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교황 강론 “악령은 반목을 즐기지만 성령은 평화를 주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3년 5월 28일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분열을 일으키는 악령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세상과 교회와 모든 이의 마음에 조화를 이루시는 성령께 일치의 은총을 청하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성령께서 주시는 일치의 은총을 시노드 작업의 중심에 놓으라며 “성령께서 계시지 않는 교회는 무기력해진다”고 경고했다. “신앙은 그저 교리에 불과하게 되고, 윤리는 그저 의무에 그칠 뿐이며, 사목은 한낱 일이 되어버립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이재협 신부
성령 강림 대축일을 상징하는 전례의 색인 홍색이 성 베드로 대성전을 물들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2023년 5월 28일 5000여 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대축일 미사를 거행했다. 성령을 상징하는 홍색은 또한 전 세계를 고통스럽게 하는 전쟁으로 흘린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에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을 통해 슬픈 현실을 기억하며 아파했다. 교황은 미사 말미에 부활 삼종기도를 통해 동정 마리아께 “전 세계 모든 민족의 평화, 특히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많은 전쟁
교황은 강론에서 성령의 은총이 지닌 권능을 설명하고자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 바실리오를 인용했다. 성령의 활동을 종합하는 열매는 온갖 형태의 혼란, 분란, 무질서에 대항하는 “조화”다. 교황은 원고에 없는 말로 “우리는 교회 생활 안에서 이러한 행동양식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 세상에는 불화와 분열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그와 동시에 무관심으로 마비되고 외로움에 짓눌리는 바람에 서로 단절돼 있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을 생각해 봅시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악행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사탄의 유혹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서 성령께서는 일치를 위해 활동하시는 반면, 악마는 반목에서 “기쁨”을 찾는다.
“우리의 악행, 우리가 일으키는 분열보다 먼저 그리고 그 이상으로 ‘온 세계를 속이는’(묵시 12,9 참조) 악령이 있습니다. 그는 반목, 불의, 중상을 즐깁니다. 불화를 조장하는 악령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조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주님께서는 부활사건의 정점으로, 구원사건의 정점으로 당신 피조물인 이 세상에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분열시키는 영에 대항하시는 성령께서는 조화를 이루십니다. 일치의 성령께서 평화를 주십니다. 이 세상을 위해 성령께 날마다 기도합시다!”
놀라움을 통해 행동합시다
교황은 동질성이나 획일성이 아닌 조화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각자 받은 은사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교황은 다시 한번 원고에 없는 말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뒷걸음질’의 유혹이 모든 것을 실체가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규율로만 획일화하려는 이 시점에 우리는 이를 기억해야 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처럼 잘 짜인 프로젝트나 우리가 때때로 길을 잃어버리곤 하는 우리의 의제를 통해 활동하시지 않습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분은 넘치는 선물을 거저 주심으로써 활동을 시작하십니다. 실로 성령께서 내려오신 날 성경은 모든 이가 ‘성령으로 가득 찬’(사도 2,4 참조) 사건을 들려줍니다. 모든 이가 성령을 충만하게 받았다는 것, 이것이 교회의 삶이 시작되는 방식입니다. 정확하고 분명한 계획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체험으로 시작됩니다. 성령께서는 이렇게 조화를 이루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가 당신의 사랑과 다른 이들에게 나타나는 당신의 은총을 보고 놀라워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시노드 여정은 성령을 따르는 여정이어야 합니다
3년 여정으로 진행 중인 시노드 여정을 잊지 않고 기억한 교황은 이 여정이 성령의 숨결로 생기를 얻는 여정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성령의 감도 안에서 묻고 경청하며, 시노드 작업의 시작과 중심에 성령께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노드는 세상의 의제에 따라 권리와 필요를 주장하는 의회도 아니고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가는 기회도 아닙니다. 시노드는 성령의 숨결에 순종하는 여정이며 또 그래야 합니다.”
성령이 없으면 교회는 무기력해집니다
교황은 생명을 불어넣으시는 성령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다스리고 희망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며 “교회 안에서 조화를 이루자!”고 초대했다. “우리가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세상의 대체품이 아니라 성령께 청해야 합니다. 날마다 성령께 간청하며 그분께 기도하는 것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합시다. 그분께 순종합시다!”
“성령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교회는 무기력해집니다. 신앙은 그저 교리에 불과하게 되고, 윤리는 그저 의무에 그칠 뿐이며, 사목은 한낱 일이 되어버립니다. 때때로 우리는 냉랭하게 교리를 전달하는 소위 사상가나 신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들은 마치 겉보기에 수학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마음 안에 성령께서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함께하는 은총”을 주시는 성령
우리의 성급한 판단과 완고함을 넘어서야 한다고 당부한 교황은 화해와 친교를 증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완고함을 넘어 성령의 활동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겨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복음이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나의 신앙생활 양식은 성령께 순종하는 방식인가, 아니면 완고한 방식인가? 혹시 한낱 삶의 냉랭한 표현에 불과한 문자, 곧 명문화된 소위 ‘교리’에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교황은 성령께서 다시금 넘치게 임하시도록 청하라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성령께서는 악으로 찢긴 마음, 상처로 산산이 부서진 마음, 죄책감으로 무너진 마음을 조화롭게 만드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나는 화해를 증진하며 친교를 이루고 있는가, 아니면 험담하고 분열시키며 파괴하기 위해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 파고들고 있는가? 나는 용서하고 화해를 증진하며 친교를 이루고 있는가? 만약 세상이 갈라지고, 교회가 양극화되고, 마음이 상했다면 다른 이들을 판단하고 서로에게 화를 내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성령께 기도합시다.”
성령 강림 대축일 교황 강론 “악령은 반목을 즐기지만 성령은 평화를 주신다” - 바티칸 뉴스 (vaticannews.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