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영e에게
막상 더워서 죽겠다 죽겠다 했는데 장마가 시작이되니 이것도 문제다
냉장고는 텅텅 비어가고 그렇다고 맛있는 찬을 시시때때로 챙겨 놓을 사람도 없어
서글프기 짝이 없다
그럼 최선의 방책으로 자그마한 바케스를 두 녀석들 중에 간식을 보고 오래 참는 놈에게
바케스를 물려 집에서 약 3oo여 미터 정도 떨어진 동네어귀 자그만 시장에
나도 즐기고 내 자식들도 좋아 사족을 못쓰는 선지국을 사러간다.
맨날 방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모처럼의 외출이 신이났는지 유난히도 넓은 우리동네 가로수 길 정원을
냅다 가로 지르면서 바케스를 내동댕이 치고 두리서 마냥 신이났다
딴에는 얼마나 즐거웠고 신이 났어면 저럴까!
약간의 미안한 마음이 앞서 겸연쩍은 미소로 소리를 처 불러본다
짱구야, 짱아야 퍼뜩 온나!~~~
그러나 이놈들은 잠시 귀를 쫑긋 거릴 뿐 안중에도 없는양 한놈은 오래전에 표기해 뒀던
영역에 다른녀석이 침범 하지는 않았는지 괘나 깐깐하게 살피고서는 드뎌 자기것임을 알고는
예전보다 더 찐하게 표기를 하고선 돌아선다.
이놈들 하고 얼마나 시간을 허비했는지 하늘이 울먹 거리고 날이 어둑어둑 하다
강아지들은 날씨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벌써 우왕좌왕 하는걸 억지로 달래서 순대국집 안까지 들어가니 우르르 많은 시장 사람들이
자기들을 반겨주니 금방 기분이 달라졌는지 엄지손가락 만한 꼬랑지를 흔들어 보인다
와락 사장 아지매 한테 안기면서 얼굴을 유리창 닦듯 마구 핥기 시작한다
쥔 아줌마도 싫지는 않은듯 두놈들의 찐한 키스 세례를 감당하기에는 솔직히 버거웠을 것이다
쥔 아줌마 역시 커다란 삽살이를 기른다
동병상련...아니지 유유상종이지 그래서 쥔 아줌마랑 뭔가가 통하는게 있는갑다.
쥔 아줌마는 "골통들 두마리 댈꼬 왔네! 우야먼 존노! 오늘 수고비준다, 알았제!
우스게 소린줄 알았는데 정말로 천원을 깍아 주신다 그런데 바케스를 들어보니 무게도 다르다
이게 골통들 덕인갑다 순간 앞으로도 이놈들 델꼬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훽 돌리는 순간에 기대는 무너진다
과일 난전에 들어가서 저지레를 해서 과일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 오르지만 강아지들의 이정도 저지레로 성질을 참지 못하면 강아지는 못 기른다
그래서 이런 광경을두고 개판이라고 일컷는다
그럭저럭 오늘 하루 이놈들 바람도 쐬일겸 시장도 볼겸 나왔다가 또 땀으로 온 몸은 범벅으로 변했다
헥헥 거리며 언덕길을 올라 놀이터 정원 벤치에 앉아 숨을 가다듬는다.
이눔들 아파트가 가까워 오니 자잘못을 느끼는지 정자세로 앉아 꼬리치며 눈치를 보고 있다
그것도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말이다 둘이 말을 맞췄나보다
녀석들 같은 집에서 진 종일 쥐어뜯고 싸우고 지루함을 나누고 그렇게 보내는 놈들 아니랄까봐
정말 죽이 척척 잘 맞는다
ㅋㅋㅋ...
순간 너무 우스워 웃고 말았다 순간 이때다 싶었는지 두놈이 껑충 뛰어올라 달려든다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두 놈을 안았다
자칫 늦었으면 순대국 바케스가 쏟아저 큰일 날 뻔 했다
강아지는 피부 호흡을 하기 때문에 화상이 가장 큰 사고라고 볼 수있다
끝끝네 사람 속을 썩힌다 주인이나 강아지 두놈이나 똑 같다 그러니 한지붕 아래서 사는게 아닐까!
밥솥에 밥을 안치면서 만난 저녁을 꿈꾼다
밥솥이 나에게 속삭인다 "백미 고압 취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첫댓글 사는 냄새 찐하게 나는 글,
모처럼 눈이 즐겁고 마음 흐뭇합니다.
앞으로 서핑을 얼마나 더 해야 알지 모르겠지만,
가입 반 년만에 처음으로 댓글을 달게 만드는 군요.
네, 삶이 별거겠습니까?
이렇게 자그마한 일들이 모이고 쌓이는 것이지요.
이른 시간인데 막걸리가 마구 땡기네요.
어쩔 수 없는 촌놈이라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