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3% 하늘 밝아져…도시 전체가 ‘빛공해 지대’
“지금 멈춰야 한다”… 스마트 조명 도입 시급
밴쿠버를 포함한 메트로 밴쿠버 지역에서 별을 볼 수 있는 하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밤하늘의 별을 가리는 가장 큰 원인은 도시 조명에서 비롯되는 빛공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추세라면 밴쿠버 시민들이 머지않아 은하수조차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런 볼리 UBC 행성과학 연구소장은 “도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이미 거의 사라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밤하늘 밝기가 매년 2~3%씩 높아지고 있고, 메트로 밴쿠버 같은 대도시는 그보다 더 빠르게 밝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밝은 가로등과 상점 간판, 고층 건물 외벽 조명 등이 밤하늘을 밝히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근 빠르게 확산된 LED 조명은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짧은 파장의 블루라이트를 강하게 방출해 기존의 노란빛 나트륨등보다 훨씬 심한 빛공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조명이 도시 전역에 더 많이, 더 넓게 설치되는 '제본스의 역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도심의 빛은 사람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야간 조명은 수면을 조절하는 생체리듬을 깨뜨려 만성피로와 정신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새들의 이동 경로를 흐트러뜨리고, 식물 성장과 개화 시기에도 혼란을 준다. 수많은 철새가 통과하는 밴쿠버의 위치상,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밝은 조명이 범죄를 줄인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범죄율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 일부 도시는 조명 강도를 높인 뒤 골목길의 사각지대가 늘어나 범죄가 오히려 증가한 사례도 확인됐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조명 사용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빛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조명’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꼭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의 조명을 설치하고, 되도록 블루라이트가 아닌 황색 계열의 조명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로등이나 외벽 조명도 상하좌우로 흩어지지 않도록 차폐 커버를 장착해야 한다.
천문 관측을 진행하는 HR 맥밀런 우주센터도 이미 성단이나 성운처럼 희미한 천체는 관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센터 측은 “앞으로는 빛공해 없는 밤하늘을 보려면 실제 하늘이 아니라 가상 별자리 관람 시설인 '천체투영관' 같은 시설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밤하늘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제 시민단체 '다크스카이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2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빛공해를 줄이기 위한 교육, 정책 제안, 조명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체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대도시에서도 밤하늘이 깜깜하게 펼쳐졌지만, 이제는 오지마저 인공조명에 잠식되고 있다"며 조명 사용을 절제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불 밝은 도시가 발전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인간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별빛을 되찾기 위한 노력은 단지 천문학적 의미를 넘어,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건강한 미래를 위한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