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44, 55, 66이란 숫자는 어떤 의미인가? 혹시 44는 바람직하고, 55는 보통이며, 66은 턱걸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77 이상은? 사이즈는 숫자일 뿐 사람을 평가하는 등급이 아니다. 그 숫자에 상관없이 나는, 당신은, 우리는 아름답다.
"자신의 사이즈를 긍정하세요"
김지양 I플러스 사이즈 모델,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처 매거진 <66100> 편집장
Q.고3 때 체중이 10kg 늘어났다면서요? 한창 외모에 예민할 시기에 우울하진 않았어요?
A.그랬죠, 수능 끝나고 친구와 명동에 청바지를 사러 갔다가 운 적도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여자 바지는 28인치가 가장 큰 사이즈였는데, 처음 들어간 브랜드 숍에서 28을 입어봤더니 안 맞더라고요. 너무 속상해서 그냥 집에 가려는데, 친구가 저를 어르고 달래서 한 보세 가게에 데려갔어요. 거기서 L인가 XL 사이즈 청바지를 사서 5년도 넘게 입었어요. 저한테 어울리는 옷을 하나 사면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때까지 입는 편이거든요. 맘에 드는 건 2개씩 사고요.
Q.그건 옷 좀 입을 줄 아는 사람들의 쇼핑 스킬인데요?
A.전 좀 의미가 다르죠. '어느 날 갑자기 이 바지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내가 입을 바지가 있을까?'라고 고민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2개씩 사는 거예요.
Q.플러스 사이즈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A.대학교 때 한 사진과 학생의 수업 과제 모델을 한 적이 있어요. 아마도 보편적이지 않은, 흥미로운 피사체를 원했던 거겠죠. 그때 촬영을 하고, 사진이 나온 걸 보면서 모델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낀 것 같아요.
Q.2010년에 국내 모델 최초로 FFF(Full Figure Fashion) 위크 런웨이에 섰잖아요. 이렇다 할 모델 경력도 없이 어떻게 미국까지 갈 생각을 한 거예요?
A.졸업 후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 생활을 전전하다가 권고사직까지 당했을 때, 우연히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어 지원했어요. 비록 2차 비키니 예선에서 떨어졌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란 확신을 갖게 됐죠. 그 뒤로 FFF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서를 냈는데 합격 통보를 받은 거예요! 주저하지 않고 미국으로 날아갔죠.
Q.세계 각국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만났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요?
A.누보 TV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로지 머케이도란 유명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있어요. 정말 너무 예쁜 여성인데, 체구가 딱 저의 두 배예요. 그 친구가 저를 인터뷰하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만약 내가 한국에 간다면 사람들이 나한테 뭐라고 할 것 같아?" 매우 곤란했지만, 솔직히 말해달라기에 이렇게 대답했어요. "아마 굉장히 '자이언트'하다고 할 거야."
Q.FFF 전후로 인생이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A.물론이죠. 그곳에서 가장 좋았던 건 긍정적인 에너지였어요. 절 보면서 사람들이 "넌 어쩜 그렇게 신비로운 눈동자 색을 가졌니?", "인형 같아", "너무 귀여워"라고 말하는데, 덕분에 제 생각과 태도도 정말 많이 변했어요. 나를 긍정하게 됐죠.
Q.어떻게 하면 나를 긍정할 수 있나요?
A.시작은 남을 신경 쓰지 않는 거죠. 그 집단에서 떨어져 나올까 봐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요. 나보다 예쁜 사람, 섹시한 사람, 어린 사람은 계속해서 나타나게 돼 있어요.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고, 누구처럼 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한 가지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는 거죠. 뛰어넘어야 할 건 남이 아니에요. 어제의 나, 오늘의 나죠.
Q.그나저나 <66100>도 사진에 포토샵 처리를 하나요?
A.엄격한 룰을 두고 최소한만 해요. 인물 사진 포토샵은 인물의 외곽선을 조금씩 줄이는 게 기본인데, 저희는 그 작업을 절대 하지 않아요. '사이즈를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잡지'라면서 사이즈를 줄이거나 키우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Q.사이즈 때문에 움츠러든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A.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손을 뻗으면 닿는 데가 있으니까요. 전 간절하게 원하는 건 마침내 얻을 수 있다고 믿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자신의 일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아름다워요"
이윤지 I대학생, 댄서
Q.<댄싱 9> 시즌 2 첫 회 방송에서 짱구 닮은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파워풀한 댄스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어요. 박지우 심사위원은 "살 빼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땠어요?
A.제가 그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고 예쁘다고 하신 말이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저만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 좋았어요.
Q.댄서들에게도 '이상적인' 몸이 있죠?
A.장르마다 다르긴 한데, 클래식 무용은 체형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얼굴이 작고, 팔다리가 길고, 허리가 짧은 서구적인 체형을 추구하죠. 그에 반해 스트리트 댄스는 장르별로 표준적인 몸이 있긴 하지만, 자기 개성이 강한 편이에요. 날씬하지 않고, 다리가 길지 않아도 실력으로 인정받는 댄서가 많고요.
Q.체형에 따라 춤추기에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의 체형은 어떤가요?
A.제가 다리엔 근육이 많고, 엉덩이는 나온 편이에요. 하체가 발달한 체형이죠. 그래서 흑인 춤에서 파생된 장르의 느낌을 살리는 데 유리해요. 반면 키가 작고, 팔다리가 짧다 보니 무대 위에서 단체로 공연할 때는 확실히 작아 보이죠. 그래서 남들보다 더 크게 팔다리를 벌리고, 동작을 크게 하는 편이에요.
Q.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는 없었어요?
A.어릴 땐 부모님과 TV를 보다가 외모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어요. 딱 달라붙는 무대의상을 입은 예쁜 댄서 친구의 모습에 위축돼 제 몸을 숨기기 바빴던 때도 있었고요. 저와 남들을 비교했던 거죠. 근데 저 자신을 자랑스럽게 느끼고부터는 외적인 조건에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자신이 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행복한 사람은 어떤 얼굴을 가졌든, 어떤 몸을 가졌든 간에 아름다운 것 같아요.
Q.무대의상을 고를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뭔가요?
A.제가 하는 장르는 '와킹'이라고, 팔 동작 위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춤이에요. 그렇다 보니 팔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의 옷을 찾는 편이에요. 화려한 장신구도 활용하고요.
Q.본인이 가장 예뻐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A.화장도 다 지워지고, 말 그대로 녹초가 되지만, 연습을 마쳤을 때 제 모습이 제일 예쁘더라고요. 다른 댄서 친구들 역시 그때가 제일 예뻐 보이고요. 연습실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댄서의 모습은 무대에서와는 또 다르게 멋있는 것 같아요.
Q.댄서 이윤지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A.댄스 신에 저만의 장르를 만들고 싶어요. '이윤지 스타일'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멋져 보여요"
전아리 I소설가
Q.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A.사진 촬영은 글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저를 표현하는 작업이라 흥미로워요. 전 사람의 얼굴과 몸엔 지금까지
그 사람이 살아온 모습이 배어 있다고 생각해요.
Q.'여성 작가' 하면 보통 터틀넥이나 셔츠를 입은 모습이 떠오르는데,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A.숨을 좀 참더라도 몸매가 드러나는 옷이 좋아요. 후드나 맨투맨처럼 뭔가 풀어지는 느낌이 드는 옷은 잘 안 입어요.
Q.그만큼 자기 몸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A.제 몸을 좋아하긴 해요. 엉덩이가 좀 빈약한 게 아쉽긴 하지만, 그건 어차피 제 눈에 안 보이니까 괜찮아요. 하하.
Q.혹시 성형하고 싶은 곳은 없어요?
A.어릴 땐 볼에 살이 없는 게 콤플렉스였어요. 턱을 깎고 싶었던 적도 있고요. 그런데 성형한 얼굴은 다들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나를 나답게 꾸며서 나만의 개성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배꼽에 피어싱은 언제 한 거예요?
A.열일곱 살 때요. 한창 몸을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집에서 가슴에 마사지 크림도 바르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가슴 운동도 하고 그랬어요.
Q.최근에 결혼했다면서요? 남편의 몸은 어떤 타입인가요?
A.귀여운 '뚱땡이'요! 한땐 날씬했다는데, 다신 그때로 못 돌아갈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신한테 당당한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개인적으로 남자를 볼 때 통통하든, 머리카락이 없든, 외형적인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멋있잖아요.
Q.자신을 사랑해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A.전 어렸을 때부터 '예쁜 척하기 시간'을 갖는 걸 좋아했어요. 목욕하기 전에 거울 앞에 서서 이런저런 포즈와 표정을 취하면서 어떨 때 예뻐 보이나를 살폈죠. 자신만의 매력을 발견하는 건 정말 중요하니까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면 다른 사람 눈에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 같아요.
Editor 김가혜 Photographer 장호 Stylist 김예진 Hair 김원숙 Makeup (임은지, 김나은, 전아리)이아영, (김미화, 김지양, 이윤지)강석균 Assistant 박지연, 구자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