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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2000년대 전 세계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바다에서 가장 무서운 육식동물인 범고래가 수면에서 3m나 뛰어오르는 묘기를 보여주는 비밀이 조련사의 '칭찬' 한마디에 있다는 사실이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반성케 했다. '그저 귀에 좋은 말 정도로만 여겼던 칭찬이 말 못하는 짐승까지 변하게 할 정도로 위대한 힘을 갖고 있다니, 그런데 나는 평소 얼마나 칭찬에 인색했던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칭찬을 해 주어야겠다….'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가정의 행복을 높이려면 질책보다는 칭찬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과 가정에선 정반대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그로 인해 구성원들의 사기는 계속 떨어진다. 이 책은 범고래의 조련 과정을 통해 남을 벌주는 일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잘못되고 위험한 행동인지 깨닫게 한다.
범고래의 조련 과정은 오늘날 회사 걱정으로 잠 못 드는 CEO들에게 여전히 큰 메시지를 던진다. 신기술 개발과 서비스 혁신, 원가 절감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경쟁 기업들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추격해 오는 요즘, 많은 CEO들은 어디서 경쟁력을 찾아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70) 박사는 "21세기 기업 환경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오직 CEO와 직원들 간의 신뢰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경쟁기업이 절대로 모방하거나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 CEO와 직원들 간의 신뢰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품질·가격·마케팅·물류에서 새 전략을 개발하면 아무도 이 기업을 추격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신뢰 관계가 쌓이려면 CEO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랜차드 박사는 세계적으로 1300만부가 팔린 〈1분경영〉과 〈겅호〉 등을 저술한 기업 리더십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다. Weekly BIZ는 최근 비즈니스 코칭 리더십 교육기관 CMOE코리아 초청으로 방한한 블랜차드 박사를 단독 인터뷰했다.
―기업 CEO들 사이에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요즘 기업들은 3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기업'이 돼야 하고, 직원들에게는 '일하고 싶은 회사',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들은 이 중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합니다. 그래야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때문이죠. CEO의 리더십은 기업이 이 3가지 도전에서 성공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성장 엔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죠. 제가 묵는 호텔에서 오늘 아침 5시에 모닝콜을 부탁했더니 직원이 직접 전화를 해서 깨워주더군요. 자동응답기의 녹음된 음성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나로서는 깜짝 놀랐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늘 서울의 날씨 이야기까지 해 주더군요. 내가 다음에 서울에 다시 올 때 어느 호텔에 묵을 것인지는 이미 결정된 셈입니다. 모닝콜 한 통화로 말이죠. 이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CEO의 리더십과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죠."
―CEO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리더의 비전은 조직의 나침반입니다. 확고한 비전은 조직원 모두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결집시켜 강력한 조직을 만들어줍니다. 반대로 조직이 추구하는 뚜렷한 비전이 없으면 직원과 소비자가 기업에 대해 느끼는 신뢰가 사라집니다."
―강력한 비전의 조건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강력한 비전에 꼭 담겨야 할 요소가 3가지 있습니다. 의미 있는 목적과 미래의 청사진, 분명한 가치가 그것입니다. 월트 디즈니는 놀이공원 사업에 뛰어들면서 목적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냥 '테마파트 사업'이라고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또 미래의 청사진은 직원들이 지켜야 하는 근무 수칙에 담겨 있는데, '고객이 공원에 입장할 때 얼굴에 지었던 웃음을 공원을 떠날 때까지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블랜차드 박사는 비전의 3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가치는 목적과 미래의 청사진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말합니다. 디즈니의 가치는 안전·친절·공연·효율성이었습니다. 이런 비전은 직원이 고객을 대하는 모든 행동을 좌우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분명한 비전이 없는 기업도 많습니다. 은행이 대표적인 곳이죠. 최근 한 은행에 갔다가 '기업 이념'을 봤는데, 너무 지루해서 잠이 안 올 때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업 이념은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은행에 이렇게 조언해 줬습니다. '고객이 돈을 맡겼을 때 마음이 편해지고, 맡긴 돈을 크게 불려줄 수 있다'는 쉬운 내용으로 바꾸라고요."
■비전은 공공조직도 춤추게 한다
―가치를 여러 개 두는 기업이 많습니다. 몇 개 정도가 좋은지요?
"우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가치는 3~4개 정도가 적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 개의 가치가 있을 경우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기업가치를 정하면서 안전·친절·공연·효율의 순서로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가령, 디즈니의 직원이 '친절'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손님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하고 있는데, 옆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디즈니 직원은 곧바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비명이 난 곳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친절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미리 정했기 때문이죠. 만약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직원은 비명소리를 듣고도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은 늘 비명을 지르죠' 하며, 계속해서 친절한 대답만 하고 있을 겁니다.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만 강조하고 도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면 아이가 시험 볼 때 부정행위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직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공부는 두 번째라고 미리 가르쳐야 아이들은 성실한 자세로 공부를 할 것입니다."
―공공조직은 변화가 더디어 종종 비판을 받습니다. 공공조직도 비전을 갖춘 리더십을 통해 바뀔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몇 해 전 운전면허증을 분실해 이를 재발급 받기 위해 캘리포니아 에스콘디도의 면허시험장에 간 적이 있어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3시간은 걸릴 것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가보니 직원들이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빠르게 움직이더군요. 불과 9분 만에 새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깜짝 놀라, 직원에게 '달라진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새로 부임한 소장을 소개해 주더군요. 새 소장은 '나의 임무는 시민들의 필요에 따라 순간순간 부서를 재정렬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전 직원이 면허시험장의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고 합니다. 갑자기 시민들이 들이닥쳐 도움이 필요한 고객이 눈앞에 줄지어 선 상황이 벌어지면, 회계담당이든 비서든 모든 직원이 빨리 고객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소장은 심지어 11시 30분부터 2시까지는 직원들이 점심을 먹지 말도록 했습니다. 그 시간이 바로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몰려오는 시간이기 때문이죠. 정부와 공공조직도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객 없이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의 비전 역시 고객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비전과 리더십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고객입니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회장을 지낸 얀 칼슨은 기업의 직원들이 소비자와 만나는 순간을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고객은 언제나 기업의 누군가와 접촉하는 순간만을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업의 가장 말단 직원일지라도 말입니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전화를 받을 때, 비행기에 오르는 승객을 맞이할 때, 수하물을 찾는 승객을 도와줄 때 직원들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 답이 나옵니다.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말을 경청합니다. 미국 서부에서 맥도날드 매장 3곳을 운영하는 사장이 있었어요. 소비자 조사를 했더니 노인 손님들이 별로 오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노인들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주문하기 위해 줄 서는 것이나,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싫다고 했습니다. 노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봤더니, 오후 4~5시에 맥도날드 매장을 일반 레스토랑처럼 바꿔 테이블보를 깔고 촛불도 켜고, 직원들이 주문도 받아 음식을 가져다주면 좋겠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나중에 그 맥도날드 매장 사장이 나에게 사진을 보내왔는데, 오후 5시쯤 매장이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더군요."
블랜차드 박사는 70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답변에 거침이 없었다. 특히 질문마다 실제 있었던 사례를 들어 답해 듣는 사람이 실감 나게 했다.
"경청과 함께 상상력도 고객을 감동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캐나다 서부의 주유소 체인인 '도모 가스'는 주유소에 오는 소비자들이 직접 주유하는 셀프서비스를 싫어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경주 때 레이싱카에 주유하는 것처럼 주유소 운영 방식을 바꿨어요. 모든 점원에게 빨간 점퍼를 입힌 다음, 차가 들어오면 두세 명의 직원들이 차를 향해 달려가 한 명은 주유를 하고, 나머지는 빠른 속도로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점검하고, 앞유리를 닦아주도록 했습니다. 고객 서비스를 계획할 때에는 최종적인 고객 만족의 모습이 어떨지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한을 위임하면 기적이 일어난다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고객과 직접 만나는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겠지요.
"맞습니다. 범고래가 관객을 감동시키는 이유는 조련사가 범고래 한 마리 한 마리와 신뢰와 우정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기업 역시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원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 징표가 바로 권한 위임입니다. 신뢰의 기반 위에 선 권한 위임은 믿기 힘든 일을 이뤄냅니다.
한번은 내가 미국 다른 도시에서 강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깜빡 잊고 신분증(운전면허증)을 집에 두고 갔어요. 집에 다시 갔다 오기엔 시간이 부족했죠. 그래서 공항의 서점에 들러 내 사진이 나온 책을 구입해 항공사 직원에게 보여주며 '신분증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했더니, 그 직원은 '블랜차드 선생님이시군요. 제가 일등석으로 모시겠습니다' 하더군요. 그 항공사가 서비스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입니다. 사우스웨스트 비행기엔 일등석이 없지만, 그 직원은 농담을 한 것이죠. 그는 나와 동행해 보안 검색을 탈없이 통과하도록 도왔고, 터미널까지 안내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바로 이 항공사의 창업자인 허브 캘러허가 말단 직원까지 권한을 위임해 직원 스스로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은 탑승권에 있는 이름과 동일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이 직원은 이런 사실 관계를 책 표지의 내 사진으로 확인했으니 탑승시켜도 된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죠. 반대로 갈아탈 때의 비행기는 다른 항공사였는데, 직원들이 모두 '규정상 안 됩니다. 내 상사와 상의해 보세요' 라고 해, 큰 애를 먹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며 일하는데, 왜 기업 실적은 날로 나빠지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블랜차드 박사는 당시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항공사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 듯, 잠시 말을 멈추고 회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권한 위임과 관련된 다른 유명한 사례는 '묻지마' 환불로 알려진 노드스트롬 백화점입니다. 한번은 누군가 캘리포니아의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스노타이어를 들고 와서 환불을 받아갔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대부분 노드스트롬 지점에서 스노타이어를 팔지 않는 것을 아는 나는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나중에 설립자인 브루스 노드스트롬에게 물어봤더니 '스노타이어 교환해 준 것이 맞다'고 하더군요. 사실 노드스트롬 지점 중에 스노타이어 판매하는 곳은 알래스카 지점 한 곳뿐이었고, 캘리포니아 지점에서는 물론 스노타이어를 팔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직원이 자기 판단으로 고객이 들고 온 스노타이어를 받고 돈을 환불해 준 겁니다. 이 일화가 널리 퍼지면서 노드스트롬의 '묻지마 환불정책'은 전설이 됐죠.
권한 위임을 위해서는 피라미드 조직구조를 거꾸로 놓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말단 직원이 맨 위에서 하늘 같은 소비자를 만난다고 생각해 봅시다. 중간관리자와 최고경영자는 맨 밑에 있으면서 고객과 만나는 직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것을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직원의 마음이 떠나고 결국 성과가 나빠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과(result)와 사람(people),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인 성과를 목표로 삼는다고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CEO는 직원 및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등한시하면 안 됩니다. 월스트리트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을 평가할 때 성과만 평가할 뿐, 경영진과 직원, 그리고 직원과 고객 사이의 신뢰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CEO가 성과 중심으로만 경영하면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 고객은 물론 직원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
―많은 CEO들이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해결책이 있을까요.
"피터 드러커는 '좋은 일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가령, CEO가 최소 2주에 한 번씩 직원들과 1대 1 미팅을 약 15~20분간 진행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직원들은 CEO와의 만남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평소엔 하지 못했던 말들도 털어놓을 수 있게 되겠죠. 개인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사이에 1주일 또는 2주에 한 번씩 '부부만의 날'을 정해놓고, 이 날에는 회사나 아이들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룰을 지켜보세요."
■두 사람의 부사장을 두라. 그리고 한 사람에겐 미래를, 다른 한 사람에겐 현재를 맡겨라
―최근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현재를 경영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요즘 글로벌 기업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은 사장 밑에 두 명의 부사장을 두는 것입니다. 미래 지향적인 부사장과 현재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는 부사장을 두고, 마케팅·재무·품질·채용 관련 업무는 미래 지향적인 부사장이 맡고, 회계·인사·영업·생산 등은 현재의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이 맡도록 하는 것이 방안을 제안합니다. 기업 조직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한 사람이 담당하면 세일즈 업무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마케팅은 세일즈의 홍보 역할만 하게 될 것입니다. 마케팅은 세일즈에 대한 걱정 없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일해야 하겠죠."
―만약 박사님이 한국 대통령이라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시겠습니까.
"현재 한국의 대통령은 '섬기는 리더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만약 한국 대통령이라면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가 제시했던 '비전 2020'처럼 앞으로 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을 통해 고래를 훈련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를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거대한 범고래를 조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조련사가 고래와 신뢰 관계를 쌓는 것입니다. 조련사가 원하는 행동을 고래가 보여줄 때 크게 칭찬해 주는 것은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래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도 조련사는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하지만 부하 직원이 일을 망쳐놓았을 때 이를 못 본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봅시다.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게 경고하는 것이 과연 직장에서 신뢰 관계를 쌓는 방법이 될까요? 이때에는 부하 직원이 잘해 낼 수 있을 때까지 기회를 주거나, 부하 직원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맡기는 식으로 상황을 '전환'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선 중·고교 학생들이 학교보다 사설학원에 더 열심히 다닙니다. 이로 인해 학교 선생님들의 리더십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의 사설학원이나 미국의 사립학교는 어떤 학생을 모집해서 어떻게 교육시키겠다는 아주 명백한 가치와 목표, 즉 비전이 있습니다. 이것이 공교육에선 찾아보기 힘든 요소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공교육은 학생들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권리처럼 여기기 때문이죠. 공교육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뚜렷한 가치와 목표를 세우고 학생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블랜차드 박사의 막힘 없는 답변으로 1시간의 인터뷰가 20분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 끝으로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95세까지 살고 싶다. 죽기 전까지 강의를 하고 싶고, 그동안 내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켄 블랜차드는
세계 최고의 리더십 이론가로 꼽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겅호!〉 등의 책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스펜서 존슨과 공동 집필한 〈1분 경영〉은 전 세계 37개 언어로 번역돼 1300만권이 팔린 월드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학부(코넬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교육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2주 만에 싫증이 나 중단했다고 한다. 그때 우연히 학교주변 바에서 사회학 전공 조교수를 만나 조직과 리더십 등 사회학의 연구분야에 대해 듣고 큰 흥미를 느껴 그 자리에서 진로를 바꿨다. 콜게이트대에서 사회학 석사, 코넬대에서 리더십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60년대 행동과학자 폴 허시와 공동으로 '상황대응 리더십' 이론을 개발했다. 1979년 샌디에이고에 자신의 이름을 딴 리더십 교육 및 컨설팅 회사 '켄 블랜차드 컴퍼니'를 설립하고, 강연과 저술활동을 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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