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곤두박질친 월요일 이른 아침,
세종중앙공원 주차장 하늘 위로 흰 입김이 점점 불어난다.
흑두루미 한 쌍인 세종이와 장남이가 장남들을 찾아왔다는 소식 때문인지
궂은 날씨에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섭씨 5도 안팎의 살을 에는 추위 탓에
수로의 얕은 물웅덩이들이 죄다 얼어버렸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들은 땅 위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흙 속에서 미약한 목숨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실, 11월은 이런 추위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오히려 얼마 전까지 유지된 비정상적인 고온기후 때문에
오늘의 추위가 더욱 극단적으로 느껴진 것일지도 모른다.
이상기온은 나무에 다시 잎이 돋아나게 하거나 봄나물이 솟아나게 하는 등 자연의 흐름에 커다란 흉터를 남겼다.
작은 생명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일지,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땅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하늘엔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로 '겨울철새' 들이다.
겨울철새란, 여름엔 시베리아나 만주 등의 고위도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엔 따뜻한 중위도에서 지내기 위해 수 천 km를 날아 한반도를 찾아오는 새들을 이른다.
하늘은 맑고 시야를 가리는 수풀도 없는 겨울은 철새들을 만나기에 최적의 환경이기에,
겨울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게 된다.
수없이 많은 겨울철새들이 마치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듯 하늘을 종횡무진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이런 휴식처가 있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겨울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동시에 감사한 마음도 생겼다.
철새 도래지로서의 장남들은 내 생각보다도 다채롭고, 또 지킬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모니터링에 함께해주신 이경호 선생님, 강서병 선생님, 이희선 선생님, 명인영 선생님, 유경숙 선생님, 김명숙 선생님, 배명진 선생님, 그리고 조성희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첫댓글 글 쓰느라 수고 많았어요^^
"철새도래지" 멀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말에 찐 동감^^
이렇게 장남들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종에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또다시 이응교에 인공조명을 밝히고, 큰고니와 오리들을 쫓아내는 배를 띄우고,
겨울철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꽃놀이를 예고하는 세종시와 시민추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빛축제에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네요.
기후위기에도 반성못하는 사람에게 지구는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