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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이 바라본 한국
작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논하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특히 양국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중관계를 회고하고 새로운 협력 방향을 탐색했다.
여러 연구는 한중 간 상호인식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긍정적/부정적 인식 조사에서부터 특정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 혹은 견해 비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의 분석이 진행되었다.1)
인식은 특정 대상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말한다. 인식차는 상호간의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대화나 상호작용을 진행하면 ‘초점 없는 상호작용’ (unfocused interaction)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예성호,2016). 2)
본고는 중국 공산당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즉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 대해 어떠한 관심의 초점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에서 발간하는 저널 데이터에 대한 텍스트 마이닝을 진행했다. 인식은 외부 세계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인지하는 과정으로, 이렇게 인지된 정보들이 개념화되어 특정 키워드로 생산된다. 중국 공산당이 한국에 대해 어떤 키워드로 개념화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對한국 인식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개별 키워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키워드 간 연결을 통한 그 의미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의미구조는 특정 개인 차원이 아닌 집단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창발적 결과이다(Kim,2015). 이처럼 텍스트에서 특정 목적에 맞게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는 분석 및 처리 과정을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이라고 한다.
중국 공산당은 한국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
본고의 분석 데이터는 중국정당 정기간행물·문헌 데이터베이스(CJFX, 中國黨建期刊文獻總庫)을 활용해 수집했다. CJFX는 중국공산당 각급 조직과 민주당파3)가 공식적으로 출판한 당 간행물 및 기타 간행물 데이터베이스로, 총 245개의 저널이 등록되어 있다.
민주당파는 중국공산당이 아니면서 중국공산당과의 통일전선에 참여하는 위성정당들을 말한다.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의 지원으로 조직이 회복된 민주당파는 1989년을 기점으로 그 정치적 성격이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위한 그림자 정당으로 변모하였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시진핑과 공산당의 권력 강화가 진행되면서 민주당파의 그림자적 성격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으며, 오히려 친공산당적인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장영덕 외,2019).
본고에서는 ‘한국’ 주제와 관련된 모든 데이트를 전수 조사했다. 1992년에서 2021년까지 총 1,008편의 저널 데이터를 수집했다. 해당 저널의 기본 서지정보(저자명, 소속기관, 저널명, 저널 제목, 발표 연도, 저자 키워드)를 모두 다운로드 받아 관련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그 연도별 분포도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992년 한중수교를 시작으로 관련 연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드 문제로 인한 양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급격히 감소하다가 2019년을 시작으로 다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한국을 어떻게 인식했나?
연도별 발표 편수라는 빈도분석을 통한 의미 해석은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텍스트 분석은 기본적으로 키워드 분석을 많이 활용하게 된다. 전체 데이터에 대한 빈도 분석을 진행한 후 빈도수가 높은 키워드를 추출했다. ‘한국’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한 상위 500개 키워드를 클라우드로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 2>와 같다.
아래 <그림2>를 통해 한국정부(韓國政府), 한국경제(韓國經濟), 새마을운동(新村運動), 한국인(韓國人), 신농촌 건설(新農村建設), 김영삼(金泳三), 시사점(啟示) 등의 키워드가 크게 부각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추출된 키워드의 빈도분석 결과에 보다 구체적인 의미 해석을 위해 시간 변수를 적용해 시기별 주요 키워드 변화를 살펴보았다. 의미상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적정한 크기 이상의 주요 키워드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연도별 주요 키워드 분포도를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 3>과 같다.
이러한 연도별 키워드 분포도를 통해 대략적인 시기별 구분을 진행해 보았다. 1992년~1997년 시기는 한국경제, 한국정부, 김영삼 등의 키워드가 크게 부각되는 시기이다. 1998년~1999년 시기는 금융위기, 한국정부, 한국경제, 공무원 등의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2005년~2007년 시기는 새마을운동, 신농촌 건설, 한국정부, 한국인 등의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2008년~2014년 시기는 한국정부, 한국인, 공무원 등의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연도별 발표 편수가 상대적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2015년부터는 특정 키워드가 부각됨이 없이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하고 있다. 다만, 주체별로 한국정부, 한국인, 공무원, 대통령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對한국 인식구조는?
개개 키워드의 고립된 개체성을 극복하고 주요 키워드 간의 연결을 통한 의미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의미 연결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진행했다. 키워드 동시출현 빈도분석을 바탕으로 키워드 간 의미관계를 정의하고, 그 의미관계를 시각화하는 방법이다.
아래 <그림4>는 주요 키워드를 전체 키워드 네트워크 속의 위상(centrality)에 따라 추출한 결과이다. 왼쪽은 키워드 연결망(연결중심성) 분석결과를, 오른쪽은 커뮤니티 분석결과를 각각 도식화한 것이다. 노드(붉은색 원)의 크기는 해당 키워드 빈도수, 노드간 링크(선)은 특정 키워드 간 동시 출현 빈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정 키워드의 빈도수가 많을수록 원이 크게 나타나고, 키워드 간 동시 출현 빈도가 높을수록 굵게 표시된다.
키워드 연결망에서 보다 구체적인 의미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키워드 군집을 파악할 수 있는 커뮤니티 분석을 진행했다. 아래 그림을 보면, 크게 네 그룹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룹1(G1)은 김영삼(金泳三), 반부패(反腐敗), 집권당(執政黨), 전직 대통령(前總統), 김대중(金大中), 검찰기관(檢察機關)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군집이다. 집권 이후 가장 먼저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반부패 변혁의 바람을 일으킨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인식구조, 구속 수감된 전직 대통령 등에 대한 인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룹2(G2)는 한국기업(韓國企業), 한국경제(韓國經濟), 경제성장률(經濟增長率), 한국정부(韓國政府), 경제발전(經濟發展), 대기업 그룹(大企業集團), 한국인(韓國人), 한국 경제발전(韓國經濟發展), 금융기관(金融機構), 경제발전전략(經濟發展戰略), 아시아 금융위기(亞洲金融危機), 벤처기업(風險企業)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군집이다. 한국 경제발전 전략에서의 대기업, 한국 정부의 역할, 그리고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은 한국경제 등의 인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룹3(G3)은 시사점(啟示), 새마을운동(新村運動), 농민(農民), 사회주의 건설(建設社會主義), 신농촌 건설(新農村建設)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군집이다. 한국 새마을운동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사회주의 신농촌건설의 시사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룹4(G4)는 한국(韓國), 일본(日本), 국회의원(國會議員), 공무원(公務員), 대표단(代表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人大常委會), 길림성(吉林省), 부국장(副主任), 중국(中國), 노무현(盧武鉉)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군집이다. 양국 정치인들의 상호 우호방문에 대한 소개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생애 대한 인식구조 등을 형성하고 있다.
양국의 ‘초점 있는 상호작용’을 기대하며
중국 공산당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다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기별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한국 인식구조 가운데 그룹3(G3)에 해당되는 한국 정부, 한국의 새마을운동, 사회주의 신농촌건설 등의 키워드로 구성된 키워드 군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룹3(G3)의 보다 구체적이고, 맥락적인 의미 파악을 위해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저널 제목을 통해 관련 내용 분석을 진행해 보았다. 위 <그림5>를 통해 새마을운동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중국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의 시사점으로 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22 한중 전문가 상호인식 조사에 의하면, 상호 간 분명한 인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문가들이 한국 전문가들보다 한중관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본 분석을 통해서도 ‘시사점’이라는 키워드가 크게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성공적, 실패적 경험을 시사점으로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 결정에 실용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예성호,2021).
한중 양국은 문화, 역사, 정치체제, 가치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차이로 인해 그 상호 인식차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생각을 알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점 없는 상호작용’은 최대한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관심의 초점을 파악함으로써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초점 있는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그 협력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 나가면서, 동시에 복잡다단한 한중관계 현안들을 점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방안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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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연구와 보고서 등이 있다. 이동률 외, 중국인의 한국 인식과 한국의 대중국 공공외교 강화방안, 서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대중국 종합연구 협동연구 총서, 2010; 전병곤 · 이동률. 2017.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 조사』. 외교부 ;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SICS 연구보고서 2022-02 2022년 한중 전문가 상호인식 조사, 2022. 03. 25; 이동률, 한중의 상호 인식 변화와 한일관계의 함의, EAI 워킹페이퍼, 2023
2) 상호 관심의 초점을 공유하는 관계를 맺지 않은 채 각자가 제 볼일을 계속하는 상호작용이다(고프먼, 2013:142). 즉 상대가 자신의 행동에 가지고 있는 기대와 상대의 행동에 가지고 있는 기대가 한 점에서 수렴하기 위한 ‘포컬 포인트’(focal-point) 부재(셸링,2013:92)로 발생한다.
3) 민주당파는 중국공산당(CPC)을 제외한 8개 정당을 통칭하는 용어로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中國國民黨革命委員會), 중국민주동맹(中國民主同盟), 중국민주건설협회(中國民主建國會), 중국민주촉진협회(中國民主促進會), 중국농공민주당(中國農工民主黨), 중국직공당(中國致公黨), 구삼학사(九三學社), 대만민주자치동맹(台灣民主自治同盟)이 포함되어 있다.
[참고문헌]
Kim, L. and Kim, N. (2015). ‘Connecting opinion, belief and value: semantic network analysis of a UK public survey on embryonic stem cell research’. JCOM 14 (01), A01.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SICS 연구보고서 2022-02 2022년 한중 전문가 상호인식 조사, 2022. 03. 25.
어빙 고프먼. 2013. 상호작용 의례-대면행동의 에세이. 아카넷.
예성호, '초점 없는 상호작용' : '관계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분석한 한중 비즈니스 교류 특징과 그 문화적 요인, 중국과 중국학, 2016, 29권
예성호, 『중국과 대만의 한국학 지식 지형도:경제·경영 분야 학술 데이터 분석』, 한국학술정보, 2021년 12월
이동률 외, 중국인의 한국 인식과 한국의 대중국 공공외교 강화방안 , 서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대중국 종합연구 협동연구 총서, 2010.
이동률, 한중의 상호 인식 변화와 한일관계의 함의, EAI 워킹페이퍼, 2023
이정남, 한중수교 30주년, 그리고 한중관계의 미래, 미래정책포커스 웹진, 2022 여름호
장영덕·최준영, <중국 민주당파의 정치적 성격과 역할 변화: 실체에서 그림자로>, 미래정치연구 제9권 제2호, 2019.12
전병곤 · 이동률. 2017.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 조사』. 외교부.
토머스 셸링. 2013. 갈등의 전략.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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