셜미디어에 연관된 동영상이 있는지 키워드 검색을 해봤으나 이런 류의 TV 인터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이티 이주민들에 의해 고양이 한 마리가 죽임을 당했다는 주장이 스프링필드에서의 범죄에 초점을 맞춘 페이스북 포스트에 등장한 적은 있었는데 게시물을 올린 이는 이웃집 딸의 친구였다.
다른 사건에 관한 주장들
이런 주장은 또 오하이오주 컬럼버스에서 한 남성이 죽은 거위로 보이는 물체를 들고 오는 사진이 레딧 닷컴에 올라온 것과 영향 있어 보였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말 뉴스 리포트와 경찰 보디캠 동영상으로 한 여성이 고양이를 죽여 먹은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많은 우파 논평가들이 이 여성을 아이티인으로 언급하며 아이티 이주민들이 비슷한 행동을 일삼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의 증거로 이 보도를 지목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스프링필드에서 273km 떨어진 오하이오주 캔튼에서 있었던 일이다. 캔튼 경찰은 BBC에 그 용의자는 1997년생이며 미국 시민이라고 설명했다. 그 경찰서는 방송에 "우리는 아이티 이주민에 대한 어떤 민원도 처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0일 보수파 뉴스 아웃렛인 '페더럴리스트'(The Federalist)는 스프링필드 경찰에 걸려온 비상용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 전화 녹취록 얘기를 보도했다. 전화를 건 이는 4명의 아이티인들이 네 마리 거위를 데려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 기사는 또 클라크 카운티 보안관실이 지난달 26일 있었던 전화 통화 내용이라고 주장하는 경찰 보고서가 있는 것처럼 돼 있다.
BBC 베리파이는 보안관실과 접촉해 녹취록과 경찰 보고서가 진짜인지 물어봤다. 스프링필드 시 정부 대변인은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없다"고 답했다.
머스크와 공화당 공식 계정까지 논란에 가세
밴스 후보에 더해 일론 머스크도 근거 없는 주장들을 언급하는 밈(meme)들을 올렸는데 수백만 뷰를 기록했다. 보수파 활동가 집단 '터닝 포인트'의 칼리 커크 최고경영자(CEO)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주민들은 아이티인들이 자신들의 가족 반려동물들을 먹고 있다고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화당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들, 예를 들어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회 X 계정은 이런 주장들을 언급했다. 이 계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리와 고양이를 안고 있는 것으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진 사진을 올리고 “오하이오의 우리 오리들과 고양이들을 보호하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 포스트는 7000만 회 가까이 사람들이 봤다.
BBC 베리파이는 스프링필드 시의회에 이런 주장들에 대해 얘기했다. 관리들은 우리에게 “반려동물들이 이민자 공동체 안의 개인들에 의해 해를 입거나 다치거나 유린을 당했다는 믿을 만한 보고나 특정한 주장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10일 밴스 후보는 이전 주장들에서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보였다. 그는 X에다 "물론 이들 소문 모두가 거짓으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긴 하다"고 적었다. BBC는 트럼프 캠프에 코멘트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스프링필드에는 아이티 이주민들이 왜 이렇게 많나?
스프링필드는 오하이오주 남서부의 러스트벨트 시다. 인구 6만명 가량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수천 명의 이주민들이 이 도시에 왔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아이티 출신이다. 시 관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2만명이 스프링필드를 집으로 만들었다. 지난 60년 넘게 2만명 이상이 빠져나간 이 도시의 오랜 인구 감소를 역전시켰다.
새로 온 이들은 이 지역의 제조업 기업들에 활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공 서비스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지우고 있다. 스프링필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떨어진 힐빌리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인 밴스 후보는 대선 유세 과정에 반복적으로 이 도시를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