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제패”… 보조금만 수십조원, 부활 총력
[반도체 패권 경쟁]
‘세미콘 저팬’ 반도체 전시회에
세계 970여곳 참여 사상최대 규모
“반도체를 키우는 건 산업 진흥이 아니라 국가 전략이다. 반도체를 제패해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13일 오전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일본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저팬 2023’에서 정부 반도체 전략에 깊게 관여하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전 간사장) 자민당 의원은 “소재부터 제품 생산까지 반도체 공급망이 안보 리스크와 직결되는 시대”라며 반도체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2019년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핵심 참모로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설계한 아마리 의원은 이날 “세계는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나라와 공급받는 나라로 나뉜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생사여탈권을 쥐는 나라와 잡힌 나라로 양분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정부 보조금 수십조 원을 투입하며 반도체 부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전시회는 지난해보다 300곳가량 늘어난 세계 970여 업체가 참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전시회를 찾은 한국 대기업의 반도체 관련 한 임원은 “‘잃어버린 30년’을 돈으로 회복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전시회”라며 “현재 일본만큼 반도체 사업을 하기 좋은 나라가 없다. 토지와 보조금을 지원하고 엔저인 데다 세금까지 깎아 주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 부활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일 반도체 연합 기업 라피더스의 히가시 데쓰로(東哲郎) 회장은 “일본이 (첨단) 2나노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겠냐고들 하지만 이미 글로벌 3나노 반도체 제조업체와 함께하는 부품 장비사들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라피더스는 2027년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홋카이도에 공장을 짓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