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은 누구나 한 번쯤 오르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저 역시 지리산 가 보는 꿈을 안고 가까운 산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되고 부터는 토요일마다 근교 산을 다니며 체력을 보강한 다음
설악산과 지리산을 가기로 남편과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에 이상이 생겼다
100M도 못 걷고 쉬어야만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다
병원 가서 MRI 사진도 찍어 봐도 이상이 없다 하고
한의원에 다니며 침도 맞아도 쉽게 좋아지지를 않았다
이러다 죽기전에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천왕봉에 가 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던 중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 모놀을 알게 되었고
가입을 하자 마자 백두산을 가는 것이 아닌가?
그 때는 얼마나 부럽고 가고 싶던지...ㅠㅠ
모놀 가입후 참 열심히 답사에 따라 다녔다
산을 다니지 못하다가 매달 한번씩 답사 갔다 오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벌써 모놀 100차 답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싯점에 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5년 동안 우리나라 웬만한 여행지는 거의 다 가 봤으니 추억의 보물창고가 가득하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나의 소중한 재산이다
그 중 더 의미있는 일은
올 해 4월 운남성 차마고도를 가게 되었고
6월에는 팔색조님 따라 설악산 대청봉을 거쳐 공룡능선까지 가게 되었다
설악산을 다녀 온 후부터 자신감이 생겨
우리나라에서 젤 높은 산은 다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갑자기 8월달에 백두산을 간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행운이 내게 오다니...
그것도 가족과 함께 백두산을 가게 되어 더 기뻤다
7번 와서 7번 다 천지를 봤다는 대장님 덕으로 백두산 천지도 보게 되었으며
야생화핀 초원길을 원없이 걸어도 보았다
내친 김에 가을에는 지리산을 가 보리라 다짐하던 중
백두산 갈 때 아들래미만 빼고 간게 미안해서 가족이 함께 지리산을 가기로 마음먹고
추석을 몇일 앞둔 9월18-19일 꿈에 그리던 지리산 천왕봉을 가게 되엇다

장터목 대피소 예약도 안하고 작년에 지리산을 다녀온 영원언니 말만 믿고 무작정 떠났다
여자는 무조건 먼저 들여 보내주고 남자도 안에서 잘 수 있으니까 걱정말고 언니 말만 믿으란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남편과 아들은 비박할 준비를 해 가지고 왔다

오늘 코스는 첫날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을 따라 세석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에서 자고
다음날 장터목에서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 다시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와 아침을 먹고
참샘,하동바위를 지나 백무동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
여기서부터 세석대피소까진 6.5km...대략 6시간 정도 걸린다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진 빠른 걸음으로 2시간 정도
8시간을 걸어가야만 오늘의 목적지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할 것 같다
하루만에 천왕봉 갔다 오는 길이 아니므로 주위 풍경도 보며 쉬엄 쉬엄 가기로 하고 출발한다

계곡 초입에 만난 폭포에서 아침 햇살이 비추자 물보라가 피어 오른다



울창한 숲과 매미소리 물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폭포 소리와 함께 하는 계곡 산행은 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한신계곡은 지리산 계곡 중 칠선계곡 다음으로 비경을 간직하는 곳이다

이틀동안 산에서 먹을 먹거리와 침낭이 든 베낭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빠를 보고 대신 베낭을 바꿔 메는 아들래미...
이젠 다 커서 아빠의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아들을 보니 대견스럽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단풍잎
조금 있으면 고운 단풍옷 갈아 입고 등산객을 유혹할 것이다

계곡물에 머리 감고 가을 햇빛은 몸에 좋다고 딸래미랑 함께 일광욕을 즐기며
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도 맘껏 마셔본다

잠시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바위틈에 붙은 이끼도 담아보고

세석대피소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한신계곡으로 오르는 코스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걷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햇빛도 없고 등산하기 딱 좋은 코스다

한신계곡 바위에 누워 보니 멀리 있는 듯한 가을도 우리 곁에 와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넓디 넓은 바위에 앉아 폭로수를 쳐다보며 물도 보충하고 쉬고 있는 동안
딸래미랑 아들래미는 벌써 세석산장에 도착해 있단다
짜식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쉬도 안하고 가는지..젊음이 좋긴 좋다...아니 부럽다

한신폭포 넓은 바위에 누워 올려다 본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여기서부터 세석산장까지는 힘든 오르막길이다
엉금 엉금 기어 오르기도 하고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오르막길은 죽음인데 등산로도 없고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애들은 걸음이 빨라 먼저 가 버리고
그래도 내 옆에서 끝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은 남편 밖에 없다
어른들 말씀 하나도 틀린게 없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 젤이라고"...ㅎㅎ

바위에 뿌리 내린 강인한 생명력을 보며 꿋꿋이 잘 견뎌주기를...


물봉선화와 나무사이에 핀 바위취

죽기 살기로 오르다 보니 세석산장이 눈 앞에 보인다
휴~~이제 살았다

아들래미는 이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저 무거운 베낭을 메고서 그렇게 빨리 갈게 뭐람!!
세석산장에 와서야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으니 함께 등산온 의미가 없다

세석산장에서 점심을 준비하는데
가수 이효리가 방금 이곳에서 점심 먹고 장터목으로 떠났다고 매점 아저씨가 알려준다
전냘 벽소령 대피소에서 이효리를 봤다는 사람도 있는걸 보니 지리산 종주를 하는 모양이다
잘하면 장터목대피소에서 이효리를 만날지도 모르겟다

점심을 먹고 장터목을 향해 다시 발걸음 옮긴다

촛대봉으로 오르는 길


촛대봉에 서니 우뚝 선 천왕봉이 손에 잡힐듯 하다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산장


등산로엔 산오이풀과 구절초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저기 보이는 산봉우리가 천왕봉이다

날씨 좋다
지리산 다섯번이나 왔다는 사람이 오늘처럼 조망이 좋은 날씨는 첨이란다
"자기야~~날짜 한 번 잘 잡았제?"..ㅎㅎ

장터목으로 가는 아름다운 연하선경 길
길 양옆으로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비 바람을 견뎌내며 꿋꿋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지리산 터줏대감 구절초와 산오이풀,용담,투구꽃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지리산은 낭떨어지 같은 위험한 곳은 없는 대신 오래 걸으니 힘들다


장터목 산장에 빨리 가서 방 구해 본다고 카메노는 먼저 가 버리고
혼자 남아 터벅 터벅 걷고 있노라니 그림자가 앞서서 길을 안내해 준다

드디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

장터목에서 바라 본 지리산 능선들


이 곳에 서니 하늘만 보인다
어둡기 전에 저녁을 해 먹는 사람들도 장터목이 시끌벅적하다
장터목은 옛날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던 곳이다.
지명 그대로 '장터' 였기 때문이다.
경남 산청 사람들은 중산리를 통하여, 함양 사람들은 백무동을 통하여 등짐을 지고 올라와
물물교환을 했던 곳이 바로 장터목이다.

장터목에서 바라 본 일몰
이렇게 아름다운 일몰은 첨 본다
장터목 산장을 예약 안하고 와서 카메노와 아들은 침낭을 준비해 왔지만
여자들은 우선으로 들여 보낸준다는 영원언니 말만 믿고 저녁을 먹고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잠시후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50세 이상 여성분만 매점 앞으로 모이란다
5사람이 취소를 해서 50세 이상은 방을 먼저 주고
그 다음 40대는 복도에서 자게 하고 20-30대는 모포를 쌓아둔 방에 모두 자게 해 주었다
방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잠시 누워 있으니 또 방송이 나왔다
남자 50세 이상 모이라기에 남편도 안에서 잘 수 있겠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지만
20대 아들은 순위에도 못들어가고 어떡하지?
잠깐 밥 먹을 동안 침낭을 펴 놓았는데 이슬이 내려 축축해지던데 밖에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복도에 자리를 잡고 아들래미까지 불러 들여 가족 모두 대피소 안에서 자게 되었다
-다음편 계속-
첫댓글 백무동 - 한신계곡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코스를 가족들과 함께 오르셨군요..몇 년 전에 힘겹게 소백산을 오를때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작은 야생화에서도 느껴지는 기쁨과 평화..웅장한 대자연을 보면서 느끼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자신감.. 웅혼한 기상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까지 ~~山이 우리들에게 주는 선물은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山 많이 다니세요..
잘 다녀왔구나..정말 산꾼이 다 된 레오..카메노님..글구 주은이 아들내미...온 가족의 합심은 역시 산~~~! 하늘, 산사람들 모두 아름다운 색~~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시 만나고 싶은 엄마처럼,...그렇게 다시 그리운 지리산.~~^^
산행기 정말 멋진 사진 입니다^^*
산악회따라서 촛대바위까지만 가고 되돌아왔는데...거기서 장터목은 멀지 않았군요..날씨 좋고 인물 좋고 노래 좋고...자세히 설명해 주셨네요..올 가을엔 저도 한번 도전해 볼랍니다.........................주은이가 대단해요..연약한 몸으로..오기와 강단이 있는 주은이 화이팅^^
와 부럽기만합니다. 내는 가족과 등산여행은 안될것 같고 혼자서라도 떠나보고싶으네요.
레오 가족 발자욱을 따라서 나도 올라가는 느낌이데이~~~
참말로 레오 가족에게 올해는 역사적인 해.
작짝짝~~축하해.
우리도 영원언니등등이랑 똑 같은 코스로 갔었데이.
멋진 가족에 박수~~~ 글도 사진도 너무 좋습니다.
주은이는 예쁘고 아들은 너무 잘 생겼네~~~ 너무 부럽기만 하데이......
언제고 꼭한번 오르고 싶은 천왕봉이었는데.... 가족모두 등반하셨다는 넘 부럽습니다... 사진도 멋지고 .. 꿈을 이루기도 전에 무릅이 아파오니..참...ㅎㅎ
엄마품 같다는 지리산 풍경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게 하니 더 의미가 있는 산행이 되었겠어요. 멋진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천왕봉을 향하여 고고!!