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안개가 자욱한 아침
언제나처럼 세종중앙공원주차장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익숙한 실루엣 사이로 앳된 얼굴들이 보이는가 했더니
고려대학교 조치원캠퍼스 정부행정학부에서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대학생들이었다.
인터뷰는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서 진행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직접 모니터링에 참여해보고자 하는 자세가 대견했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큰 관심을 가져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장남들에 채 들어가기도 전에
누군가가 저 멀리 나무를 가리키며 맹금류가 아니냐며 소리쳤다.
족히 200m는 떨어진 나무 위의 작은 점을 필드스코프로 들여다보니
정말로 맹금류, 그것도 참매였다.
탐조를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일까
먼 거리에서도 새를 정확히 발견해내실 때마다 놀라게 된다.
오늘 만난 참매는 유조(幼鳥)였다.
참매는 성조와 유조를 구분하기 꽤 쉬운데,
어릴 때 세로로 띄엄띄엄 있는 배면의 갈색 깃털 무늬가 성조가 되면 가로줄로 바뀌게 된다.
또 참매는 성조가 되면 어릴 땐 없던 진한 흰색 눈썹선이 생긴다.
사진으로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남들 중앙 부근, 멀지 않은 거리에 기러기떼들이 새까맣게 모여 앉아 있었다.
처음 봤을 때도 족히 백 마리는 되어 보였는데,
장남들에 진입하는 사이에 멀리서 날아온 기러기들이 점점 합류하더니
이윽고 거대한 물결처럼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러기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6수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갔지만
어찌나 예민한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기러기들의 휴식을 방해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빛줄기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추수가 끝나고 황량해진 논밭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남겨진 자투리 벼 낱알이라던가
종다리와 같은 작은 새들이 은신처로 사용하는 짚단 구멍들은
모른다면 지나치기 쉬운 재밌는 볼거리들이다.
장남들 남쪽 길을 따라 걸어가던 중 황조롱이 한 마리와 마주쳤다.
전봇대에서 가만히 땅을 내려보다가 빠르게 활강하며 내려가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짐작컨대 사냥 중인 듯 했다.
비록 맹금류 중 최약체인 녀석이지만 나름의 기세는 어디 가지 않는지
우리가 턱밑까지 다가가는데도 크게 경계하지 않았고
덕분에 뚜렷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겨울이 찾아오고 나서부터 장남들에 거의 눌러앉다시피 한 큰고니 무리...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녀석들이니 친근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들에게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바로 그 귀하다는 '고니'가 한 마리 발견된 것이다.
'고니'와 '큰고니'는 둘 다 백조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들인데, 비슷한 이름만큼 외형도 비슷하다.
고니는 큰고니보다 (1) 크기가 작고, (2) 부리의 노란색 부분이 적으며, (3) 울음소리가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 차이가 미묘해서 멀리서 식별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매의 눈으로 고니를 찾아내신 이경호 처장님이 없으셨다면 오늘 고니가 온 줄도 몰랐을 테니
우리에게도, 또 기껏 찾아와 준 고니에게도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아래의 링크는 이경호 처장님이 이날 모니터링과 고니를 주제로 작성하신 기사)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3084644
이경호 처장님, 김진주 선생님, 유경숙 선생님, 권은경 선생님, 조성희 선생님, 명인영 선생님, 그리고 재민군까지
오늘 모니터링에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첫댓글 장문의 글,
보지 않아도 그려지는 들판이네요 ^^
수고 많았습니다~~ㅎㅎ
함께해주신 이금숙선생님,
수세미를 수확해서
모니터링단에게 선물해주신 이경호선생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