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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성격설
※ 결론: 혈액형과 성격은 어떠한 관련도 없다.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 일반인들이 쉽게 믿는 유사과학(Pseudoscience)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이하 4가지 분류를 따른다.
• A형: 소심하고 꼼꼼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한다.
• B형: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누가 뭐래도 묵묵히 4차원적인 행동을 한다.
• O형: 활달하고 적극적이다. 덜렁대지만 목적의식이 강하며 리더십도 있다. 야한 것을 자주 본다
• AB형: 4차원의 성격으로 천재 아니면 바보.
1.1. 과거 혈액형 성격론의 내용물
1. 1930년대의 혈액형 성격론
혈액형에 따라 성질 판단법1
O형은 침착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무슨 사물을 대하든 가볍게 보지 않고 여간해서는 남의 말에 잘 움직이지 않고 정신력이 강하며 점잖고 자부심이 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A형은 무슨 사물을 대하든 염려하며 조심성이 강하고 감동을 잘하며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다투기를 피하며
B형은 사람과 교제하는 것을 좋아하고 산뜻한 성격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마음속에 오래품고 있지 않고 금방 잊어버리며 눈치가 빠르고 사교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B형은...
혈액형에 따라 성질 판단법2
남자는 O형, 여자는 A형이 적당하다는 등 혈액형으로 부부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결혼률 사이에는 딱히 별 특징이 없다.
혈액형에 따라 성질 판단법3
혈액형별 적합한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O형은 학자를 지향하며 육군군인장교가 많고 A형은 은행가가 많으며 B형은 실업,운동가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AB형은?
혈액형을 보면 기질을 안다
O형은 정신력이 강하고 A형은 반성적이지만 결단력이 부족하니 수양하라고 설명하며 B형은 사교적이며 자극에 대해 민감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AB형은 둘 다 섞여서 알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한다.
2. 「레옹·불 델의 연구」
레옹·불 델(1907~1966) 은 프랑스의 여성 심리학자다. 그녀는 1960년에 「혈액형과 기질」이라고 하는 저서를 출판했다. 혈액형성격론은 프랑스에서는 유행하지 못했고 일본과 한국에서만 유행했다.
A형은 순응적이고 자신의 개성을 누른다. 성실하며 인내심이 강하고 모험을 하지 않는다.
B형은 A형과 반대로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며 행동적이고 정열적이다. 연애에 있어 쉽게 달구어지고 쉽게 깨지기 쉽다. 군인이나 스포츠맨의 리더적인 사람에게 B형이 많다. 자신이 맞는다고 느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치고 회사에 있어서는 사장 같은 리더타입.
O형은 변화를 좋아하며 유머가 있다. 로맨티스트이며 여러 분야에서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고 비즈니스맨,외교관으로 출세하는 타입.
AB형은 몹시 섬세하고 신경질적인 것같기도 하고 반대로 쉬워보이면서도 차갑다. 두 가지 성격이 섞여있어서 잘 알기 어려운 사람이며 잡기 어려운 성격이라 이성교제에 있어서 제일 애를 먹는다. 너무 여러 가지 많은 것에 신경을 쓰며 낯가림을 많이 한다고 설명한다.장점이 없어?!
3. 「노미 마사히코의 연구」
우두머리의 O형. O형은 인간 관계를 중시하고, 상하 관계에 민감하다.
리더의 A형. A형은 리더는 인간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기본적으로 짜여진 틀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한다.
감독의 B형. B형은 우두머리의 지시나 인간관계보다 기술과 사실을 중요시한다.
기둥의 AB형. AB형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너무 강해 지시하지 않아도 일이 진행된다.
2. 사실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은 장점이나 단점이 될 수 없다.
- 밀란 쿤데라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일부 단백질이다. 그리고 이 단백질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가설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 일반적인 견해다. 사람들의 성격은 개인차가 매우 크다. 이것은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즉 사춘기 이전부터 알게 되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성장하고 다른 것을 경험하기 때문에 성격이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자신과 성격이 완전히 동일한 인간을 발견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만약에 발견했어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대부분 차이점이 존재한다.
게다가, 혈액형이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도 대부분 성격이 동일하지 않다. 이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흔히 통계학적 자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자료들로 사용되지만 혈액형 성격설을 주장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으며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치의 통계자료는 현재 시점으로는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학설이 아니라 유사과학이나 도시전설이다. 그 때문에 문이과를 막론하고 대부분 적대시한다. 심리학 전공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이를 적대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배우는 줄 알고 심리학과에 들어오거나 심리학 과목 복수전공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혈액형 성격설 신봉자 중 대다수가 자신은 그냥 재미로 가볍게 받아들이니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지만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재미"로 인간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게 문제가 없을 리가 없다. 재미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는 것처럼, 가벼운 발언도 결정적인 순간에 큰 악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고 가장 큰 문제는 이게 그냥 가십거리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혈액형 성격설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처럼 논문이나 통계를 내세우고 유사과학의 형태까지 띠고 있다는 점이다. 민방위 교육장에 심리학 교수라는 사람이 와서 혈액형별 인간관계론 강의를 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만약 "엥? 나랑 우리 가족한테는 전부 잘 맞던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성격이 가정환경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고 혈액형은 유전에 의한 것이란 것을 유념해야한다. 그러므로 나에게 맞는 것 같으면 가족에게도 맞을 확률이 그래도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문서 참고.
3. 세계에서의 혈액형 성격설
세계적으로 이러한 설이 분포된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일례로 영어 위키백과의 혈액형 성격설 문서에서는 혈액형 성격설이 마치 동아시아의 문화적 관습인 것처럼 묘사해 놓았다. 혈액형별 인물 일람을 보면 알겠지만, 가상의 캐릭터에 혈액형을 설정하는 짓을 하는 것도 일본과 한국뿐이다.
서양에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양에서는 희귀병 환자가 아닌 이상 자기 혈액형이 뭐든 간에 아예 관심이 없다. 자기 혈액형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대부분이며, 자기 혈액형을 알고 있다고 하면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수혈이 필요할 땐 직접 환자의 혈액형을 검사하고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자신의 혈액형을 알 필요가 전혀 없다. 혈액형 성격설이란 게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 그런 걸 믿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하고 명확한 증거를 보여달라고한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혈액형을 물으면 혈연관계를 묻는 것 따위로 오해해 기분 나빠한다고 한다. 거기다 독일을 비롯하여 2차 대전에 휩쓸렸던 국가들은 나치즘에 휘둘린 역사도 있어서, 혈액형 성격설 같은 걸 주장했다간 우생학 신봉자로 오해받기 딱 좋다. 따라서 의학적, 생물학적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혈액형이 궁금해진 상황이 아니라면 혈액형은 물어보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이쪽엔 별자리 성격설이 있다.
서양은 A형과 O형의 비율이 B형과 AB형의 비율보다 훨씬 높아 혈액형 차이가 드물어서 혈액형 성격론에 크게 관심이 생기기도 어렵다.
4. 역사
4.1. ABO식 혈액형의 기원
아프리카에 O형이 많고 지역별로 혈액형의 분포가 다르다는 이유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최초의 인간들은 모두 O형이었고 인류 이동과 돌연변이에 의해 ABO 혈액형이 탄생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또한 혈액형 성격설과 유사한 혈액형 다이어트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장사꾼들이 내세운 유사과학으로, 실제로 ABO식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영장류에서도 일부 관찰되며, 인류가 다른 영장류들과 분화되기 훨씬 이전의 공조상에서 나타난 형질이다.
4.2. 우생학에 바탕을 둔 발전
독일 하이델베르크 연구소의 외과의사 에밀 폰 둔게른은 동물 혈액형 연구에 나선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포유류는 혈액형이 B형이었는데, 사람과 침팬지에서는 A형 혈액형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진화와 혈액형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함께 근무하는 폴란드 출신의 의사 루드비크 힐슈펠트와 공동으로 여러 가족의 혈액형을 연구하여, 혈액형이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업적을 세우기도 한다. 이후 둔게른과 같이 연구했던 힐슈펠트 역시 혈액형 연구에 경주하였는데, 1918년 세르비아 육군중앙세균검사소에서 근무하며, 1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으로 인해 마케도니아 평원에 모이게 된 전 세계 16개국의 군인이나 난민 8,500여 명의 혈액형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 조사 결과를 1919년에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 서유럽 지역 출신의 백인일수록 A형이 많았고, 동유럽 지역 출신이나 아시아, 아프리카의 유색인종일수록 B형의 비율이 높아졌다. 그리고 우생학자들은 이 조사 결과를 악용하여, A형이 많을수록 진화된 인종인데 백인일수록 A형이 많으므로 백인이 제일 진화한 인종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우생학에선 조사를 바탕으로 혈액형에 따른 인종의 우월성을 수치화하였다. 생화학적 인종계수가 바로 그것. 가령 혈액형 항목의 표를 참고하면, 한국인은 1.18로 '아시아-아프리카형'에 속하고 일본인(1.48)이나 러시아인(1.41)은 '중간형'에 속하며, 영국인(4.09)이나 프랑스인(5)은 '유럽형'에 속하는 식이다. 이 이론은 당시 우생학에 심취해있던 일본에서도 다루기도 했다.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B형의 비율이 높아 열등하다는 식으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은 자신들의 집단이 우월하다는 것, 그에 따라 자신들과 반하는 민족들은 싸그리 정리하야 한다고, 혹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혈액형 성격설을 들었다.
그러나 인구 중 A형의 비율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A형 비율이 조선인보다야 높긴 하지만 일본인도 백인에 비하면 여전히 열등 민족이었기 때문에, 민족 간의 우열을 따지는 부분은 일본에선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혈액형과 성격을 연관시키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확실히 구분 짓는 기준은 1927년 일본의 철학자인 후루카와 다케지가 친척, 지인 등 주위 사람 3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논문 「"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혈액형과 기질」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 후루카와는 A형은 소극적이고 보수적이며, B형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후루카와는 더욱이 한 발 더 나아가 1930년 우서 사건이 일어난 후 아이누족과 대만 원주민의 혈액형을 비교해, "순종적인" 아이누족에 비해 대만 원주민에게서 O형이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대만 원주민이 반항적인 이유라고 지적하면서, 이들과 일본인 간의 통혼을 늘려서 O형 비율을 줄여 반항적인 기질을 순종적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쯤이면 인종 간의 우열을 가리지만 않을 뿐, 우생학 뺨치는 수준의 유사과학일 뿐이다.
4.3. 현대의 혈액형 성격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 들어 과학자도, 생물학과 계열 전공자도 아닌 방송작가 노미 마사히코가 혈액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血液型でわかる相性)》이란 책을 펴냄으로써 유명해졌다. 이것이 오늘날의 혈액형 성격설의 기반이 되었다. 현재에는 그 아들인 노미 토시타카가 그 일을 잇고 있다. 국내에는 각 혈액형별로 《X형 인간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80년대부터 나온 책이 잘 알려져 있다.
노미 부자의 활동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한때 혈액형 성격설이 널리 퍼졌는데, 이것이 한국에 그대로 수입되었다. 사실 당대 출판업계의 상황을 보면 이상할것도 없는것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출판업계에서 저작권 인식이나 고료 문제 등이 많이 미비했던탓에 일본에서 출간한 서적을 중역해서 출간한 출판업자들이 많았고 잡지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이디어없는 잡지업자들이 일본 서적이나 일본 잡지에서 내용을 베껴서 잡지 내용을 채우는 경우도 빈번했었는데, 혈액형 성격설도 한국 출판업자들이 일본 서적이나 잡지 내용을 베껴서 실었던것인데 일단 대중들이 보기에는 그럴싸하기는 하다보니까 받아들여진것이라고 보면된다. 여하튼 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것을 믿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버뮤다 삼각지대나 바이오리듬이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후 방송이나 대중 매체에서 혈액형 성격설을 다루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한국에선 여전히 많이 통용되고 있다.
이 혈액형 성격설과 관련한 일화가 일본에 하나 있다. 일본의 전 노동부 장관인 니와 효스케가 1990년 정신이상자의 피습을 받았는데, 병원으로 후송되어 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형의 혈액이 수혈되어 사망하는 의료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국회 편람의 혈액형 기재를 의료진이 그대로 믿고 수혈을 했지만, 이것이 실제 혈액형과는 달랐고, 다르게 기재된 원인은 혈액형에 따른 인상이 득표수에 연결된다고 여겼기 때문 아닌가, 추측된다는 것. 그러나 이 일화는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 수혈을 할 때는 수혈 전 교차반응검사(Cross matching test)가 필수인 데다, 사망원인도 과다출혈로 인한 심폐정지이니 수혈 실수와는 무관하다.
5. 혈액형 성격설에 대한 여러 반박들
5.1. 입증되지 않은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혈액형 결정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효소는 적혈구 표면에만 작용하고, 이게 뇌나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성격을 구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뇌'에는 혈뇌장벽이라는 것이 있어 혈액이 직접 닿지도 않기 때문에, 혈액형이 성격에 직접 영향을 미칠래야 미칠 수가 없다. A형과 O형의 차이는 적혈구 항원부의 N-아세틸갈락토사민이라는 당이 붙어있는가 아닌가의 차이 정도고, B형과 O형의 차이는 갈락토스라는 당이 붙어있는지 여부 정도다. 유전적으로는 이런 당이 붙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있는 몇 개의 뉴클레오티드의 염기서열이 다를 뿐이다.
성격과 유전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학자들끼리 의견이 엇갈리는 판에, ABO식 혈액형을 결정하는 단백질 하나만으로 성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또한 백 번 양보해서 혈액형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치더라도, 애초에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함께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가족 관계, 교육 환경, 인간 관계, 경제 상황 등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인자는 다양하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무시한 채 혈액형으로 성격이 좌우된다고 믿는 것은 극단적 우생학에 지나지 않는다.
아주 좋은 예시로 국민MC라 불리는 유재석도 B형인데 겁이 많고 소심하다. 혈액형 성격설이 맞는다면, B형인 유재석은 다혈질이어야 하는데, 그는 전혀 그렇지가 않으므로 혈액형 성격설에 대한 대표적인 반증 사례가 된다. 더구나 A형이 O형에게 수혈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다른 혈액형을 수혈 받았다고 해서, 성격이 조금이나마 수혈 받은 혈액형 성격 유형으로 바뀌었다고 입증할 만한 사례도 없다.
일반인의 실제 사례 중에 첫 검사에서는 A형으로 알려졌다가 재검사 후 B형임이 밝혀진 분이 있는데, 이분은 젊은 시절 연애를 했을 때 여자 쪽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구애하여 결국 결혼을 성사시켰다. 이 때문에 A형이라 집요하다는 말이 나왔는데, 중년 이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느라 다시 혈액형 검사를 해 보니 B형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여자 쪽 친척들의 반응은 역시 B형이네
여담이지만, 故 신해철은 생전에 센 캐릭터로 워낙 유명해서 B형일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O형이었다. 또한 고인의 6촌 동생인 서태지는 고집 센 성격으로 유명했지만, 혈액형은 O형이었다. 세간의 통념과는 달리 의외로 센 캐 중에 O형이 많다. 지코도 O형이다. 또한 그 아돌프 히틀러는 소심하고 사려깊고 이타적이라는 A형이었다. 그의 성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마왕격 인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5.2. 성격의 범위
혈액형 성격설에서는 성격을 한두 문장으로 정의해린다. 그러나 실제 사람의 성격이 나타나는 양상과 그 범위를 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학술적 용어로는 Complex Behavioral Trait, Complex Behavioral Pattern과 같이 자세한 용어를 사용하지 성격(Personality)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사람들의 주장에서도 성격이라는 애매한 단어 내에서 성향(Tendency), 본성/천성(Nature), 선호도(Preference), 심지어 지능(intelligence)까지 여러 가지 범주에 속하는 내용을 막연히 끄집어내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들은 체계적으로 범주화조차 되지 않았다.
성격을 단순히 정의해버리는 것도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예를 들면 가정 내 부모 자식간 상하를 중시하는 사람이 직장생활에서는 자유로운 관계를 중시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가정에서는 자유롭지만 회사에서 위계 잡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는 형편없이 산만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혈액형 성격설 신봉자들이 성격이라고 부르는 행동이나 성향이 어떤 사람이 속한 집단, 하는 일의 분야, 처한 환경 등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5.3. ABO식 혈액형 분류만을 반영함
혈액형 성격설은 가장 잘 알려진 ABO식 혈액형을 통해 사람의 성격을 분류한다. 하지만 혈액형의 구분법은 ABO식과 Rh식 이외에 지금까지 확인한 것만 수십여 가지가 더 존재한다. ABO식 혈액형의 구분은 적혈구 표면에 붙어있는 수많은 당단백질 중 하나의 유무, 차이를 두고 구분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ABO식의 4가지 혈액형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있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특정 혈액형의 비율이 매우 높은 민족이나 나라가 적지 않다. 또한 Cis-AB형이나 봄베이 O형, MkMk형을 비롯한 희귀 혈액형들, 골수이식으로 혈액형이 바뀌는 경우 등의 경우도 혈액형 성격설은 설명하지 못한다.
근데 왜 ABO의 4가지 구분법만 나왔을까? 그야 간단하다. 이 혈액형 성격을 연구하던 2차대전 당시엔 혈액형이 이 4가지뿐인 줄 알았으니까.
5.4. 반증 사례들
• 페루의 원주민들은 전부 O형이었다. 그렇다면 페루의 원주민들의 성격이 모두 같은가? 그것은 당연히 아니다. 마야인 역시 전체 인구의 98%가 O형이며, 서양인들은 대부분 A형 아니면 O형이고, B형과 AB형은 전체 인구의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 반증 사례 중 가장 확정적인 것은 바로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차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간 혈액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유전적 요소가 완벽히 동일하다. 그러나 비슷한 환경요건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도 성격차이를 나타내는 경우가 상당수 확인되었다. 특히 환경요건이 달라지면 외형빼고는 거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 또 하나의 큰 반증은 나이를 먹으면서 성격이 변한다는 것.
• 골수이식수술을 받은 후 혈액형이 달라져도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 골수이식은 방사선을 쬐어 환자의 체내 백혈구 수를 최대한 억제한 뒤 조혈모세포를 투여하는 것으로 과정만 보면 수혈과 다를 바가 없다. 이 과정에서 공여자(기증자)와 환자의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이 가능한데, 골수이식을 받은 뒤 실제로 혈액형이 바뀐 환자가 꽤 된다. (거부반응은 혈액형이 아니라 MHC/자가항원과 관련이 있다.) 혈액형별 성격 논리로 보면 혈액형이 바뀌었으므로 환자의 성격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한 임상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
• 실제 한 방송사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모아놓고 질문에 답을 하게 하면서 혈액형을 맞히는 프로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연히 하나도 안 맞았고, 심지어 B형은 아주 고르게 분산되었다. 그런데 방송사는 이 결과를 가지고 B형은 자유분방하다는 어이없는 분석을 터트려 버렸다.
• 이외에도 '강타자들 중에는 왜 xxx형이 많은가?' '떠오르는 CEO 혈액형을 조사해 봤더니~' 라는 식의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표본이 겨우 몇 십 명에 불과해서 통계학적으로 전혀 의미 없는 수치인데도, 그럴듯하게 기사를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혈액형 성격설뿐만 아니라 케이스 스터디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 중 하나이다.
• 일본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타카사키 아키라는 '소심하고 꼼꼼하다는 특징이 있다'는 A형임에도 불구하고 다혈질에 주먹깨나 쓴다는 사람이다. 자신을 향해 술주정을 부리는 사람을 흠씬 두들겨 팬건 유명하다.
•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은 O형이지만 사운드 세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테크니션을 향해 기타를 던저버리는 정도의 다혈질이며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막말로 유명한 사람이다. 노미 마사히코의 분류 중 어느 쪽에 들어가는 타입이 아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이전 동료들의 사망소식에 펑펑 울기도 하는 등 약간 유순해지고 감성적으로 변하는 등 성격이 변하였다. 머스테인 본인은 혈액형에 따른 XXX를 비꼬는 듯한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I am O+ too, and I was eating all the wrong stuff for my blood type and I was frikken miserable."(나도 O+형인데 내 혈액형에 나쁘다는 것은 다 처먹고 있어. X같네.)
•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조보아가 자신이 A형이라서 생각이 표정에 다 드러난다고 얘기했으나 정작 그런 면이 없는 백종원 역시 A형이었다. 오히려 혈액형 성격설을 반박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
• 같은 혈액형이면서도 성격이 다른 두 사람, 예를 들어 바로 위의 백종원과 조보아의 예시를 들어 반박하게 되면, 혈액형 성격설 신봉자는 이렇게 재반박을 하게된다.
조보아는 AA이고, 백종원은 AO일 것이다.
백종원이 AA인데도 A형의 성격이 아니라면, 백종원의 부모가 AO, AO일 것이다.
즉, 같은 A형이라도 순혈(AA, BB)인 경우와 순혈이 아닌(AO, BO)의 성격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AB와 OO는 설명이 불가하다. 이 때에는 부모의 유전형질에 차이가 있음을 주장하게 된다.
5.5. "기존 과학적 지식도 어디까지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과학에서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던 게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대표적인 예로 양자역학은 거시적 세계에서의 상식을 완전히 뒤바꿔 버린 이론이 되었다. 이와 같이 혈액형 성격설 신봉자들은 과학적인 비판의 탈출구로서 과학의 불완전성을 들어서 반박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유사과학 부류에서 지겹게도 많이 나온 떡밥으로, 자신들의 논리를 방어하는 마지막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첫 번째, 이런 논리는 과학에서 양자가설과 같은 혁명적인 가설이 기존 상식을 뒤엎은 사실은 매우 부각시키지만, 그 사실에만 주목할 뿐이지, 정작 양자역학이 어떻게 기존 상식을 뒤집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양자역학의 경우를 들어보면, '기존 역학은 어차피 가설일 뿐이므로 내 이론이 옳다' 같은 단순 논변이 아닌, 잘 정제된 증거들과 데이터들에 의해 뒷받침되었으며, 이를 반증(反證)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물리쳐가면서 그 자리에 올라왔던 것이다. 고전 물리의 균열이 생기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제시된 이론은 양자역학 말고도 수십 가지의 가설이 나왔을 것이다. 그 여러 가설 중에 양자역학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유명해진 이유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그대로 엄연히 튀어나오는 실험 데이터를 과학자들이 반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
그렇다면 혈액형 성격설은 기존 생물학 지식, 여러 반례와 학계의 회의적인 반응을 극복할 만큼의 명확하고 '잘 통제된'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가 있는가? 양자역학에 대비되는 훨씬 많은 가설들이 엄격한 검증하에 폐기되었는데, 혈액형 성격설이 그런 검증 과정 없이, 심지어는 그 결과를 반증하는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마저 존재하는데, 막연하게 기존 상식을 뒤엎을지도 모르니 믿겠다고?
두 번째, 기존의 생물학적 지식이 잘못되고 혈액형 성격설이 옳을 가능성은 있다. 과학에서는 항상 이론의 부분 혹은 전체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반증 가능성을 항상 유념해서 기존 지식에 대해 건전한 반박을 가하는 것과, 반증 가능성만 믿고 근거가 없거나 조작되었는데도 믿는 음모론적 사고방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과학의 세계에 반증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이론과 가설이 똑같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지구는 윗 방향으로 9.8m/s^2의 크기로 가속하는 평지일 수도 있고(일반 상대성 이론의 등가원리를 이용한 유머), 문자 그대로 지구는 1만 살일 수도 있으며, 사실 병의 원인이 세균과 바이러스라는 것도 개뻥이고 백신은 맞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둘 중 어떤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결국 과학의 불완전성을 방패로 근거가 부족한 가설을 변호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못한 것이며, 혈액형 성격설도 예외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혈액형 관련 서적을 읽어보면, 혈액형이 도대체 왜, 어떻게 성격을 결정하는지에 대해 나와 있지 않다. 혈액형을 결정하는 요소가 신경계나 뇌의 어떤 부분과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여 그런 성향을 나타내게 하는가, 이런 언급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6. 혈액형 성격설을 믿게 되는 이유
여기까지면 적어도 이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독자들은 언뜻 나랑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또 주변 신봉자들은 혈액형별 성격이 정말 잘 맞는다고 느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 이것은 가설이 실제로 옳기 때문이 아니라, 잘 맞는 것 같은 환상을 보여주는 인지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이렇게 혈액형 성격설이 족집게처럼 잘 맞아 보이게 되는 인지적 원인을 보여준다. 특히 친구들이랑 같이 있을 때 맞아 내가 보기에는 딱 이거 너 얘기야 하는 식으로 주위친구들이 얘기를 해서 본인도 모르게 그런가? 라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세지는 것도 한몫한다.
6.1. 근시안적 귀납의 오류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다 맞아 떨어지더라'라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유형별로 구분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한다. 그런데, 그렇게 비슷한 부류로 분류해 놓은 특정 군에 동일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거나 하는 식으로 들어맞으면?! (물론 우연의 일치일 뿐이지만) 어 이거 연관성이 있다! 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도 동물인지라 기억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고, 기억하기 싫은 것은 잊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혈액형 성격설이 틀렸던 경우가 아무리 많아도 혈액형 성격설이 맞아 떨어졌던 경우가 1개라도 있다면, 그 1개만을 가지고 혈액형 성격설이 맞아 떨어진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 데이터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중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 해당되는 정보만 받아들이니 표본의 추가 확보가 사실상 의미없고, 오히려 점점 미리 정해진 결론으로 치우쳐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를 확증편향, 또는 선택적 사고라고 한다. 실제로 혈액형 성격설의 신봉자들은 혈액형 성격설을 본인의 성격상의 단점을 얼버무리기 위한 방어기제로 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저 사람은 O형이어서 저런다'라는 식으로 공격하기 위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개인이 수집한 사례는 통계학적으로 거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울 정도로 표본 수가 적다. 설사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맞아 떨어질지 몰라도, 그 정도의 사례만을 가지고 혈액형 성격설을 맞는 이론으로 볼 수는 없다. 몇몇 사례만을 가지고 특정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케이스 스터디의 문제점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여담으로 무엇보다도 이 설의 중심이 되는 건 AB형.
6.2. 바넘 효과
혈액형 성격설 서적들이나 sns에서 설명하는 성격은 확실하지 못하고 일관성도 없이 대강 애매하고 중의적으로 설명해놓은 것이 많다. '당신은 항상 우유부단하고 결단을 잘 못 하지만,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결단한다.'와 같이 수많은 사람에게 맞아떨어지는 서술이 그 예이다. 이렇게 보편적 특성을 특정한 혈액형의 성격인 것처럼 포장하면,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특정한 혈액형이기에 그 서술에 해당한다고 좋을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소심하다', '활달하다', '사이코 기질이 있다.' 등은 구체적인 기준이 아니며, 이를 판단하는 잣대는 매우 유연하고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른데다 사람 심리가 위의 기준들 중 딱 하나에 맞아 들어갈 정도로 간단하지도 않다. 생각해보라,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A형의 기준인 소심함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심리이다. 객관적으로 혈액형별 심리 유형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B형에 해당하는 기준이 O형에도 해당되는 경우가 많고, AB형에 해당되는 것이 A형 혹은 B형에 해당되는 경우도 꽤 많다. 심지어 A, B, O, AB에 모두 해당되는 상황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넘 효과라고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혈액형에 대한 설명을 섞어 놓고 피실험자들에게 자신에게 해당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TV 방송으로만도 수없이 행해진 실험일 것이며, 한국에서는 《호기심 천국》,EBS다큐멘터리 인간의 두 얼굴에서 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여지없이 바넘 효과의 작용.
혈액형 성격설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로 일본 유치원 실험이 있으나, 이야말로 바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일례이다. 간단하게 영상을 설명하자면 혈액형 성격설을 잘 모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 조교선생이 실수로 병을 깨뜨릴 때 각 혈액형별 반응을 보여준다. A형은 '병을 깨자마자 이르고', B형은 '입이 무거워서 묻어주고', O형은 '오히려 다그치고', AB형은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요지. 이를 바탕으로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의리 있고, O형은 정의감 있고, AB형은 특이하다는 기존의 통설을 뒷받침해준다고 본다.
허나 이는 바넘 효과에 맞춰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A형이 B형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 '조교가 무서워서', O형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 '사소한 일에 집착한다'는 식으로 해석하여 소심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 마찬가지로 O형이 A형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면 '잘못한 일은 바로 고발하는 정의감'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나머지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충분히 끼워맞출 수 있다. 따라서 위 실험도 전혀 혈액형 성격설을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여기에 신봉자들은 그 이유를 A형은 AA형과 AO형이 있는데 AO형은 O형의 성질을 공유해서, 덜 A형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B형도 BB형은 거의 극단적 B형 취급한다. 물론 이 또한 유전학에 대한 무지에서 발생하는 오류이다. BO와 BB는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의 종류만 다를 뿐, 실제로 발현되는 모습은 동일하다.
고로, A형이 혈액형 성격론을 까면 소심해서 그런 걸 다 까는 거고, B형이 혈액형 성격론을 까면 다혈질이라 그런 이론은 신경 안 쓰는 거고, O형이 까면 욱해서 그런 거고, AB형은 성격상 천재거나 바보라 까는 거 아니면 내면의 똘기가 발현하여 까는 것.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은 혈액형 성격설이 대다수가 받아들이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반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3. 피그말리온 효과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관계가 과학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집단에서는 혈액형과 혈액형 성격설에서 설명하는 혈액형별 성격 사이의 관계가 나타났다고 한다. 즉, 혈액형 성격설을 믿게 되면, 자신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격을 혈액형 성격설에서 설명하는 대로 만들고 결정짓게 된다는 것. 일종의 주화입마라고도 볼 수 있으며, 해당 논문에서도 인간의 사회적인 성격은 혈액형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성장 과정이나 자신의 믿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설사 혈액형 성격설을 안 믿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서 '당신은 xxx형이니까 ~네요.'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 마치 자신이 그런 것처럼 여기게 된다. 가설이 스스로를 정립된 이론으로 만들어 나아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6.4. 그 외
다혈질인 사람은 성격이 외향적일 가능성이 크므로 B형이나 O형이나 별 다를 바가 없고 인간의 뇌는 다혈질이라는 연구결과와 우리나라 약 30%가 A형인 점을 고려하면 확률상 얻어 걸리기도 쉽다.
또한 혈액형 성격설이 유행하는 동북아 지역은, 혈액형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 편이다. 서양권의 경우 두 개 정도의 혈액형이 8-90% 수준의 인구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아. "혈액형에 따라 성격이 갈린대"라는 말이 더 안 통한다. 대다수 인구가 4개도 아니고 한두 개 성격이라는 말이니까.
이런 막장의 경우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이러한 분류에 대해 화를 내면, 이 역시 혈액형 성격설에 따라 해석하곤 한다. A형은 소심해서 화내고, B형은 원래 다혈질이라서 화내고, AB형은 내면의 똘기가 발현하는 것이고, O형은 욱해서 화낸다는 식으로. 그런 오해를 받기 싫어서 가만히 있으면 또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A형은 소심해서, B형은 다른 생각하고 있어서, O형은 자신의 편이 없어서, AB형은 타인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는 밑에서 서술할 고무줄 잣대와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상식 부족한 이들만 믿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사람이 무엇을 믿고 안 믿고는 그 사람의 지능이나 교양, 업적 등과 별 상관이 없으며, 지식량과 지식에 대한 검토 능력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세간에 지식인(교수, 전문가, 경력자 등)으로 알려진 계층일지라도 그것이 그가 올바른 자기검토 능력을 갖췄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자들일수록 권위의 오류를 내세우며 역으로 믿음을 강요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6.5. 결론
결과적으로 혈액형 성격설에 대한 믿음이 신뢰를 결정하고, 그로써 다시 타인의 정보를 확증편향함으로써 믿음을 다시 강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마치 어느 사람에게나 일치하는, 신비하게도 딱 맞는 이론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맞더라'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열이면 아홉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강화된 믿음을 거친 경우이다. 이쯤 되면 신만 안 믿었지 거의 종교에 가깝다.
따라서 이러한 애매하고 일반론적인 설명, 즉 바넘 효과를 이용한 심리학에 있어서는 질문 자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통계자료는 사실상 의미 없는 경우이다. 특히나 그것이 변인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혈액형 성격설은 전적으로 혈액형 우생학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이를 믿고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적 바탕을 깔아놓고 시작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7. 폐해
애초에 말이 안 되니, 전공자나 과학자가 아니라도, 상식적으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반박당할 여지가 많은 혈액형 성격설이지만, ABO식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위 항목에서 여러번 서술한 것과 같이 기실 유사과학일 뿐인데도 말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등에 퍼지는 혈액형 성격 돌림글이 대표적인 사례. 이 때문에 혈액형 성격설로 인한 폐해도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