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인 2007.11.07 20:13
- 지면게재일 2007년 11월 07일 수요일
바하를 들으며
김성춘
안경알을 닦으며 바하를 듣는다.
나무들의 귀가 겨울쪽으로 굽어 있다.
우리들의 슬픔이 닿지 않는 곳
하늘의 빈터에서 눈이 내린다.
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
촛불을 달고 있다.
聖 마태 수난곡의 一樂句.
만리 밖에서 종소리가 일어선다.
나무들의 귀가 가라앉는다.
今世紀의 평화처럼 눈은 내려서
나무들의 귀를 적시고
이웃집 그대의 쉰 목소리도 적신다.
불빛 사이로
단화음이 잠들고
누군가 죽어서
지하층계를 내려가고 있다.
<감상>누군가 바하를 지구를 덮고 있는 바다라고 했지요. 그 쉼없는 일렁임, 성스러움과 평화,
무한이 여기서는 강설로, 촛불로, 만리 밖에서 일어서고 있는 종소리로 살아 있군요. 그의 음악에
몸을 맡기면 順命이 떠오르고 삶도 죽음도 다 가지런해집니다. 이렇게 우리 마음을 만지는 두터운
손길을 나는 오늘 이 시인의 감각에 실려서 느낍니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건 82년판 그의 두 번째
시집, 오늘은 이 시에 맥을 놓은 내 귀도 가라앉고 살도 다 풀어집니다.
(손진은시인)
출처 : 경북일보(https://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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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를 들으며
고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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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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