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올해 1~3분기 지역 건설업체들의 하도급 평균 비율을 점검했더니 32.5%로 나타났다. 올해 목표치 33%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3분기 중에는 34.1%를 기록해 올해 목표치를 처음으로 넘겼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하도급 비율을 높이는데 지역 건설업체들이 얼마나 동참했느냐이다.
울산시장이 하도급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나서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역에서 각종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건설사 본사를 찾아가 지역업체들이 하도급에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읍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역업체들이 찾아가면 아예 씨도 먹히지 않으니 그나마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울산시가 나서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지역업체들은 하도급 비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몸부림을 쳤는가. 울산시 뒤에 숨어 옆구리만 찌른 건 아닌가.
울산지역 건설업체들이 지역 건설사업 참여율 제고를 요구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에서 시행되는 건설사업에 지역업체들이 다수 참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일감을 줘도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사업참여율만 높여달라고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동안의 사정을 살피면 외지 대형건설사들이 지역업체 선정을 기피하는 게 문제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업체들도 이에 못지않게 전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외지 업체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지역업체를 따돌리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공 능력이 부족하다느니 필요한 전문기술 인력이 모자란다느니 하면서 따돌리는 일부 대기업의 행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런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시가 당연히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건설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도 하도급 비율을 높이는데 큰 걸림돌이다. 지역업체들은 지하 5층 이하 토목 작업을 할수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이 외지 기업에 비해 영세한데다 시공 능력까지 부족해 하도급에서 밀리고 있다. 게다가 부실ㆍ부적격업체가 난립해 과당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결국 사업의 주체인 대형건설업체가 울산지역 업체에게 하도급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지자체에만 참여율 제고를 요구해선 안 된다. 업체 스스로도 능력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