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가 여섯 살 무렵 나는 양손에 손가락이 두 개씩 밖에 없는 희아가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필기할 때나 그림 그릴 때마다 쩔쩔매며 당황할 모습이
걱정되었다.
그 애를 위해 무엇을 가르칠까 고민하다가 문득 피아노를 치게 하면 손가락에
힘이 생기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장 집 근처에 있는 피아노 학원들을 찾아갔지만 번번이 거절 당했다.
모두 장애인에게 가르칠 자신이 없다거나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폐가 될
거라며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나 속상한 마음을 억지로 참으며 나는 석 달
동안 희아를 받아줄 학원을 찾아 다녔다.
그런 내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옛 직장동료가 어느 날 내게 조미정
선생님을 소개해 주었다. 의족을 낀 희아를 업고 조 선생님의 피아노 학원을
찾아가던 날, 나는 혹시 선생님이 희아 손을 보고 거절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일단 해봅시다" 하고 한마디로 흔쾌히 허락하면서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냐며 의욕을 보이셨다.
그 뒤 선생님은 열성적으로 희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셨다.
장애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은 끝없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었지만,
선생님은 보통 아이들 대하듯 묵묵히 가르치면서 희아가 꾀를 내어 연습을
소홀히 할 때마다 무섭게 혼을 내며 몇 시간이고 붙들고 앉아 제대로 칠 때까지
연습을 시켰다. 새벽이나 밤에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벌써 9년째 희아
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 주시는 그 분은 희아에게 늘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나는 네가 참 좋단다. 그래서 너를 더 연습 시켜야겠구나, 네가 잘하건 못하건
나는 평생 너를 따라다니며 피아노를 가르칠 거란다."
조 선생님은 희아의 더없이 든든한 마음의 지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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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갑선 저 /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