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연하남 ※ 01.
-따리리리리리
"여보세요."
-야, 박은남! 뭐해?
"그냥, 집이야. 좀 있다 장보러 가려고. 왜?"
-뭐? 그러지 말고 나와! 오늘 신입생 환영회 하는 날이잖아.
대학친구, 백송아의 전화다. 아니나 다를까 개강과 동시에 송아의 '신입생 물기' 작전
이 시작된듯 하다. 단체회식이라면 질색인 난, 수업이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왔다.
그동안 밀렸던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뭐 이것저것...혼자서 나름 할일이 많다.
" 미안하지만 이 박은남이는 바쁩니다. 밀린 청소도 해야하구요..빨래도 해ㅇ.."
-형우선배 온데.
"....뭐?"
-니가 좋아했던 강.형.우. 온다고! 복학한다더라, 이번에.
뭐를 입고 나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형우선배가 온다니.
작년 이맘때쯔음, 난 학회장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신입생환영회에 따라 갔고, 그 자
리에서 난 형우선배를 만났다. 그렇게 뛰어난 외모는 아니지만, 준수한 차림과 사람을
요동치게 하는 그 무언가때문에 늘 여자들이 따랐다. 그렇게 나역시 형우선배를 좋아했
지만, 선밴 무슨 일인지 휴학을 했고, 근 6개월만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딸랑
신입생 환영회 시즌이라, 술집 안이 북적북적하다. 그리고 저 멀리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게임을 주도하는, 호피무늬 미니스커트를 입은 송아가 보인다. 분명 저 호피
는 신입생들을 겨냥한 패숀이겠지. 여우.
난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행여나 내 몸집이 커보일까 몸을 최대한 숙이고 우리 과 테
이블로 발걸음을 옮기는데...꽝 하고 부딫치는, 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무언가.
"아, 죄, 죄송합니다."
어느 남정네의 배와 수그린 나의 머리가 부딫치고 말았다. 난 무안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가던 길을 가려는데, 이 남자, 나와 방향이 같더니, 이내 같은 테이블에
그것도 맞은 편에 떡하니 앉는다. 난 누군지 궁금해 고개를 살며시 들었지만,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입생인가 보다.
얼핏 눈이 마주친 것 같지만, 남자는 나의 뻥져 있는 표정에서 시선을 거둔다.
" 박은남, 안올것처럼 하더니, 선배있다는 말에 바로온다, 너?"
"뭐야, 넌 완전 신났더라? 호피무늬 스커트에, 작정했구나?"
"언니도 연애좀 하자. 은남아. 응?"
어느새 송아는 내 옆에 와 앉으며 앞에 놓인 새 소주병을 까기 시작했고, 난 먹지 않겠
다며 소주잔 조차 호주머니 속으로 숨겨버렸다. 괜찮다며 자기가 다 책임지겠다며 소주
를 건내는 송아와 실랑이를 벌이는데, 익숙한 얼굴이 맞은 편에 앉는다.
어디서 봤더라?
" 승원아, 미안. 나 잠시 전화 좀 받느라구."
미니스커트가 대세구나, 짧은 미니스커트에 흰 가디건을 입은 이 여자는 싱긋 웃으며
내 맞은편 모자를 쓴 남자에게 말을 걸며 앉았고, 남자의 팔짱을 꼬옥 낀다.
아, 굉장히 낯이 익은데...어디서 봤더라? 난 이리저리 눈치를 봐가며 맞은 편의 두 사람
을 지켜봤고, 이내 난 그들이 누군지 알아 낼 수 있었다. 남자앞에 놓인 다 마신 녹차라
떼 종이컵을 보고.
"쟨, 신입생이긴 한데..여자친구 있으니까 관심 꺼."
맞은 편 커플을 뚫어져라 살피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송아는 옆구리를 푹 찌르며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누가 관심있댔나 뭐. 두어달 전, 가게 손님으로 왔었는데, 이렇게 보
니 새롭다. 승원이라고 했던가? 이 남자, 녹차라떼를 자주 마시나 보다.
그리고 송아가 내 옆구릴 한번 더 찌른 건,
"어, 저기저기, 형우선배 온다!"
더 멋있어진 형우선배를 봤기 때문이다. 싱긋 웃으며 들어와서는 내 옆자리에 앉는 형
우선배. 멋쩍은 듯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또 한번 싱긋 웃어보인다.
"오랜만이지? 은남이, 잘 지냈어?"
"네에..선배, 오랜만이예요. 더 멋있어 진거 같아요."
"하하, 빈말이라도 고마운데."
"빈말 아니예요. 정말 멋있어졌어요 선배."
"은남이 너도 예뻐졌어. 단발머리 해다닐땐 마냥 학생같더니,
머리 묶으니까 더 이쁘네."
오랜만에 선배와 나누는 대화. 너무 떨려서 난 잠시 화장실로 자리를 피했고, 변기에
앉아 '여자친구는 있어요?' '저 안보고 싶으셨어요?' 등 수만가지의 당돌한 말들을
생각하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너무 오래있었던 걸까.
나와보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벌써 2차로 장소를 옮긴건가.
"....송아야~ 갔어? 어딨는거니."
왠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난 술집밖을 나와 이리저리 송아의 행방을 찾
아 해매는데, 나의 나이키 운동화에 살폭 밟히는 동그란 무언가.
고개를 숙여 발을 살콤 들어보니, 다름아닌 반지다. 금 실반지. 누가 볼까 얼른 주워 이
리저리 살펴보니 헉, 이게 웬일. 24K이다. 손에 껴보니 딱 맞다. 아... 운명인가보다.
그렇게 난 반지를 획득한 기분에 즐거워 송아찾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려는데,
가게 옆 골목어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차윤희."
"승원아, 오해야...그건, 너 날 믿잖아, 어?"
"........"
"승원아, 윤승원..승원아."
"...... 내 눈으로 봤는데, 뭘 믿으라고."
"그건, 그 사람이 부탁해서....마지막이라고..그래서..."
".....마지막? 뭐, 그래서 이별키스라도 진하게 해줬냐,"
"........"
"...맞나보네. 그 새끼한테 입술준 거 맞네."
"승원아...니가 본건 오해야..."
벽에 몸을 밀착시켜 고개만 빼끔 내밀어보니, 아까 내 맞은편에 앉았던 그 예쁜 커플이다.
사랑싸움을 하는지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어두워 잘 보이진 않지만, 여자의 커다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가로등에 반사되 빛나 보인다.
"...괜찮아."
"....어?.."
"....괜찮다고."
"....저,정말?., 승원이 넌 그럴줄 알았어. 나 믿는거지? 그런거지?....."
여자는 괜찮다는 말에 마음이 놓인듯 활짝 웃어보이며, 모자쓴 사내의 목을 감싸안으
며 웃어보였고, 남자는 아직 말이 다 안끝났다는 듯 자신의 목에 걸린 여자의 팔을 풀
어 내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아니, 나도 새 여자친구 생겼어. 그러니까 너도 딴 남자만나. 괜찮아."
"....뭐?....."
"나도 여자친구 있으니까, 딴 남자랑 입술을 부비던 몸을 뒹굴던 니 맘대로 하라고."
"....윤승원. 거짓말.."
이거이거, 단순한 사랑싸움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헤어지는 심각한 분위긴데?
카페에 올때만해도 다정했는데, 대화를 엿들어보니 여자가 아무래도 남자몰래 바람을
핀 것 같다. 청순가련, 일편단심 해바라기같이 생겨서, 의외네..
"...거짓말 아냐. 확인시켜줘?"
".....승원아..."
"....야, 나와."
"......."
"...박은남, 나오라고."
박은남? 나 말하는거니?
****
안뇽하세요. 드디어 1편 시작되었습니다. 히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정말..흑흑
손팅 완전 사랑합니다. ♥
첫댓글 헐래밍 남주 성깔 굳ㅋㅋㅋ
ㅎㅎㅎㅎㅎ재밋어요!!!!!!!!!!성연부탁드려요
어멋, 은남아 !? < 두근두근 !
아;; 이렇게전개되는 내용이구낫;; 건필하세요 힘내요 완결까지 고고~~~ 홧팅
어려서 그런가 당돌하네....ㅋㅋ 은남이 제대로 놀래겠당..ㅋㅋ
와 은남이이름어케안거졐ㅋㅋㅋㅋㅋㅋ 귀신이따로업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