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절반이 열매나 채소… 흥분하면 갈기 세워요
갈기늑대
▲ 갈기늑대는 여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늑대에도 여우에도 속하지 않아요. /브리태니커
영국 BBC방송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브라질에서 갈기늑대를 찾았다는 소식이 얼마 전 영국 신문에 소개됐어요. 갈기늑대는 좀처럼 사람 눈에 띄는 법이 없는데 아주 운이 좋았다고 해요. 갈기늑대는 남아메리카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볼리비아·페루 등에 걸쳐 살고 있는 갯과 야생동물이랍니다.
남아메리카 하면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유명한 아마존이 먼저 떠오르지만, 갈기늑대가 살고 있는 곳은 나무가 그리 빽빽하지 않은 건조한 숲이나 탁 트인 초원이에요. 갈기늑대는 늑대·여우·코요테·너구리 등과 함께 갯과에 속해요. 갈기늑대라는 이름이 붙은 건 흥분했을 때 목에서 등으로 이어진 갈기가 빳빳하게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생김새를 유심히 살펴보면, 털은 갈색 또는 검붉은색이고 콧날은 뾰족하고 귀는 쫑긋 선 게 늑대보다는 여우에 가까워 보여요. 실제로는 늑대와 여우,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아요.
다만 갯과 동물 중에서 덩치는 늑대 다음으로 커요. 특히 어떤 갯과 동물보다도 길고 늘씬한 검은색 다리를 갖고 있어요. 이 다리 덕분에 어깨 높이가 최고 90㎝로 늑대보다도 크답니다. 갈기늑대는 생김새는 영락없는 맹수인데, 식성은 특이한 면이 있어요. 먹이 절반이 나무 열매와 채소거든요. 특히 토마토와 비슷한 '로베이라'라는 열매를 아주 좋아한대요. 그래서 이 열매를 '늑대의 열매'라고 부를 정도예요. 달콤한 걸 아주 좋아해서 사람이 밭에서 기르는 사탕수수와 벌꿀도 즐겨 먹죠.
갯과 동물 중에서 갈기늑대와 덩치가 엇비슷한 늑대·여우·코요테·자칼 등이 주로 살아있는 동물을 사냥해 먹거나 동물 사체를 먹는 것과 확연히 대비되죠. 기본적으로 육식동물인데도 주변 환경에 따라 식습관을 초식 중심으로 바꾼 것이 곰과에 속하는 판다와 비슷해요. 그렇다고 갈기늑대가 고기를 아주 안 먹는 건 아니에요. 풀숲에서 가만히 귀를 세우고 쥐나 토끼, 벌레 소리를 추적하다가 단숨에 쫓아가서 잡거나 구덩이 속에서 끄집어내기도 해요. 공중으로 휙 점프해 날아가는 새를 잡아채기도 하고요.
갈기늑대 특유의 기다란 다리는 키 작은 풀이 무성한 숲을 사뿐사뿐 다니면서 먹잇감을 찾는 데 도움이 돼요. 늑대처럼 여러 마리가 사슴 등 커다란 동물을 끈질기게 쫓아가 쓰러뜨리는 식의 사냥은 하지 않아요. 갈기늑대는 늑대처럼 '아우~' 하고 울부짖는 대신, 낮게 짖거나 으르렁대는 방법으로 침입자에게 경고하거나 짝짓기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요. 갈기늑대는 또 언덕이나 흰개미가 지은 개미탑에 똥과 오줌을 묻혀서 영역 표시를 해요. 오줌 냄새가 아주 고약해서 동물원에서는 냄새만으로 갈기늑대 우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정도래요.
갈기늑대는 야생에서 숫자가 계속 줄어들어서 지금은 2만5000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대요. 다른 많은 동물처럼 가장 무서운 천적은 사람이죠. 특히 갈기늑대의 몸이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미신 때문에 죽임을 많이 당했대요. 사람이 키우는 개도 갈기늑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어요. 개가 가진 병균이 그대로 옮아가 시름시름 앓다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거든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