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水湖誌) - 51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4편 복수 24-1
마침내 무송은 하구숙을 앞세워 운가를 찾았다.그러자 운가는 전후사연을 무송에게
낱낱이 말해주었다.그것으로 형님을 죽인 공범은 생약포 집 서문경과 반금련이며,
두 사람의 다리를 놓아 준 것은 왕파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무송은 그 길로 하구숙과 운가를 데리고 관가의 현감 앞에 나아갔다.
“무슨 일로 왔느냐?”무송은 공손히 꿇어앉아 현감에게 모든 사실은 말했다.
그러나 현감과 관가의 관리들은 모두 서문경과 가까이 지내며 뇌물을 받은 터라
입장이 난처했다.마침내 현감은 무송을 타일렀다.“너는 관가의 보병 장교다.
너는 서문경이 형수와 간통을 했다고 하지만 직접 본 사람이 없고, 그들이 네 형을
죽였다고 하지만, 시체가 남아 있지 않은데 어찌 저 두 사람의 말만 믿고 다른 사람들을
살인자로 몰려고 하느냐?”무송은 품에서 하구숙이 증거로 내준 두 조각의 검푸른 뼈와
은장 10냥과 또 한 장 종이를 내보였다.“내가 사실을 알아볼 것이니 물러가 있거라.”
무송들은 집으로 돌아왔다.그날 무송이 관가에 왔다는 말을 전해들은 서문경은
관리들에게 돈을 아낌없이 풀어 놓았다.이튿날 무송이 관가에 들어가자 재물에 눈이 먼
관리들이 증거로 바친 뼈와 은자를 내주며 말했다.“이 일은 그저 네 말만 듣고 함부로
처단할 수 없는 일이다. 대개 사람에 관한 일은 시체나 상처나 병이나 물건이나
흔적을 구비해야 조사할 수 있는 법이다.”
무송은 관가의 힘을 통해서는 끝내 형의 원수를 갚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말없이 관가에서 나왔다.무송은 필묵과 종이를 준비하고 관병에게 돼지 머리와
거위 1마리와 닭 1마리, 술 2통에 과일 약간을 사서 자석가로 가져오게 했다.
그때 반금련은 무송이 관가에 자기를 살인죄로 고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무송이 집에 왔지만 두려워하지 않았다.“형수님, 잠깐 봅시다.”
반금련이는 다락에서 내려왔다.“내일이 바로 형님의 사십구제가 아닙니까?
그간 동네 사람들에게도 많은 폐를 끼쳤으니 제가 술 한 잔이라도 대접을 할까 해서
사온 것이 있습니다.”
무송은 우선 관병을 시켜 영정 앞에 황초를 밝히고 영전에 재물을 차려 놓았다.
그리고 데려온 관병 한 명은 술을 데우게 하고, 두 명은 걸상을 내놓게 하고, 나머지 두 명은
각각 앞문과 뒷문을 지키게 한 다음 형수에게 말했다.
“잠깐 기다리십쇼. 내가 손님들을 청해 오겠소.”무송은 우선 이웃집 왕파와 금은방집
요문경, 종이집 조중명, 술집 호정경, 경단장수 장공을 차례로 불렀다.
모두들 무송이나 무대와 서로 왕래가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말썽 많은 집에 오고 싶지 않았지만 무송의 부탁으로 할 수 없이 온 손님들이었다.
잠시 후에 무송이 그들에게 말했다.“내가 여러분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모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어느 분이 글씨를 잘 쓰시나요?”그들은 모두 술집 호정경을 가리켰다.
“그럼 선생이 수고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무송은 곧 소매를 걷어 올리고, 품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저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형님의 원수를 갚으려 합니다. 여러 동네 어른들은 부디
이 사람을 위하여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무송은 곧 왼손으로는 반금련의 어깻죽지를
움켜잡고 오른손으로는 왕파의 가슴 한복판을 칼끝으로 겨누었다.
네 명은 뜻밖의 일에 너무 놀라고 두려워서 제각기 얼굴만 서로 쳐다보며 감히
한 마디 말을 못 한다.
- 52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