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마중을 나온 코스모스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을 치는
연주자의 손가락처럼 하늘하늘 거리는 것이 저를 도열해 주는 것 같습니다.
코스모스는 가난한 고교미술실 정물다이에서 늘 목졸리면서도 웃는 모델입니다.
유화보다는 수채화가 더 어울리는 코스모스는 단 한 번의 왕 붓 터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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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감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마지막 와룡정점을 찍기 위해 물통의
새물을 갈았을 것입니다. 대추가 씨알이 굵은데도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습니다. 대추란 놈은‘소나기’의 소년이 소녀를 위해 딴 슬픈 대추와,
영천상회 안집 살 때 고 병주 형이 서리해준 단 맛 나는 그 대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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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 시절 상길이 형이 한 대박 가져다준 대추는 한 끼 간식으로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는 대추는 ‘미션’의 고 애신을 만난 느낌입니다. “반갑소. 귀하는
앤딩을 쌔드 앤딩으로 보오? 해피 앤딩으로 보오? “ ”제발 애기 씨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소. " 추석 연휴동안 미국순방을 다녀온 대통령이 트럼프를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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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웃게 하는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좋은 쪽으로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
같습니다. ‘전 좌석 안전벨트착용‘ 때문에 일하는데 꽤나 성가시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착한 국민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회사 뒷길은 유실수가 많습니다.
감나무가 오렌지 색 옷을 입었고 여자는 감색을 입었네요. 여자열매는 관상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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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일까요? 칸나는 꽃이 강렬합니다. 철정 검문소가 있는 44번 국도에서 칸나랑
1년 동안 동거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보라색 가지를 에로틱하게 보는 남자는
나쁜 남자이거나 피터 팬 증후군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무청은 쌈을 싸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독보적인 맛을 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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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 파킹된 트렉 타를 보니 한 해 열심히 작업을 한 딸내미들 생각이 났습니다.
이제 낼 모래면 시험인데 당일 고사장에 잘 도착해서 준비한 만큼만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당일 픽업기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후에 75세 노부부를 양성 ‘덕봉 서원’까지 픽업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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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봉서원‘은 흥선 대원군의 서슬 퍼런 서원철패에도 살아남은 유림의 서원이었는데
지금은 오 씨 문중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으로 1972년에 유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70년대 박통의 충효사상과 유교사상은 절친이 아닙니까?
제가 간 곳은 서원 뒤쪽 오 씨 성가입니다. 별도의 사당이 있었고 마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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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게 보존이 잘되어있더라고요. 저는 개인 사당 중에 이렇게 그럴싸한 사당은
본적이 없습니다. ‘오 두인’이라는 분은 숙종 때니까 한400년 전 사람입니다.
그 양반이 유산을 많이 준 건지 자손들이 효자손들인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부모님이 90에 가까워지면서 죽음은 거의 매일 생각하는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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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선산에 모실 거면 큰 집과 연락이 되어야 할 텐데 발길 끊은 지가 오래 돼서
어쩐답니까? 머릿돌 석비에 ‘김에스도‘라고 새긴 일이, 4살짜리 에스더가 생 ’오돌이’를
씹어 먹던 기억이 저를 미소를 짓게 합니다. 산책길에도, 픽업 길에도 온통 가울 풍경입니다.
빛깔 고운 단풍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뚝뚝 난다'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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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을 하는 나무들은 가을에 접어들어 기온이 떨어지고 햇볕이 약해지면 그 기능을
못해 영양분도 못 만들고 나무가 머금은 수분만 빼앗아 간답니다. 이때 나무가 쓰는
전략이 이별입니다. 나무와 잎 사이에 '떨켜'라는 얇은 막을 만들어 물과 영양분이 잎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 한다 네. 오, 굿 아이디어. 요새 저의 화두는 살아남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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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생에 몇 번 오지 않고 삶은 징 헌 것이니 '끝까지 해야' 이기고, '오래 해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일만 시간의 법칙'도 있지 않습니까? 제인생의 실패는 이혼하나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어야할 것입니다. 고대그리스의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알고 난후, 자신의 눈을 찔렀다 네 요. 왜 하필 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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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야할 것을 보지 못한 걸 참회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총명이라는 단어는 잘 듣는다는
총과 밝을 명을 뜻합니다. 초짜는 액면만 보지만 고수는 원인을 보지요. 현상만 보지
말고 본심을 보라는 뜻입니다. 시몬, 너는 아는가? 가을 잎사귀가 덜켜치는 마음을.
2018.9.29.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