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 공매 이야기
지난 2019년 3월 21일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가 5차례 유찰 끝에 공매절차를 거쳐 약 51억여 원, 최초 감정가의 약 60%에 낙찰되었다. 솔직히, 필자는 이번에도 낙찰이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매에는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
본격적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개념정리를 하고 시작하자. 보통 공매와 경매라는 용어를 구별해서 사용한다. 하지만 경매(競賣)도 원칙적으로는 공매(公賣)의 일종이다. 국가가 주체로 시행하는 경매를 총칭하는 것이 공매이고, 그 공매라는 개념 안에, 민사상의 강제집행으로 환가 처분을 하는 경매와 국세체납 처분절차에 따른 환가처분인 공매로 나뉜다. 세무서장은 국세징수법에 따라 압류한 재산을 공매할 수 있는데, 보통 한국자산관리 공사에 대행하도록 한다. 한국자산관리 공사는 이 절차를 자신의 전자 시스템인 “온비드”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처리하는 게 보통이다. 본 칼럼에서는 공매와 경매를 구별하는 일반적인 용어 사용례에 따르겠다.
이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역시, 이 공매절차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온비드 사이트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첫째, 소유자의 문제이다. 연희동 사저의 소유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니라 ‘이순자’ 여사, 전 비서관, 며느리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부부 사이라고 해도, 부부별산제를 취하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런 식의 공매 집행이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 2013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라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공무원범죄몰수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범죄몰수법 제9조의 2는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은 제정 당시부터 위헌 논란이 있었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판 중이다.
그리고 이순자 여사가 위 주택을 취득한 시기는 상당히 오래전일 뿐만 아니라, 그 당시는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일이다. 나중에 과연 공매가 적법한지, 이 부동산이 명의신탁인지의 문제가 법적으로 크게 다투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공매는 경매와는 달리 인도명령이라는 제도가 없어서, 별도로 명도소송이 필요하다. 경매의 경우에는 낙찰자가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서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 인도명령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매의 경우, 점유자를 상대로 낙찰자가 별도로 명도소송을 제기해서 다시 집행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참 제도를 어이없이 만들어 놓았다.
이번 낙찰자는 정치적 거물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서, 그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야 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래서 이번 공매의 낙찰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셋째, 그런데도 매각 주관사인 한국자산관리 공사는 원칙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 공매는 검찰이 의뢰하여 자산관리 공사가 대행을 한 것이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위헌 결정이 나거나, 행정법원에서 집행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선고될 경우 낙찰자는 해당 낙찰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산관리 공사의 온비드 사이트의 물건 설명 부분을 살펴보면, “집행정지 및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 공매처분 정지 및 매각 결정 취소가 될 수 있는바 이에 따른 제반 사항 및 손해 등은 공사가 책임지지 않는 조건”, “관련 사항은 매수자 책임하에 처리하는 조건”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자산관리공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붙일 수밖에 없는 문구이다.
사실 이번 전두환 연희동 사저 경매 자체를 무리한 법 집행이라고 보거나.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렸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자산관리공사는 검찰의 의뢰를 받아 공매를 대행하는 기관일 뿐이다. 이런 정치적인 문제에까지 책임을 져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개인들이 주도하며 발전해온 경매에 비해 공매는 경매와 구조가 거의 똑같음에도 불구하고 발전 속도가 더디다. 위에서 말한 인도명령 제도가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공매에 처음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낙찰을 받았는데 부동산을 인도받기 위해서 소송을 새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2011년 이전에는 ‘배분 기일의 종기’, 즉 경매의 ‘배당기일의 종기’에 해당하는 규정이 공매에는 없었다. 충분히 권리 분석을 하고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선순위 권리자인 조세채권이 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 규정은 공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정이었는데, 다행히 국세징수법이 개정되어 현재 온비드 사이트를 보면, 배분 기일의 종기가 명시되고 있다.
각설하고, 어떤 제도의 문제점은 일반 서민들이 아무리 말해봤자 물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유명하고 힘 있는 사람이 그와 관계되었을 때, 그 제도의 문제점이 언론에 보도되고 관심을 두게 된다. 최근 판사들이 직접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보니, 검찰 조사와 작성 서류의 문제점을 연일 언론에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변호사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법정에서, 언론에서 주장해도 전혀 신경도 안 쓰던 것들이 본인들이 당사자가 되니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바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매에도 경매와 같이 인도명령 제도만이라도 도입되었으면 한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로펌고우 고윤기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