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해가 솟고 있었다
열차가 속도를 줄인다
빠른 속도로 내닫던 풍경이 천천히 다가온다
플랫폼에 들어선 열차가 서서히 멈추어 섰다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빨라졌다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했다
모든 짐을 챙겨 하차하라는 통지가 돌았다
검은 얼굴의 사내들은 허둥대며 짐을 챙겼다
검은 얼굴의 아낙들은 검은 얼굴의 아이들 손을 찾았다
더러는 노인을 부축해서 플랫폼으로 내려섰다
플랫폼을 검은 흙먼지가 쓸고 지나갔다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광장 한 모퉁이에 까마귀 떼가 앉아 있었다
이제는 죽지 않아도 될 것 같소
퇴역 하사관 사내가 말했다
많은 가족을 잃었소
민족학교 교사인 사내가 말했다
나를 용서 하시우
백군 출신 사내가 말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
예카테리나는 엄마를 부축해서 플랫폼을 밟았다
이삿짐 운반은 퇴역 하사관인 사내와 민족학교 교사인 사내가 도왔다
우슈토베 역 광장은 낯설었다
경비병들의 눈빛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었다
호루라기 소리는 더욱 날카롭게 우슈토베역 광장을 찢었다
사람들이 우루루 광장으로 몰려 나왔다
그 때였다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저 자식이다 저 놈을 밟아버리자 신한촌에서 우리들 집을 빼앗은 싹트 놈이다
검은 얼굴의 사내들이 한 사내를 잡아 광장에 패대기쳤다
이 개자식 너 죽어봐라
밟아 죽여! 이 싹트 새끼를 밟아 죽이자고
사내들은 흥분했다
사내들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있는 사내는 놀랍게도 2층의 백군 출신 사내였다
경비병들이 뛰어들어 말렸지만
사내들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나 발길질을 당했는지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내가 움직이지 않자 발길질을 하던 사내들이 손을 털며 흩어졌다
경비병들이 축 늘어진 사내를 끌고 갔다 팔다리가 부러져 건들거렸다
겁에 질려 있던 사내의 아낙이 사내를 부등켜안고 통곡했다
민족학교 교사인 사내는 멀찍이서 사내가 당하는 공개재판을 보고 있었다
그는 아낙의 어깨를 조용히 안았다
아낙은 떨고 있었다
1937년 10월 9일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