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 인기가 높아지는 길거리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어묵이다. 따끈한 어묵 하나에 국물 한 잔이면 추운 기운쯤은 거뜬히 이겨낸다. 어묵 하면 부산이지만, ‘빨간어묵’ 하면 제천이 떠오른다. 얼큰하고 따뜻한 빨간어묵 몇 꼬치 먹고, 수십 년 정성을 담아 빚어내는 찹쌀떡도 맛본다. 게다가 약초를 넣어 만든 양갱과 찐빵, 도넛까지, 제천에서 건강하고 맛난 별미 여행을 즐겨보자.
자꾸만 손이 가는 그 맛, 빨간어묵
제천 시내에 가면 ‘빨간오뎅’이라는 이름을 단 가게가 여럿 보인다. 빨간어묵은 이름처럼 어묵을 빨갛게 양념한 음식이다. 빨간어묵이 제천에서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천의 대표 간식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제천에는 ‘빨간오뎅’이라는 이름을 단 분식집이 많다
보통 다른 지역 분식집에서는 어묵이 한 종류지만, 제천에서는 빨간어묵과 물어묵으로 구분된다. 물어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국물에 담가놓은 어묵이고, 빨간어묵은 매콤한 고추장 양념을 곁들인 것이다. 물어묵은 넓적한 것과 동그란 것, 두 종류가 있지만, 빨간어묵은 보통 넓적한 어묵만을 이용한다.
제천에는 ‘빨간오뎅’이라는 이름을 단 분식집이 많다
넓적한 어묵을 꼬불꼬불하게 접어 나무젓가락에 꽂은 뒤 국물에 넣고 살짝 익힌다. 그리고 빨간 양념이 자글자글 끓고 있는 넓은 판에 그것을 옮겨 담는다. 이때 어묵을 양쪽으로 가지런히 줄 맞춰 놓는다. 그 위에 양념을 끼얹고 송송 썬 파를 솔솔 뿌려놓는다.
어떤 가게에서는 긴 가래떡을 젓가락에 꽂아 빨간어묵처럼 양념을 해서 내놓고, 또 어떤 가게에서는 양념 속에 떡볶이 떡이나 삶은 달걀을 넣어두기도 한다.
가게마다 요리법과 모양새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가게마다 양념 비법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양념이 매콤한 가게도 있고, 덜 매콤한 곳도 있다. 취향에 따라 골라 가면 된다. 일반적으로 튀김과 김밥을 곁들여 판매하며, 그 외 다른 먹을거리를 내놓는 곳들도 있다. 빨간어묵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1개 먹다 보면 어느새 2개, 3개씩 먹게 된다. 가격이 착해서 여러 개 먹어도 부담이 없다. 빨간어묵 4개에 1,000원이다.
만드는 방법은 같아도 집집마다 양념 맛이 조금씩 다르다
제천 현지인들 사이에서 사랑받던 빨간어묵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을 통해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빨간어묵을 먹으러 제천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빨간어묵 가게는 제천중앙시장과 내토전통시장, 동문시장 일대에 많다. 중앙시장 인근에 있는 ‘제천빨간오뎅’이 오래된 곳 중 하나이며, 내토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빨간오뎅’집과 내토전통시장 안에 있는 ‘외갓집’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일부 가게는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은 문을 닫으니 참고할 것.
만드는 방법은 같아도 집집마다 양념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한입 베물고 덩실덩실~, ‘덩실분식’ 찹쌀떡과 도넛
빨간어묵과 함께 제천에서 꼭 맛봐야 할 간식거리가 바로 ‘덩실분식’의 찹쌀떡이다. 가게 이름부터 흥겹다. 덩실분식이라는 이름에는 ‘세상의 모든 이가 덩실~’이라는 뜻과 함께 ‘맛있어서 덩실거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가게 앞에는 이름만큼 정겨운 인사말을 담은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매일 바뀐다는 안내판 문구가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소박한 가게 외관은 수십 년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로, 2대째 손맛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단골손님도 많다. 주말에 이곳 찹쌀떡과 도넛을 맛보려면 조금 서두르는 게 좋다. 워낙 인기가 많아 일찌감치 ‘완판’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휴무라는 점도 기억하자.
덩실분식은 찹쌀떡과 도넛을 모두 일일이 손으로 만든다. 쫄깃한 찹쌀반죽에 팥을 넣고 뚝딱뚝딱 찹쌀떡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커다란 쟁반 위에 가득 놓인 찹쌀떡을 보니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쌀쌀한 날씨에도 한쪽에서는 찹쌀떡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가 돌아간다. 찹쌀떡의 더운 김이 살짝 빠지면 차곡차곡 상자에 담아낸다.
꽤 큼지막한 찹쌀떡 1개가 단돈 700원이다. 국내산 찹쌀과 국내산 팥으로 만드는 찹쌀떡치고 참 저렴한 가격이다. 찹쌀떡을 한입 베물어본다. 보드랍기보다는 쫀득쫀득 쫄깃함이 살아 있다. 뽀얀 찹쌀떡 안에 팥이 가득하다. 팥소는 달지 않다. 일반 찹쌀떡의 팥소와는 빛깔도, 맛도 사뭇 다르다. 덩실분식에서는 붉은빛을 내는 적두만이 아니라, 짙은 검회색이 도는 거두를 함께 사용해 팥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루에 보통 두 번 팥을 삶는다.
덩실분식은 찹쌀떡뿐 아니라 도넛도 유명하다. 일반 도넛과 달리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찹쌀떡처럼 쫄깃쫄깃하다. 덩실분식에서는 이스트 대신 막걸리와 쌀뜨물을 넣어 반죽을 발효시킨다. 도넛은 튀겨내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도넛은 두 종류가 있다. 안에 팥이 들어간 동글팥도넛과 소가 들어가지 않은 덩실링도넛이다. 주말에는 덩실링도넛만 맛볼 수 있다. “이 안에는 뭐가 들어 있어요?”라는 손님 질문에 주인아저씨는 “맛이 들어 있지요”라고 재치 있게 답한다. 덩실링도넛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아도 쫄깃하고 달콤하다.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하는 제천 ‘덩실분식’의 찹쌀떡
도넛은 갓 나왔을 때 따뜻하게 먹는 게 가장 맛있고, 찹쌀떡은 하루나 이틀은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다. 찹쌀떡을 오래 두고 먹을 경우에는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도토리왕송편, 약초양갱, 황기도넛 등 건강 주전부리가 가득
제천에는 지역 특색을 살린 건강한 간식거리가 많다. 우선 제천역 앞에 있는 제천역전한마음시장으로 가보자. 한마음시장 안에 자리한 ‘태창떡방앗간’에 가면 도토리왕송편을 맛볼 수 있다. 크기가 거의 어른 주먹만큼 커서 이름도 왕송편이다.
도토리가루를 섞어 반죽한 떡에 동부가루와 견과류 등이 소로 푸짐하게 들어간다. 쫀득한 맛과 씹히는 맛이 잘 어우러진다. 크기도 한 데다 소가 가득해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라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한다.
한마음시장 안 ‘고속떡방앗간’에서는 뽕잎, 용안육, 당귀 등을 넣어 만든 양갱을 판매한다. 약초 냄새가 강하지 않고 달달해 아이들도 잘 먹는다. 색깔별로, 약초별로 하나씩 음미해보자.
약초의 고장답게 약초를 활용한 주전부리도 눈에 띈다. 한마음시장에서는 약초를 넣은 양갱 외에 약초도넛도 맛볼 수 있다. 약초도넛은 제천산 황기와 대추를 달여낸 물로 밀가루를 반죽하고 당귀 분말을 혼합해 만든다. 도넛을 튀겨내는 기름도 카놀라유만 사용한다. 갓 튀겨낸 도넛을 호호 불며 한입 베무니 고소하다.
이 밖에 내토전통시장과 동문시장 일대에서는 황기 달인 물로 만들어내는 찐빵도 맛볼 수 있다.
여행정보
첫댓글 정보 감사합니다
한국에 오실 때 한번 들르시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