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종 분석 결과, 모든 제품서 비소 확인
아시아계 유아, 식단 중 55%가 비소 섭취 경로
“가장 많이 먹는 곡물, 가장 위험한 오염원”
미국에서 판매 중인 쌀 제품 대부분에서 유해 중금속인 비소(Arsenic)와 카드뮴(Cadmium)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유아와 어린이의 식단에서 쌀이 비소 노출의 주요 경로로 지목되면서, 소비자의 대응이 요구된다.
15일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보건환경단체 '건강한 아기들, 밝은 미래들(Healthy Babies Bright Futures)'은 쌀 145개 샘플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비소가 검출됐으며 이 중 25% 이상이 유아용 쌀 시리얼에 적용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치인 100ppb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10억분의 1을 뜻하는 단위인 ppb(parts per billion)는 극소량의 유해물질이나 오염물질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데 100ppb라면 물 10억 방울 중 비소 100방울이 섞여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쌀은 영아기 주요 고형식 중 하나이며, 유아용 쌀 시리얼보다 일반 쌀이 비소 노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FDA는 유아용 시리얼에 대해서만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가정에서 조리해 먹는 일반 쌀에 대해서는 별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무기비소는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원소지만, 인체에는 가장 해로운 형태로 알려져 있다. 특히 태아기나 영유아기에 노출될 경우 IQ 저하, 신경발달 이상, 심장질환, 당뇨, 생식기능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카드뮴 역시 강력한 독성을 가진 중금속으로, 신장·폐·위장·뼈 등에 영향을 미치며, 발암 가능성도 높다.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가 된다.
보고서는 인도, 태국, 이탈리아, 미국산 쌀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브랜드 구분 없이 전반적인 중금속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미국산 현미에서는 151ppb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됐고, 이 중 129ppb는 비소였다. 이탈리아산 아르보리오 쌀은 142ppb(비소 101ppb), 미국 남동부산 백미(USA 표기)는 118ppb(비소 95ppb)를 기록했다.
반면, 캘리포니아산 쌀과 태국산 재스민 쌀, 인도산 바스마티 쌀에 총 중금속 함량이 일관되게 낮은 것을 확인했다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칼로즈(Calrose) 쌀과 스시용 쌀은 총 중금속 함량이 65ppb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민족별 노출 차이다. 보고서는 0~2세 유아 기준으로 전체 비소 노출 중 쌀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7.5%에 이르며, 히스패닉계 유아는 14%, 아시아계는 30.5%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18~~24개월 아시아계 유아는 55%가 쌀을 통해 비소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안전한 곡물 대체제로는 퀴노아, 파로, 메밀, 밀렛 등 고대 곡물이 제시됐다. 쌀 대비 비소는 28배 낮았고, 카드뮴은 1.5배 더 높았지만 전체 중금속 수치는 3분의 1 수준이었다.
현미와 야생 쌀은 도정 과정이 덜 이뤄져 외피에 축적된 중금속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백미는 외피가 제거돼 상대적으로 함량이 낮은 편이다. 보고서는 “쌀을 선택할 때 브랜드보다는 품종과 원산지가 중금속 함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후리한 연구원은 “즉석밥을 만드는 가공 과정에서 추가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며, 전자레인지용 즉석 제품은 플라스틱 용기 안에서 조리되기 때문에 유해 화학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고 경고했다.
조리 방법에 따른 차이도 언급됐다. 쌀을 일반 밥처럼 물을 적게 넣고 끓이는 방식보다, 파스타처럼 6~10컵의 물에 끓이고 물을 버리는 방식이 비소 함량을 최대 60%까지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방식은 철분 등 필수 영양소도 함께 제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쌀을 물에 넣고 30분 이상, 또는 밤새 불린 뒤 조리하기 전에 물을 따라내는 방법도 비소 함량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단, 쌀을 그냥 물에 헹구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브랜드명보다는 쌀의 원산지와 품종이 중금속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이라며, 소비자들이 원산지 표기 여부를 확인하고 직접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식품에 존재하는 중금속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식품 공급망 내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