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체(體)
엄마 볼펜 끝에서 빠져나간 것들,
멀리 가지 않고
- 갈치속젓 한 통 오처넌
- 바지락 깍아드림
- 덤 만이 줌
ㅜ는 곰소 염전에 고무래로 서서
소금을 자박자박 긁어모으고
ㄱ은 격포 방파제 끝에 낚싯바늘로 매달렸다
ㅎ은 독 뚜껑으로 내려앉아
속젓을 시나브로 곰삭히는지
백악기 바다가 쌓아 둔 채석강 책장이
썰물에 한 장씩 넘어가
엄마 볼펜 끝으로 흘러드는 장날,
받침 빠진 자리마다 바지락이 들어앉아
뽀글뽀글 숨구멍을 내고
—아따, 싸게 싸게 와 보씨요잉, 요것은 바다가 삼 년 절여 준 거랑께
건너편 좌판, 하노이에서 시집온 제수씨
한글 연습 공책 그대로
- 창난젓
- 깎아 드립니다
- 덤 많이 드립니다
내소사 꽃살문이 단청 없이 피운 연꽃이
제수씨 공책 칸칸이 내려와 문살을 짜면
소리 내지 않는 ㅎ은 그 꽃 속에 가부좌를 틀고
메콩강 물내가 문살 틈으로 번진다
엄마 팻말엔 창란젓
ㄴ을 풀어 놓은 ㄹ이 갯골 따라 구불구불 흘러내려
손님들을 엄마 좌판으로 끌고 온다
바른 말은 사전에 반듯이 눕고
틀린 말은 장바닥을 걸어 다닌다
곰소 염전 바둑판이 엄마 이마로 건너와
땀 마른 자리마다 흰 소금꽃을 피우는 저녁,
옛적 이 학년 교실 다 못 배운 받아쓰기가
거기 희끄무레 돋아 사각거린다
장이 파할 무렵
제수씨는 방파제에서 건져 온 ㄱ 하나를
엄마 팻말 깍아 위에 살며시 얹으면
엄마는 못 본 척 속젓 한 통을
제수씨 장바구니에 밀어 넣을 뿐
엄마 말끝에 매달린 ‘요잉’을
제수씨가 제 팻말에 또박또박 옮겨 적으면
엄마의 원에서 굴러 나간 ㅇ 하나
격포 앞바다에 붉게 잠겨
철썩철썩
두 사람의 글씨를 한 겹으로 지그시 눌러
채석강 맨 위에 얹는다
빠진 획들 화석으로 박힌
갓 마른 짭조름한 한 장,
나는 그 글씨를 곰소체라 부른다
첫댓글 작가님. 곰소체 보내주십시오. 다운받아 써보겠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
곰소에 함께 가야 ㅎㅎ
그 장터에 있는 내 모습 상상해 보네요. 서천 수산 시장도 제철인 꽃게와 전어가 발길을 잡아요.
전어 먹고자프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시는 어머니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집 온 제수씨가 염전과 시장에서 소금을 채취하고 장을 보며 서로의 글씨를 나누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곰소체> 시 즐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로 통하는게 있나봅니다~^^
전라도 부안의 풍경이
짭조름하게
아주 잘 삭혀있는 시네요..
시쓰기
표본을 봅니다
곰소염전
내소사
지난 해 다녀온 기억이
새로워
시가 더 잘 읽히네요.
감사합니다~~
문학기행을 그쪽으로가면 눈감고도 인간내비 할 수 있는뎅 ㅎㅎ
소금으로 한글의 이치를 설명하는 엄마나 이를 익히려는 제수씨가 너무 어렵다고 하겠어.
ㅎ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곰소체~
정이 가득한 시장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서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