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땅굴에 바닷물 침수작전 시작
WSJ “두달간 해수펌프 7개 설치”
이 “지도부 급습, 인질 구출할 것”
인질 가족들은 “안전 위협” 반대
바이든 “국제적 지지 잃어” 이 비판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지중해 해변에서 바닷물을 끌어올릴 파이프를 설치하는 모습이 현지 소셜미디어에 나돌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 바닷물을 하마스가 가자지구 곳곳에 설치한 땅굴에 투입해 하마스 소탕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 X(옛 트위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땅굴에 바닷물을 넣어 침수시키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 과정에서 약 500km에 달하는 하마스 땅굴 외부 곳곳을 공격했지만 함정과 폭발물로 인해 내부를 속속들이 파괴하진 못했다. 일부 하마스 지도부 또한 이곳에 은신해 있어 바닷물로 하마스 완전 궤멸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5개의 해수 펌프가 설치됐고 최근 2개의 펌프가 추가 설치됐다”며 “땅굴에 바닷물을 채워 넣는 작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땅굴 전부를 바닷물로 채우는 작업이 최소 수 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땅굴을 침수시켜야만 지하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 인질 등이 지상으로 올라올 것이고, 이때 급습해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지상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지하시설을 파괴하지 않으면 하마스의 위협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조성한 땅굴을 통해 무기를 반입할 뿐만 아니라 하마스 지도부가 이곳에 작전본부를 두고 이스라엘 공격을 지휘한다고 주장한다.
하마스에 붙잡힌 채 아직 풀려나지 않은 인질 약 140명의 가족들은 인질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침수 작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환경 오염 등 추가 피해 또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자지구와 맞닿은 이집트 당국은 2015년 밀수꾼 퇴치를 위해 자국 영토 인근의 하마스 땅굴에 바닷물을 투입했다. 이후 인근에서 농작물을 키우던 주민들이 염분으로 큰 피해를 봤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 방안 등을 둘러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립도 상당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이스라엘이 무차별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팔레스타인을 향한 강경 정책을 바꾸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 편을 들던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김보라 기자, 워싱턴=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